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가우는 수술실에 들어서자마자 옥골선풍인 능연이 가장 먼저 보였다.
예상은 했지만, 능연을 본 순간 뇌세포까지 활성화되는 걸 느꼈다.
위가우는 본인의 모든 프라이드를 끌어내서 겨우 머리통을 침대 위의 환자 쪽으로 비틀었다.
환자는 이미 여러 의사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열린 복강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환자 다리에 탄력 바지와 보온 바지, 그리고 사전에 알고 있던 상황이 있으니 지금 간 수술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쉿.”
먼저 들어온 여원은 둥근 의자에 올라선 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취의 소가복에게 기대서 수술을 보고 있었다.
문은 등지고 있었지만,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코를 벌름대보고는 들어온 사람이 바로 인삼 베이비 위가우라는 걸 확신했다.
위가우도 그 점을 느끼고는 어이없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이 꼬맹이 개코냐. 바디워시로 세 번이나 씻었는데.
여원은 능연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쉿’ 포즈를 하고는 또 수술대를 가리킨 다음 고개를 돌려 수술에 집중했다. 위가우는 알 바 아니라는 듯 입을 삐쭉였지만, 소리를 내진 않았다.
다른 병원이거나 다른 의사의 수술실이었다면 그렇게 고분고분할 위가우가 아니었다. 각지 병원을 돌면서 의사들을 얼마나 도발했는지 모른다.
다만, 그런 도발은 상대방의 상황을 완벽히 파악한 다음에 한 것이다.
능연을 대할 땐 느낌이 좀 달랐다. 그는 지금까지 능연이 했던 장시간 CPR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
심장외과 의사인 위가우는 심폐소생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능연의 심폐소생은 소름이 끼쳤다.
매번 표준적인 압력은 둘째치고 한 시간 이상 심폐소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능연이 정말로 환자를 구해냈다는 것, 환자가 후유증 없이 퇴원했다는 것이었다.
의사는 어찌 됐든 치료 효과로 말해야 하고 이론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론을 따지자면, 요즘은 연구 쪽 박사가 얼마든지 있고 전문 영역에서 임상의를 가볍게 깔아뭉갠다. 하지만 실전에서 직접 질환을 마주할 때는 연구 쪽 의사와 임상의는 랭크가 달랐다.
위가우는 지금까지 능연식 심폐소생을 재연하지 못했다. 물론, 바쁘고 기회가 많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재연하지 못한 건 못한 거라서 위가우 마음속엔 그 일이 내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위가우는 능연이 가장 능숙한 간 절제에서 그를 쳐부술 생각이었다. 적어도 팔채향 병원에서 능연을 격퇴할 생각이었다.
위가우는 낯선 수술실을 둘러보며 재빨리 레이아웃을 기억하면서, 각자 다른 설비들의 사용법을 떠올렸다.
한참 보고 있다 보니 이곳의 설비가 본인 기억 속에 다른 설비들과 매우 비슷하다는 걸 떠올렸다.
“이 병원도 원조했습니까? 여긴 논평 구병원 분원 아닙니까? 운화병원 참 손이 크네요. 마취 모니터링 기기는 필립스죠? 원조 제품도 수입품 씁니까?”
위가우는 정말로 기기에 익숙한지라 스윽 한 번 둘러보고는 바로 차이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는 오로지 열심히 수술만 하는 동년배 의사들과 달리 지방 병원 사이의 관계도 제법 잘 알고 있었다.
“수술실은 우리가 새로 만들었어요.”
살짝 까치발을 든 여원이 수술을 보면서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새로 만들어? 그게 무슨 뜻입니까?”
위가우는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운화병원 수술실을 카피해서 기구, 설비도 더 좋은 거로 바꿨다는 말이죠.”
“전부 카피?”
위가우가 경악했다. 수술실의 설비는 비싼 것도 저렴한 것도 있지만, 수술실을 통으로 카피하려면 분명 집 리모델링보다 더 비싸다.
그리고 이 수술실이라면 훨씬, 훨씬 비쌀 것이고.
위가우가 놀라고 있다는 생각에 여원은 묘하게 통쾌했다.
“산 건 아니고요. 제약 회사 거 빌렸어요. 재난 상황 끝나면 다시 돌려주거나 렌탈비를 내거나 해야죠.”
위가우는 혀를 끌끌 차며 부러움이 드는 마음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이런 대우는 그도 받은 적 없었다. 수술실 카피는 둘째치고 독립 수술실이 있다고 말할 형편도 아니었다. 진료과의 중심은 언제나 적 원사였고, 그는 적 원사의 총애 받는 제자일 뿐이었다.
