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12화 (593/877)

계단식 강의실에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400개 좌석을 가득 채웠고, 남은 학생은 통로와 창틀을 가득 채웠다.

열심히 돌아가는 교실 에어컨도 이렇게 많은 학생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열열한 분위기에 현장 온도가 계속 올라갔고 격정이 들끓는 파워가 느껴졌다.

“능연 정식 강의하는 첫날이지?”

무 원장은 조용히 건물 3층 창밖에 서서 작은 창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수업에 영향을 줄까 봐 안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어쩔 수 없었다.

스무 살에서 서른 초반의 조교 강사가 천지라고 해도 그들의 수업은 능연과 나란히 거론할 수 없었다.

능연이 이렇게 대규모의 학생을 모은 것은 선택과목에 불과하다고 해도 굉장히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원래 인원 제한할 생각이었는데, 제한해도 소용이 없어서 그냥 좀 비좁게 앉게 뒀습니다.”

무 원장 곁에 있는 교학부 간부가 따라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게 그냥 비좁은 정도가 아니지.”

세 사람이 두 자리 좌석에 앉았을 뿐만 아니라 복도와 창틀에도 사람이 가득한 장면을 무 원장은 똑똑히 보고 있었다.

간부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못 들어간 사람이 밖에도 있습니다. 난리를 피울까 봐 걱정입니다.”

무 원장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가자 남자가 다급하게 덧붙였다.

“아니요. 난리를 피우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을 보내 지켜보라고 했습니다.”

“이제 능연한테 달렸지.”

무 원장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긴말 없이 그렇게만 말했다.

“당연히 순조롭겠죠.”

돈 받지 않고 내뱉은 덕담은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고 교학부 간부는 진지한 척을 하면서 계단식 강의실을 내려다봤다.

계단식 강의실의 수용 인원은 대강당에 버금가고 정상 강의실 중에 가장 큰 교실이었다.

운화대학 계단식 강의실에 트라우마 있는 교수도 많았다.

이 교실은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많고 가득 차면 매우 보기 좋지만, 다 채우지 못하거나 특별히 적을 때는 강당에서 바라볼 때 껄끄러울 대로 껄끄럽다.

의대 교수는 임상 기술이 좋든 아니든 강의 스킬이 별로면 학생들이 싫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학교라는 곳은 교수가 잘 가르치지 못하면 수입과 명성에 영향을 받고 체면도 손상되는 곳이다.

교실에 웅성웅성하는 대화 소리가 끊임없이 퍼지자 점점 짜증이 났다.

무 원장도 못 견디고 팔을 들어 시간을 봤다.

1분 후면 강의 시간이었다.

그때, 능연이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람들은 눈도 돌리지 못하고 그저 옥스퍼드 화를 신고 무늬가 전혀 없는 단순한 흰 셔츠를 입은 능연을 바라봤다.

찰칵.

찰칵찰칵.

미친 듯한 셔터 소리가 교실 안의 주 멜로디가 되었다.

능연은 그런 상황도 덤덤하게 대하면서 손에 든 책을 내려놓았다.

“자, 수업 시작합니다. 간 해부학.”

해부학보다 단순 간 해부학이 더욱 간단하고 전문적이었다.

아직 실습 전인 의대생에게 단순 간 해부학을 배우는 건 어쩌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대다수 의사는 10년이 흘러도 간을 건들지도 못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능연은 학교 때나 지금이나 대부분 의사의 생각을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과목으로 강의하기로 결정되자 망설임 없이 간 해부를 선택했다.

본인이 가장 익숙하기도 하고 후배들에게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지식이라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이 있어도 별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은 다른 사람 목숨으로 연습하면서까지 인체를 다루지 말고 다른 일을 구하면 된다.

“이건 우리 진료과에서 만든 간 모형입니다.”

능연은 가지고 온 상자에서 1:1 비율 간 모형을 꺼내서 모니터 앞에 선보였다.

“오늘 수업에서 실제 케이스를 많이 보여드릴 겁니다. 우선, 정맥부터 보겠습니다.”

능연은 간 모형을 만지면서 설명했다. 그리고 강단 뒤에 숨어 있던 여원이 리모콘을 들고 빔프로젝트에 능연의 수술 영상을 틀었다.

문정맥 박리 동영상이 나오자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보기 시작했다.

영상 속 박리가 어찌나 깔끔하고 야무진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느낌이 들었다.

“지난 세기 50년대부터 간 내 담관 구조 특징과 분포 규율에 근거하여 간 분절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먼저 국제 공인을 얻은 것은 쿠이도(Couinaud) 분절 시스템이며······.”

“REX는 부식 캐스트 폼 표본으로 간 내 문정맥 분포를 연구했습니다.”

