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는 배우 진지하게 배웠다.
그는 매일 아침 레지던트들과 함께 병실을 회진하면서 입출원 일지, 검사 리포트, 외과 협진, 내과 협진, 여원을 도와 참고 문헌 서치 등 능력이 닿고 또 해야만 하는 사소한 일을 했다.
그렇게 충실하고 강인하게 오후까지 일하다가, 응급 수술이 없으면 한숨 돌리면서 밤까지 버틸 스태미너식을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예정된 순서대로 수술실에 들어가 장안민이 집도하는 수술을 도와 복강경을 들고, 연문빈이 집도하는 수술 현미경을 들고, 마연린이 집도하는 수술에서 다리를 들며 충실한 오후를 보냈다.
운이 매우 좋아야 겨우 능연의 수술에 배정되고, 대부분 시간은 그저 수술실을 배회했다.
수술 한 건마다 조수는 제한적이고, 능연이 매일 진료과 전체의 수술량을 혼자 한다고 해도 퍼스트, 세컨드 어시 자리는 여전히 치열했다.
수련의라서 가장 편리한 점은 바로 근거리에서 수술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좀 가까워진 다음엔 질문도 할 수 있겠지만, 능연의 어시는 대부분 연-마 위주였다.
그렇다고 해도 임기로서는 모처럼의 기호였다.
그는 이미 선임 주치의였고, 이제 돌아가면 전력으로 무장해서 부주임 경쟁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었다. 부주임이 된 후에는 다시 이렇게 병원을 몇 달 떠나 전심전력으로 기술을 올리기에 몰입할 기회는 이제 요원할 것이다.
그걸 너무 잘 알기에, 임기는 특별히 더 노력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저녁 8, 9시에 퇴근하는 스케줄도 모두 견뎠다. 어차피 숙소로 돌아가도 잠자는 것밖에 없으니 일분일초도 아끼고 싶었다.
그렇게 닷새 정도 버틴 임기는 어느새 그런 스케줄에 익숙해졌다.
지금은 새벽 4시에 아무런 기탄없이 환자를 깨워 피를 뽑고, 새벽 6시에 족발을 들고 뜯으면서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보고, 오후 쉬는 시간에 여원과 함께 응급실에서 이물질을 꺼내기도 했다.
점점 운화병원 응급센터 생활에 익숙해진다고 생각할 즈음, 임기는 새로운 스케줄을 들었다.
“내일 아침에 좀 일찍 출근하세요. 수술 많이 할 겁니다.”
마지막 수술을 끝냈을 때, 능연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
“수술과에 통지할게. 구체적으로 몇 시?”
좌자전은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한 시간 반 일찍 오죠. 2시 반에 수술 시작합니다. 수술 참여 의사는 더 일찍 오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시간 나눠서 출근하세요.”
“며칠 내내 이렇게 해?”
“네. 응급센터 수술부터 끝낼 생각이에요. 그리고 일반 외과 수술하고.”
능연은 여전히 매일 일반 외과 단 주임의 단일공 복강경을 참관했다. 스스로 배우는 기술은 시스템이 주는 기술과 비교할 수 없어서 단번에 올라갈 수 없으니 매일매일 조금씩 갈고 닦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길어지니 능연은 어쩐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천은 수술을 보통 9시에 시작하고 가끔 10시에 시작하는 때도 있었다. 매주 이삼일, 하루에 세 건 정도 수술하는 단천의 수술 일정을 따져보니, 아침 두세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능연이 수술하지 않는 시간에 수술했다.
능연의 명령을 들은 좌자전은 바로 깨달았다.
“이렇게 아침에 조금 일찍 수술하면 응급센터 수술엔 영향을 주지 않는군.”
“그렇죠.”
능연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배정해 볼게. 아침에 최대한 간 절제 같은 수술 하고 8시쯤엔 슬관절경 같은 수술 하자고. 이러면 수술실도 잘 나눌 수 있고 좋네.”
좌자전은 매우 자연스럽게 방안을 세웠고 능연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듣다가 벌써 넋이 나간 임기의 머릿속엔 오로지 한 마디만 맴돌았다.
아침이 아냐. 그건 새벽이라고 새벽!
그러나 수련의의 생각 따위, 중요치 않았다.
다음 날부터 능연은 포션을 삼키면서 응급센터 수술량을 다시 되돌렸다. 그리고 그가 단천 수술을 보는 시간엔 다른 의사는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욕심 있는 의사는 정말로 쉬러 가지 않았다.
단 주임도 점점 능연이 수술실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특히 아침에는 이제 지각하지도 않는데 능연을 보면 괜히 묘하게 뜨끔했다.
“능연아, 이런 기세는 정말이지 곽 주임님도 넘어서겠다.”
어차피 일반 외과 주임인 단천은 응급센터 가지고 농담 살짝 한다고 전혀 개의치 않았다.
능연은 그저 담담하게 단천을 힐끔 바라보고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고,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말 걸기도 어렵잖냐.”
점점 능연과 친해진 단천은 말도 조금 쉽게 했고 능연은 여전히 담담하게 단 주임을 바라볼 뿐이었다.
“전 원래 말이 별로 없는걸요.”
“에에? 알기는 아냐?”
단 주임은 흥분 상태로 돌입해서 순간 수다 모드로 전환했다.
“그래도 내 생각엔 말이야, 이런 학습 태도는 칭찬 받아야 해.”
띠리링.
수술실 벽에 있는 전화기가 갑자기 울리는 바람에 모처럼 수다 모드가 된 단 주임의 말이 잘렸다.
수술실 사람들 모두 표정 관리를 했다. 당연히 수다 떨자고 수술실 전화기가 울리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여보세요?”
먼저 전화를 받은 순회 간호사가 대답하고는 수화기를 단 주임 곁에 가지고 왔다.
“주임님 찾아요.”
“가지고 와.”
단 주임이 어깨를 으쓱하며 수화기를 귓가에 대라고 눈짓했다.
“주임님, 저 지금 수술 중입니다만”
“능연 거기 있나?”
일반 외과 과 주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 단 주임은 머뭇거리면서 능연을 바라봤다.
“네, 여기 있습니다만.”
“어때? 좀 친해졌나?”
“조금은요?”
“저기, 수술 끝나고 잠시 능연 좀 데리고 나오겠나? 환자 소개 좀 하려고.”
일반 외과 주임의 목소리는 단조로워서 기분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단 주임은 바로 알아들었다. 선물을 하사할 생각이구나!
단 주임은 저도 모르게 능연을 흘끔 보고는 긴말할 생각 없이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이따 같이 가겠습니다.”
“잘 모셔와.”
일반 외과 큰 주임은 한 마디 덧붙이고는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