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능연은 곽종군을 따라 단숨에 크러쉬 트라우마 환자 두 명을 처리하고 나서야 숨을 돌렸다.
응급센터로 온 환자는 모두 처리했거나 지금 처리 중이었다. 능연은 아직 외상 구급 방면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서 곽종군을 어시스트 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었다.
곽종군 역시 능연의 기술 조공하에 순조롭게 손을 놀리면서 통쾌해서 눈썹까지 치켜들고는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 좋은 놈은 역시 달라.”
곁에 있던 초짜 의사는 벌써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지만, 열심히 아부할 수밖에 없었다.
“곽 주임님 말씀이 옳습니다.”
“능 선생 실력 정말 끝내줍니다.”
“이번 환자는 참 운이 좋군요.”
곽종군은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져서 수술실에 그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운화 응급의학과 20년 차 과 주임으로서, 곽종군의 인생 후반부엔 언제나 누군가 알랑거리는 사람이 있었고, 누군가 칭찬하는 사람이 없는 수술은 순조롭지 않을 정도였다.
누군가 열심히 손바닥을 비빌 때, 곽종군의 사고 회로는 더욱 날카롭게 회전했고 항상 높은 수준으로 발휘되었다.
일반적인 위급 환자라면, 곽 선생의 실력이 높은 수준으로 발휘될 때 살아남을 확률이 못해도 2~30%는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곽종군은 초짜 의사의 작용과 가치를 제대로 활용한 셈이다.
알랑거림과 찬양에 너무 익숙한 능연은 오히려 그런 면에 둔감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동안 특히 이런 대형 수술 어시스트를 선 적 없는 능연은 연달아 세 시간 수술하고는 반 무뇌 상태의 쾌감을 느꼈다.
그냥 간단하게 제가 해야 할 범위 안의 일이나 하는 이런 수술은 지금 능연에게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환자의 비장을 완벽하게 절제한 다음 마취의와 곽 주임이 협력해서 환자의 다리를 보존해내는 모든 과정에 현재 운화병원의 정상급 기술이 모두 담겨 있었다.
“우리 병원으로 온 환자 중에 유일하게 현지인이 아니네요. 안 됐어요.”
오늘 마취의인 ‘개’ 마취의는 소식에도 밝고 말도 많은데 환자 상태가 안정되자 바로 말문을 열었다.
“현지인도 아닌데 팔채향 같은 곳에서 뭘 했다냐?”
아부 버프가 있어도 수술 두 건은 힘들기는 힘들었던 터라, 곽 주임은 허리를 펴면서 마무리 작업을 내던지며 물었다.
“배낭여행 중이었답니다.”
“혼자?”
“그럴걸요? 그쪽은 걸을 만한 노선도 없고 다 숲인데 말이죠. 그러다가 산사태를 겪고도 살아남은 걸 보면 명은 긴 모양입니다.”
“다리도 지켰고. 보아하니 앞으로 걸을 순 있어도 뛰는 건 별 기대 못 하는군.”
곽종군이 나른하게 대답했다.
“절단보다 낫죠. 다 주임님 덕 아니겠습니까.”
마취의는 이때다 싶어 한마디 하고는 계속 이었다.
“정형외과에서 가져간 환자는 아직도 처리 중인가봅니다. 아무래도 크리티컬 인저리(critical injuries: 치명 외상)는 주임님이 하시는 게 낫습니다. 경중 완급, 전후 순서를 따지는 것만 해도 주임님 따라잡을 사람이 몇 없죠.”
곽종군은 싱긋 웃으며 받아들이고는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능연도 여기 있어서 복강 수술이 빨리 끝났네. 덕분에 대퇴부 응급처리도 빨랐고. 간에 손상이 없고 위장도 큰 탈 없어서 망정이지, 논문 써도 될 케이스였네.”
“맞습니다.”
“아깝네요.”
“너무 일반적인 외상이었어요.”
다들 열심히 곽종군에게 아부하는 그때, 능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러자 간호사 소몽설이 예민하게 튀어 올라 능연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르고 능연의 귓가에 가져다 댔다.
-능 선생, 능 선생? 나 학명인데, 우리 팔채향 못 버틸 거 같아. 지원 좀 받을 수 있을까?
핸드폰에서 날카로운 항학명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