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11화 (592/877)

수요일, 날이 밝자마자 학생 무리가 학교를 향해 몰려갔다.

운화대학은 학구열이 높은 편이라 도서관과 자습실은 항상 모자라는 상태고 특히 의대생은 언제나 읽을 책이 넘쳤다. 시험 기간에는 중학생과 다름없는 캠퍼스 생활을 보내곤 했다.

학교 졸업 후 의사가 되어서 환자를 연습 상대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학생 때 이렇게 해야만 한다.

그러나 제윤조의 인생 목표는 기자가 되는 것이었다.

어리고 뭘 몰라서 의대를 선택했지만, 들어온 후에 죽어라 힘들고, 개같이 더럽고, 미칠 듯이 어려운 공부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기자는 요즘은 좋은 평판도 못 듣고, 돈도 많이 못 벌고, 권력도 크지 않지만, 집에 돈이 많아서 그런 건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딱히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기자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을 위해서 제윤조는 새벽 5시면 일어나서 학생들이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갈림길에 카메라를 세팅하고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었다.

찍고, 찍고 또 찍고 찍다 보니 갑자기 웃음이 났다.

“뭐가 그렇게 웃겨?”

곁에 있던 동호회 남자가 이때다 싶어 허리를 폈다.

“최근에 슈트 입은 남자가 많아진 거 같지 않아?”

제윤조가 가리키는 쪽에 남자 1/3은 각양각색의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직장인에게는 흔할지 몰라도 학생에게는 매우 특이한 장면이었다.

동호회 남자는 저도 모르게 본인 슈트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슈트가 왜? 뭐 입든지 상관없지. 게다가 우린 이제 곧 사회인이 되는데 미리 연습하는 거지.”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냥 해본 말이야.”

제윤조는 옆에 남자도 슈트를, 그것도 스트라이프 슈트로 입은 걸 보고는 바로 대화를 종료했다.

남자는 미간을 좁히더니 다시 엎드려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그러더니 한참 후에 남자는 제윤조를 등진 채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여친 있어.”

“어.”

“사이 좋아.”

제윤조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볍게 대꾸했더니 남자가 한마디 더 덧붙였다.

“넌 못생겼는데 생각은 참 예쁘게 하는구나.”

제윤조도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돌려 크고 굽은 뒷모습을 힐끔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능 선배 보고 안구정화 해야겠다.”

남자가 놀라서 돌아서자, 제윤조는 짜증 난다는 듯 그의 얼굴을 흘끔 보고는 사진 찍을 생각도 사라져서 물건을 정리하고 자리를 뜨면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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