새벽 3시, 깨워서 일어난 이령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자신의 용모를 검사한 일이다.
“수술 준비하세요.”
간호사는 힐끔 보고 별말을 하지도 않았다.
“네. 화장 좀 고치고요.”
이령은 수술대에 올라갈 때까지 거울을 쥐고 내려놓으려 들지 않았다.
말 길게 하기도 귀찮은 순회 간호사는 우선 수술대를 돌면서 새로 온 실습생을 향해 화를 냈다.
“수술복은 바지 안에 넣어요! 머리카락 밖으로 삐져나온 사람은 나가서 제대로 정리하고 다시 들어오고! 속옷 입었어요? 누구 맘대로 속옷도 안 입고 들어와요? 나가요! 챙겨 입고 들어와요!”
떽떽거리는 소리에 속으로 투덜거리던 이령의 귓가에 익숙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마취 하세요.”
고개를 들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시작합시다.”
손을 뻗어 기구를 요구한 능연은 배꼽 위에 아치형 절개구를 냈다.
어시인 장안민은 환자 다리 사이에 서서 타월 포셉으로 배꼽 주변 복벽(腹壁)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능연이 트로카(투관침)를 요구해서 환자 복강에 집어넣고 기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능연은 매우 노련하게 움직였고, 곁에 있는 의사들이 보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외과의가 하는 일은 사실 매우 형식화되었고 대부분 수술 과정 역시 고정화되었다. 지금 하는 단일공 복강경도 기복을 만들어내면 그 안의 해부구조는 기본적으로 일치했고 수술 순서도 마찬가지로 똑같았다.
변화가 있다면 그건 수술 방식이 개량되는 것뿐이었다.
수술의 형식화를 유지할 수 있고 심지어 더 엄격하게 지키면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더욱 좋은 일이다.
규범화된 수술은 하기도 순조롭고 예후가 안 좋다고 해도 일정 수준은 된다.
일반 의사들은 보통 안전하게 수술을 끝내기를 바라고, 좀 더 순조롭고 속도가 더 빠르면 당연히 더 좋아한다.
그러나 능연은 달랐다.
시스템이 준 기능과 달리 담낭 절제술은 아직 전문가급이라 수술하면서도 어색함을 느꼈다.
일반 3공 복강경은 그래도 순조롭게 할 수 있는데 조건이 더 까다로운 단일공 복강경을 시작한 후 더 명확하게 차이를 느꼈다.
능연은 그동안 자신이 했던 단일공 복강경 하 담낭 절제술이 고작 두 자릿수라는 걸 깨달았다.
의사에게 두 자릿수 수술 건수도 사실 적은 편은 아니다. 충수염 같은 가장 흔하고 가장 많이 하는 주력 수술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수술은 보통 두 자릿수 수준이었다.
개복, 3공 복강경으로 세분하면 수량은 더욱 적어진다.
선임 주치의라고 해도 그렇게 많이 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능연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특이하긴 했다.
능연은 생각하면서 수술했고, 유형이 다른 수술의 차이를 느끼려 했다.
이런 차이는 환자 혹은 참관하는 의사들은 체험할 수 없다. 특히 마스터급 기술을 접한 적 없는 의사는 담낭 절제 같은 이런 작은 수술에서 그다지 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능연은 얼렁뚱땅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수술 몇 개 남았습니까?”
능연은 눈으로 모니터를 보고 환자의 담낭을 들어 올리면서 질문했고 수술실이 순간 고요해졌다.
능연은 평소에 수술실에서 이야기를 잘하지 않으니 그가 입을 열면 수술실의 다른 의사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오늘은 다섯 건.”
장안민이 냉큼 대답했다.
오늘 수술은 모두 간담췌외과 환자였다. 요즘 응급센터와 간담췌외과는 형재자매처럼 사이가 좋았지만, 편함을 따지자면 다른 진료과 환자와 침대를 차지하는 게 제일 나았다.
능연은 그렇게 수술을 많이 하고 싶지 않아서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많아요. 선생님, 할 수 있겠어요?”
“할 수는 있지······.”
“그럼 나머지 다섯 건, 다 선생님이 하세요.”
장안민이 멍해져서 대답하는 말에 능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 그럼 님은요?”
“전 생각 좀 해볼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능연도 아직 생각이 없었다. 운화병원 간담췌외과가 너무 약체고 가장 강한 하원정은 전공이 간이라 그에게 담낭을 배우느니 차라리 혼자 연구하는 게 나았다.
그러느니 담낭 절제를 할 수 있는 일반 외과 의사가 더 나았지만, 일반 외과 큰 주임이 마스터급 수준이긴 한지 모를 일이었다.
능연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시스템이 퀘스트를 제시했다.
- 퀘스트: 배움을 구하라
- 퀘스트 내용: 담낭 절제술을 마스터급까지 올려라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 상자
능연은 입을 삐죽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전문가급으로 올릴 때 중급 상자더니, 마스터급도 중급 상자? 이건 좀 너무한데?
시스템 제시어가 몇 번 깜빡였지만, 내용은 여전히 변함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