사실 적 원사조차도 이런 대우는 불가능했다. 병원이 나날이 돈을 끌어모는 것 같아도, 지금 같은 구조로는 대부분 병원은 기초 건설 비용으로 은행에 빚을 잔뜩 지고 있어서 그렇게 통 큰 병원이 얼마 없었다.
“지방 병원이 좋긴 좋네.”
위가우는 잘난 척하며 탄식하고는 앞으로 걸어 나가서 여원 옆에 나란히 서서 수술대를 바라봤다.
모든 이의 시선은 복강 리트렉터(retractor. 견인기. 절개구를 넓게 벌려 처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구) 아래 드러난 간에 집중되어 있었다.
은빛을 띠는 스테인리스 리트렉터는 핏자국 하나 없이 환자 복부 근육과 지방을 밀고서 살짝 담황색이 감도는 지방을 드러냈다.
오늘 환자는 통통한 유형이었다. 옷 입었을 때는 정상체형으로 보였겠지만 전동메스로 피부를 잘라낸 다음에 드러난 황색 지방층은 환자 체면을 전혀 생각해주지 않았다.
“비표준 절개구군.”
위가우의 시선이 지방을 지나, 간을 스쳐 능연의 작은 절개구에 이르자 살짝 얼굴을 찌푸리면서 혼잣말을 중얼댔다.
“환자는 누굽니까?”
“현지인이요. 무료 진료라고 건강검진 했다가 조기 간암이 발견됐어요.”
여원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현지 공무원이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여원이 살짝 예민하게 대답했다.
“비표준 절개구잖아요. 특수한 환자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위가우의 말투에 확신이 가득찼다. 일전에 간 절제 연습하느라 일반 외과와 간담췌외과 사람도 제법 많이 접촉했었다.
요즘 간 절제하는 외과의는 기본적으로 양측 늑골 하 절개구로 하고 가끔 우측 L형 절개구를 선택하고 매우 소수만 비표준 절개구를 채택한다.
개복 수술이 점점 성숙하면서 일반 버전 간 절제는 양측 늑골 하 절개구로 기본적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고, 거기에 우측 L 절개구을 더하면 하지 못하는 간 절제 수술은 거의 없다.
한편, 비표준 절개는 변칙이라 난도가 더 높아져서 능력 있는 의사라도 특별 케어해야 하는 특수 환자가 아니면 굳이 채택하지 않는다. 일부러 자기 골칫거리를 올리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어느 정도 의미를 알아들은 여원은 눈알을 굴리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환자는 현지 농민입니다. 공무원 친척도 없고요.”
“그럼 왜 비표준 절개구로 하는 겁니까?”
“능 선생이 이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여원의 대답에 치켜 올라간 위가우의 눈썹이 축 쳐졌다.
“능 선생은 이런 절개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그럼 당신은요?”
수술을 지켜보던 위가우가 불쑥 묻자 까치발을 들고 있으니 힘들어서 마침 내려오던 여원이 의아한 듯 본인을 가리켰다.
“저요?”
“당연하죠.”
위가우가 누구한테 묻겠냐는 듯 좌우를 둘러보다가, 환심 사고 싶어 보이는 정 주임의 미소에 그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성립 일반외과 정 주임은 겨우 그거라도 몹시 만족했다. 그는 적 원사의 제자의 제자뻘이었다. 무협 소설 식으로 설명하자면, 문외 제자라 위가우 같은 정통파 제자와는 천지 차이가 났다.
서로 그런 관계라서 전화를 걸어 자리를 마련하라고 시킨 것이기에 위가우가 딱히 이득을 주거나 잘 보일 필요가 없었다.
위가우의 관심은 정주임보다 여원에게 더 쏠려있었다.
원래 이론 문제에 흥미를 느끼는 여원은 위가위의 질문에 삐뚜름하게 자란 버섯처럼 고개를 갸우뚱한 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실력이 된다면 당연히 작은 절개구가 나은 거 같은데요.”
“하, 젊군.”
위가우는 저도 모르게 적 원사가 본인에게 자주 쓰는 말투로 여원을 평가했다.
“무슨 뜻입니까?”
여원이 물에 불은 버섯처럼 볼을 부풀렸다.
“절개구가 작으면 수술 난도가 변칙적으로 늘어난 거나 마찬가집니다. 실력? 환자의 복강을 열기도 전에 실력이 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안다고요. 간 절제 수술은 심장처럼 위기일발의 수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할 수술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작은 절개구 수술은 하지도 말고 다들 큰 절개구만 해야겠네요.”