“칸틀리(Cantlie)는 주입 방법으로 간 유입 혈관 분포를 관찰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영상과 모형을 보여준 능연은 간 분절 방법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딱히 강의하는 재능이 없지만, 목소리가 듣기 좋고 외형이 완벽하니 그만이었다.

학생들은 취한 듯, 꿈꾸는 듯 수업을 들었고, 수많은 교수가 꿈꾸는 그 장면을 능연은 첫 수업에 이뤄냈다.

학생들의 눈은 능연의 동작을 따라 움직였고, 능연의 목소리를 따라 춤을 추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맴도는지 몰라도 전체 클래스 분위기는 사적으로 대화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일 정도로 학구열이 넘쳤다.

능연이 수시로 질문까지 하니 말이다.

“여섯 번째 줄 안경 쓴 학생. 8개로 나뉘는 간 분절 구역을 설명해보세요.”

“셋째 줄 남학생, 간 내부 해부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보세요.”

“문정맥 좌측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대학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질문 없이 설명만 하는 수업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질문을 받은 학생은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바짝 긴장했다.

물론 강단에 있는 게 능연이라 가능했다. 다른 교수가 질문했다면 학생들은 대답을 할 수 있든 말든, 대답을 잘했든 아니든, 본인도 전혀 신경 쓰지 않겠지만.

제윤조는 강의실에서 몇 안 되는 수업에 집중 못 하는 사람이었다.

잘 알아듣지 못하기도 했고, 능연의 사진을 찍고 뉴스를 꾸미는 데 정신이 집중되어 있어서 그랬다.

“모든 순간이 뉴스거리네.”

“그 정도까진 아니잖냐.”

낮은 목소리로 꿍얼거렸지만, 제윤조 옆에 앉은 학생들에겐 잘 들렸다. 왼쪽에 앉은 여학생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고개를 숙인 채 키보드를 두드리던 남학생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투덜댔다.

“하하하.”

제윤조가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때, 계단식 강의실 뒷줄에 앉은 다른 남학생이 안경을 들어 올리면서 말을 꺼냈다.

“다른 건 몰라도 능 선생님 강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명강의니까 다들 열심히 들어라.”

“칫.”

“꺼져.”

이번엔 키보드 남뿐만 아니라 제윤조도 언짢아했다.

수업을 열심히 들어서 뭐하려고,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데.

뒷줄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마음대로 해라. 어쨌든 나중에 병 생기면 날 찾아와라. 깔끔하게 절제해줄게.”

“됐거든.”

“내가 왜 병이 생기냐?”

“병 생기면 교수님 찾아가면 되지. 그런데 네가 병이 생기면 누구한테 가려고?”

제윤조가 담담하게 묻는 말에 뒷줄 남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땐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길 바라야지. 부분 마취하고 내가 내 수술하는 거지.”

그 말에 학생들은 순간 이런저런 상상에 빠졌다.

능연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수업을 진행했다.

이미 처음 하는 수업도 아니라서 경험이 생긴 다음 다시 수업하니 훨씬 더 잘 컨트롤되었다.

태생적으로 웃긴 이야기를 할 줄 모르는 능연은 15분 동안 간 분절 방법을 설명한 후에 살짝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있는 학생 여러분, 운화병원에서 실습하고 싶으면 수업 끝나고 신청하세요.”

졸고 있던 학생들은 그 말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의대생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당연히······ 수업이었다. 전공을 잘 골랐다는 건 매해 기말고사가 대입 시험과 같다는 것이다. 의학은 토할 때까지 공부하고, 알아서 양호실에 가서 구토 억제제를 받아 오면 되는 학문이다. 다른 전공 학생과 비교해서 의학 전공 학생의 장점이 바로 양호실이 전문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업이 아닌 실습은 사실 매우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다들 몇 년이나 그렇게 열심히, 진지하게 노력하는 것도 바로 특기를 발휘할 수 있길, 존경받길 바라서일 테니 말이다.

아무리 꼴통이라도 가능하면 가장 좋은 병원을 가고 싶어 하고, 대다수 학생은 무의식적으로 기술이 어려운 진료과를 선택하기까지 한다.

능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많은 학생이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

“수업이 끝난 다음 신청하면 됩니다. 능 선생은 현재 운화병원 응급센터 능 치료팀의 책임자입니다. 실습생을 네다섯 명 받을 계획이니, 수업이 끝난 후 인터넷에서 신청하면 됩니다.”

여원이 나서서 하는 말에 손든 학생들이 온순하게 손을 내렸다.

“학년 제한 있나요?”

“3학년도 실습할 수 있나요?”

“지금 누가 얘기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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