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는요?”
능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수술실이 바로 조용해졌다.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환자의 복강을 집중해서 주시했다.
“80/40.”
소가복이 살짝 얼굴을 찡그리고 대답했다. 이상적인 혈압은 아니었다.
능연은 그저 눈썹을 치켜들었다가 ‘약 용량 주의’라고 덧붙이고 한 손을 환자 복강 안에 깊이 찔러넣었다.
“맨손 지혈이군.”
좌자전은 갑자기 자랑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벌써 능연이 맨손 지혈하는 것을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묘한 전율이 일었다.
천부적인 재능과 기술이 어우러진 것이고 일반 의사라면 아무 때나 ‘신기(神技)’라고 거들먹거릴 만한 기술이었다.
채경은 다시 한번 충격을 먹었다.
외과의는 사실 매우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복강경이 오래도록 발전해오는 동안, 개복을 고집하는 외과의도 적지 않은데,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 중에 복강 안 상황을 직접 맨눈으로 보고 싶기 때문인 이유가 컸다.
채경이 더는 올라가지 못하는 입방정 선임 주치의인 건 맞지만, 그도 외과의였다.
능연의 동작을 본 채경은 조금 더 똑똑히 보고 싶어서 어색하게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확실히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환자 복강 안에 대량으로 고인 피가 뽑혀 나가자, 손상된 간이 보였다. 살짝 색이 변해 분홍빛을 잃은 간은 머리카락 없는 바비인형처럼 귀염 포인트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남은 것은 순수한 더러운 피와 간 조직뿐이었다.
내가 이런 케이스를 만났다면, 어떻게 했을까?
채경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능연의 실제 조작과 비교하며 상상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비틀어 좌자전을 힐끔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수술 제법이구만요.”
“성립에서는 못 하는 수술을 해서 말이죠?”
좌자전이 곁눈으로 그를 보며 대답했다.
“우린 할 형편이 안 됐을 뿐입니다.”
반박한 채경은 다시 고개를 돌려 능연의 수술을 지켜봤다.
1분, 5분.
채경은 벌써 문정맥을 찌르고 있는 능연의 노선이 본인 것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문득 깨닫고는 저도 모르게 정신을 집중했다.
수술 방식이란 일종의 방정식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방정식 해법이 다르다는 건,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수술 방식이 그렇듯이.
채경은 이미 욕심 없는 의사였지만, 능연의 손놀림엔 어느 정도 호기심이 있었다.
능연은 수술대 위에서 한 손을 환자 몸 안에 넣고 한 손으로만 움직이면서 놀랍게도 매우 빠르게 혈관 타이를 끝냈다.
채경은 능연이 원단(遠端) 차단으로 출혈을 잡았다는 것을, 그가 손을 빼냈을 때야 겨우 알아차렸다.
얼마나 간 해부에 익숙하면 이렇게 할 수 있지?
채경은 능연의 동작을 계속해서 보면서 ‘이런 기술은 어떻게 배우는 거지’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연 선생님, 마무리하세요.”
그런 생각을 하는데 능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능연은 대부분 봉합을 거의 처리하고 나머지를 맞은편에 있는 조수 연문빈에게 넘겼다.
연문빈도 마찬가지로 노련한 동작으로 작은 봉합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채경은 그런 연문빈을 뚫어져라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티 나죠? 저 요즘 이두박근 만들었거든요.”
열심히 손 놀리던 연문빈이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더니 채경을 향해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목을 움직이면서 근육에 힘을 바짝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