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29화 (610/877)

“현지 황소도 사실 참 괜찮습니다. 전에 일부러 우리 팔채향 소를 찾아온 사람도 있었어요.”

집주인인 항학명이 적극적으로 모두를 접대했다.

술을 안 마시는 능연은 그저 미소만 지었고, 중년 현지 의사는 바로 알아듣고 손을 거두고 미소로 응답했다.

“능 선생님, 어서 고기 먹어요.”

전칠이 열정적으로 공동 젓가락으로 소고기를 집어 자연스럽게 능연에게 건넸다.

양쪽에 늘어선 전 가 사람들은 놀라서 전칠을 바라봤다. 막으러 나오려고 움찔하다가 참아낸 사람도 있었다.

“네, 전칠 씨도 먹어요.”

능연이 웃으면서 대답하고는 소고기를 통째로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전칠은 눈웃음을 지으며 토실토실한 소고기를 집어 들어 입을 가리고 입 안에 넣었다.

“감자?”

전칠이 다시 감자를 집어서 내밀자 능연이 ‘네’ 하고 대답하더니 숟가락을 들면서 밥 먹겠냐고 물었다.

“좋아요. 조금만 줘요. 살쪄요.”

“신체 비율도 좋고 근육도 충분해서 많이 먹어도 상관없어요.”

전칠이 배를 문지르며 고민하는 모습에 힐끔 본 능연이 대답했다.

끝까지 다 듣기도 전에 전칠은 첫 마디만 듣고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테이블에 앉은 채경은 멀리서 그런 능연과 전칠의 모습에 다시는 힐끔 대지 않고 고개 숙인 채 열심히 먹기만 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사람들 접대하던 좌자전은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채경이 헛소리를 할까 봐 묻지는 못했다.

메인 테이블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능연은 말수가 없지만, 서로 잘 아는 성립 주임들과 말주변 좋은 제약 회사 직원도 있고 음식 맛이 좋으니 분위기는 매우 빠르게 좋아졌다.

성립 주임들은 최근에 아부를 별로 못 듣고 온종일 채경의 입바른 소리만 들었으니 말주변 없는 제약 회사 직원이라도 여기서는 먹힐 정도였다.

“마을 KTV 영업을 시작했답니다. 가서 노래나 부를까요? 능 선생, 노래 좋아하시나?”

주인도 손님도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나갈 때쯤 아쉬움이 남은 두 성립 주임이 열정적으로 요청했다.

“오후에 수술 있습니다.”

“응? 오후에도?”

능연이 무슨 소리냐는 듯 상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 모습에 정 주임이 뻔히 알면서도 묻고는 술기운을 빌어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워라벨, 워라벨 하지않나. 큰 수술 아니면 아랫사람에게 넘기지 그래요.”

능연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오후에 간 절제 수술 있습니다.”

연문빈이 곁에서 하는 말에 정 주임의 미간이 좁아졌다.

“간 절제? 오늘 오후에?”

“넵!”

연문빈이 재빨리 대답했다.

“팔채향 주민이 병원에 잘 안 와서 그렇지, 간 내 담관 환자가 적지 않더라고요. 전에 했던 간 절제 수술 환자가 퇴원했거든요. 우리가 간 절제도 하고 보험 처리도 잘 된다는 게 소문이 났는지 사람이 많이 찾아오네요.”

정 주임과 옆에 있는 이 주임이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그들이 멀쩡히 팔채향 분원에 온 이유가 뭐란 말인가. 바로 간 절제 해야 하는 환자를 그들이 처리하지 못해서였다.

설비 문제라고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역시 자신감 문제였다.

이 주임이든 정 주임이든 아니면 향 위생병원에 남아 있는 여러 성립 일반 외과 전문가든 간 절제 같은 복잡한 수술 앞에서는 함부로 장담하지 못한다. 그 결과 환자 동의 등 일련의 골치 아픈 과정을 지나 환자를 팔채향 분원에 보냈다가 다시 성립으로 보내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차라리 직접······은 당연히 아니고 병원이 돈을 내고 설비를 옮겨와서 능연처럼 수술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간 절제를 여러 건 했다고요?”

정 주임은 관심이라는 명목으로 작은 질투를 내보였다.

“오늘까지 다섯 건이요. 오늘부터 하루에 두 건씩 할 계획이고요.”

연문빈은 성립 의사가 ‘하문’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에 바로 뿌듯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쓰읍······.”

“대단하군.”

이 주임은 나이도 더 많고, 지금은 공공 위생이라는 항목을 찾아서 하고 있지만, 그래도 질투는 났다. 공공 위생 일이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하단 말인가. 그리고 이제 막 시작했는데 멍청한 부하가 말썽만 피운다. 그런데 ‘우리 병원 팔채향 의료 지원 활동 중에 고난도 수술 여섯 건 완성’이라는 타이틀이라니. 얼마나 통쾌할까?

기분 좋게 술 취한 두 일반 외과 주임은 갑자기 노래 부르러 가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친구 둘이 같이 놀자고 다른 친구 하나를 부르는데 갑자기 상대가 모의고사 문제 풀이를 잔뜩 풀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알게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 주임이 가장 먼저 떨쳐내고 술잔을 들어 안에 든 바이주를 단번에 마셨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멍청한 게 아니라니까. 팔채향 향민이 얼마나 똑똑하냐고. 능 선생을 잡은 건 전국 최정상 간 절제 의사를 잡은 거나 마찬가지지. 게다가 돈은 더 적게 들고. 팔채향 분원에서 현지인 수술하면 80%는 보험 처리되잖아.”

“지금은 특수한 때라 약도 공짜라서 전체 비용은 더 낮아집니다.”

연문빈이 한마디 거들었다.

“능 선생은 의사의 도리를 하는 거지.”