“이러니까 어리다는 거지. 젊은 의사나 작은 절개구를 좋아합니다. 실력 증명하려고요. 선임 의사는······ 선임 의사는 실수 방지를 최우선으로 둡니다.”
위가우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수술 시작할 때 절개구를 크게 내면 사람들이 실력 없는 의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술하다가 절개구가 너무 작아서 더 크게 내면, 그때는 사람들이 당신의 초기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할 거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여원은 할 말이 없어 눈을 깜빡이며 위가우를 바라봤다.
“인삼 베이비가 생각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네요. 당신 사실은 인삼이 아니라 장삼 아니에요?”
위가우는 하고 싶은 말이 한가득하였는데 하지도 못하고 결국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사람들이 표준 절개구를 쓰는 건 안전 때문입니다. 간 절제처럼 리스크가 큰 수술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나중에 문제가 생겨서 환자가 고소라도 하면, 이 비표준 절개구로는 입이 열 개라도 해명 못 한다고요.”
여원은 생각하는 바가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였고 위가우의 얼굴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 말이 일리 있죠?”
“이러나저러나 간 절제 수술에 자신 없다는 거네요.”
여원의 눈빛은 30% 파악, 30% 깨달음, 50% 동정이었다.
“수술을 자신으로 하면 안 되죠.”
위가우는 120% 속 쓰린 마음으로 강인하게 말했다.
“흠, 다 틀린 말이네요.”
여원은 이번엔 심사인의 느낌으로 무시하는 듯 입을 삐죽였다.
“이제 좌우 관상 인대 모두 절제합니다.”
능연이 한마디 하고는 잠시 기다리다가 조수들이 모두 상황을 파악하자 다시 손을 놀렸다.
“이런 작은 절개구로 관상 인대를 절제는 건 쉽지 않을 걸요.”
그 말에 위가우가 눈빛을 집중하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여원은 실제 조작이 서툴러서 그렇지, 이론은 충실한 편이라 그 순간 더욱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소위 관상 인대란 인체를 좌우 양쪽으로 절단한 해부면이다. 관상 인대는 간 관상면에 있고 환자 복막과 기본적으로 수직이다. 다시 말하면 의사들이 수평 위치 환자 수술할 때 관상 인대 전체를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정규적인 큰 절개구면 이럴 때 여러 가지 대응 방법이 있지만, 능연은 오늘 작은 절개구를 선택했다.
여원은 조금 걱정하는 마음이 들어 능연을 바라봤다.
바로 이 순간, 능연은 얼굴 가득······ 탐구······하냐?
다시 유심히 봐도 마찬가지였다. 능연은 놀랍게도······ 즐기냐?
능연은 확실히 즐기고 있었다.
관상 인대보다 낮은 상태는 전에 필름 볼 때도 어느 정도 추측했었지만, 정말로 환자 복강을 열어야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오늘 수술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했다.
능연은 이런 도전을 즐기는 편이었다.
능연이 하고 싶어도 할 기회가 지극히 드문 수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수술에 난제가 더 생기는 건, 능연으로서는 맛있는 음식을 즐길 때 서프라이즈 메뉴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다급해하지도 않고 느릿느릿 수술을 계속했다.
당길 건 당기고, 떼어낼 건 떼어내고, 막을 건 막고.
수술대 위의 모습을 보지 않고 능연의 손만 본다면 ‘이 녀석 요리 잘하네’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술대를 다시 보고 능연이 실제로 뭘 하는지 알아차린다면 더욱 느낌이 다를 것이다.
“관상 인대 절제했습니다. 이제 잠시 혈류 차단을 끝냅니다.”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클립을 뽑았고 위가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가 더욱 정신을 집중했다.
“어때요? 팔채향은 작은 절개구에 적합하죠?”
마음이 놓인 여원이 머리통을 인삼 베이비를 향해 돌렸다.
위가우는 지기 싫어서 억지를 부렸다.
“음. 하지만 그래도 적용성은 복강경보다 떨어지네요. 안정성도 큰 절개구 간 절제보다······.”
“그러니까 가장 적당하다는 거죠.”
여원이 콧방귀를 뀌며 덧붙였다.
“게다가, 당신이 놓친 게 하나 있어요.”
“뭔데요?”
위가우는 자기가 뭘 놓쳤는지, 재빨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작은 절개구 수술은 저렴하죠.”
“얼마나 차이 난다고.”
“다른 덴 모르겠고, 팔채향 주민은 크게 느낄걸요?”
여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목숨 구하고 치료하는 거지만요.”
“그러니까요······.”
위가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얇은 실.”
능연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자 위가우가 생각을 멈췄다.
“작은 절개구 봉합······은 모든 부분이 힘들 겁니다.”
위가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모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