정 주임은 돈 들지 않는 아부를 하고는 화제를 바로 바꿨다.

“능 선생, 혹시 너무 바쁘면 나도 도움이 될 겁니다. 마침 며칠 팔채향에 있을 거고 딱히 중요한 일이 없거든요.”

“지금은 수술실이 문제지 손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쪽 테이블의 대화 내용을 들은 좌자전은 자리를 옮기면서 한마디 하고는 능연 곁에 앉았다.

“정 주임님, 우리 초짜 의사 일 뺏지 마십쇼. 팔채향까지 왔는데 수술도 못 하면 너무 불쌍하잖습니까.”

정 주임은 좌자전의 울퉁불퉁한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초짜 의사’라고 중얼거리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네네. 다 알아서 하시죠.”

아무리 군침이 넘어가는 먹이라도 당당한 성립 부주임 의사가 레지던트와 주치의와 함께 먹이 싸움을 할 수는 없었다.

“정 안 되면 부르시고요.”

정 주임이 한마디 더 하자 좌자전과 연문빈이 동시에 미소 지었다.

식사 후,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노래방 운운도 하지 않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능연을 따라간 것으로 들어갔다.

이런 환경에서 하는 간 절제 수술이라니, 결과가 어떨지 두 사람도 알고 싶었다.

“두 분 주임님, 이쪽으로 오셔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으세요. 샤워 시설도 최근에 새로 바꿨습니다.”

순회 간호사가 별 표정 없는 얼굴로 수술 복도 입구에 서 있었다.

“샤워해야만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인가?”

붙잡힌 것만으로 기분이 언짢은 정 주임은 술도 마셨겠다, 말투가 거칠었다.

오늘 순회 간호사는 책임 간호사 유 간호사였다. 두 성립 주임이 술을 마신 걸 깨닫고는 오늘의 임무가 복잡하리라 여겼다. 그는 두 사람 앞에 서서 공은 공, 사는 사라는 태도를 취했다.

“수술 구역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들어가려면 샤워해야 합니다. 현재 팔채향은 환경이 특수하니 더욱 지켜야겠죠. 두 분, 이해해 주세요.”

“특수할 게 뭐 있다고.”

“정 주임. 샤워가 어때서. 밥 사줘, 술 사줘, 이제 목욕도 시켜준다는데 좋잖아.”

정 주임은 술기운에 투덜댔고, 술을 덜 마시고 나이도 더 많은 이 주임이 정 주임의 말을 자르며 설득했다.

“혼자 하는 목욕이 뭐가 좋습니까?”

외과 의사 생활을 오래 한 정 주임은 음담패설이라면 뒤지지 않았고 힐끔 유 간호사를 바라봤다.

“두 분 함께 씻으셔도 모르는 척해드릴게요.”

유 간호사가 태연하게 대답하자 정 주임의 안색이 변했다. 그가 폭발하기 직전에 곁에 있던 이 주임이 그를 끌어당겼다.

“여기 팔채향 분원 아닌가. 샤워할 수 있는 게 어디라고. 가세, 가. 내가 등 밀어주지.”

이 주임이 웃는 얼굴로 정 주임을 끌고 가자 비틀거리며 몇 발짝 끌려간 정 주임이 그를 뿌리쳤다.

“됐습니다. 혼자 씻을 겁니다.”

“혼자 하는 목욕은 싫다면서.”

“그래도 주임님하고 씻기는 싫습니다.”

“아이고, 우리 때 목욕탕은 다 같이 씻지 않았는가. 내가 자네 등 밀어줄 테니 자네가 내 등 밀어주게. 진흙탕 길 지나 여기 온 것도 며칠이나 되지 않았나. 안 그래도 찝찝하던 참일세.”

“싫습니다.”

“말 듣게!”

“싫어요······.”

이야기 나누면서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목욕탕에 들어간 것처럼 희미해졌다.

“아이고 술을 마셔서 그런가 몸이 나른하구만.”

배불리 먹고 마셔서 몸은 나른해졌지만, 여전히 입은 방정인 채경이 뒤를 따라 나타나자 유 간호사는 역시 굳은 표정으로 그를 막아섰다.

“안에 자리 없습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기다려야 한다고? 어쩔 수 없죠. 자리가 없으니 뭐. 그런데 능 선생하고 조수들은 빨리도 씻었네요?”

채경은 떠보는 듯 묻었고 말에 유 간호사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나타났다.

“조수들은 안에 있고, 능 선생님은 따로 욕실이 있습니다.”

“따로? 팔채향에?”

“임시로 개조한 거라 돈 많이 안 들었어요. 임시로 새 욕조 설치하고 온수, 냉수 연결해서 간단하게요. 원래 있던 욕실보다 별로인데요, 뭘.”

놀라서 묻는 채경의 말에 유 간호사가 일부러 자세하게 설명했다.

“우린 주임도 단독 욕실이 없는데.”

끌끌거리는 채경의 모습에 유 간호사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그건 그렇겠네요. 우리 주임이 목욕하는 걸 보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능 선생이라면 다들 보고 싶어 할 테니.”

채경의 입방정이 실력을 발휘하자 유 간호사가 코웃음을 쳤다.

“좀 전에 ‘응’이라고 했죠? 그렇죠? 맞죠?”

채경이 연속 세 번 입방정을 떨었다.

“우선 손 씻고 슬리퍼 챙기셔도 됩니다. 새 슬리퍼 있으니까, 자주 쓸 거 같으면 이름 붙이셔도 되고요.”

유 간호사가 손을 휘두르며 채경을 몰아냈다.

채경도 나이가 많지만, 병원 사람도 아닌 선임 주치의 따위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

채경 역시 고분고분 한쪽으로 물러나 묵묵히 두 주임의 목욕 시간을 쟀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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