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34화 (615/877)

“작은 관은 티타늄 클립으로, 큰 관은 바로 수처하고 전기 응고로 지혈하고. 능 선생, 지혈 잘하는군요. 음, 시야 노출도 또렷하고요. 음······. 테두리 클리어.”

진지해진 위가우는 능연의 조작을 더 잘 이해했고 집중도도 변했다.

여원은 그의 혼잣말을 들으며 저절로 위가우를 힐끔 보다가 그의 손동작을 보고는 멈칫했다. 그리고 잠시 자세히 보다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능연을 따라 몇백 번이나 수술에 참여한 여원은 이론도 탄탄해서 수술 정보 컨트롤은 거의 문제 없고 확실하게 이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난이도가 최하층인 수술도 직접 하라고 하면 항상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간 절제에서 작은 절개구를 해보지 않았다고 해도 위가우는 심장 수술할 때는 각종 절개구를 시도했었고, 실력도 대 능력자가 키워낸 것이라 여원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간 수술도 직접 한 적 있어서 그냥 느낌이 다를 뿐만 아니라 디테일 장악력은 완전히 달랐다.

그에 비해 여원은 간 절제에서 조수만 했었고, 세컨드, 서드일 때가 더 많아서 움직이는 간을 직접 만져 본 기회도 없었다.

간을 들어 본 적 없으니 간이 손바닥 위에 있는 느낌을 알 수 없고, 간의 나약함과 어떤 힘으로 쥐어야 하는 경중도 알 수 없었다.

“기술 도둑질하는 거예요?”

위가우가 동작을 멈추는 걸 본 여원이 나지막이 물었다.

“도ㄷ······. 그냥 수술하는 거 보는 건데 도둑질이라니요.”

위가우는 사람들이 손가락 방향을 알아챌까 봐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여원은 웃기만 하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위가우는 억지로 고개를 돌려 계속 수술을 지켜봤는데 갑자기 재미가 없어졌다.

도둑이라······. 배울 수 없고 그저 보기만 해야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아무리 능연이 잘생겨도 몇 시간이나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능 선생. 작은 절개구 간 절제와 복강경 하 간 절제. 어느 쪽이 더욱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위가우는 수술실의 고요함을 깼고, 다른 초짜 의사의 시선은 더욱 무시했다.

마침 고개를 들던 능연은 목을 잠시 움직이다가 위가우를 바라봤다.

“나중을 생각하면 복강경이 더 미래가 밝겠죠.”

“그렇죠?”

능연이 그렇게 단호하게 대답하리라 생각 못 한 위가우는 일단 간단하게 받아치고는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님이 지금 하는 작은 절개구 수술은 빨리 도태되지 않을까요?”

수술실에 있는 젊은 의사와 간호사들은 모두 비호의적인 얼굴로 위가우를 바라봤다. 이런 도발은 어떤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위가우는 그런 대접을 달게 받아들였다. 도장 깨기 여행할 때 별별 공격을 다 받았는데 눈빛이 뭐라고.

“능 선생, 작은 절개구 간 절제는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아직 젊고 실력도 정상급이 아니잖습니까. 지금은 작은 절개구에도 장점이 좀 있을지 몰라도 십 년, 이십 년 뒤에는 복강경에 뒤쳐질 겁니다. 앞으로는 다빈치 같은 로봇이 보편화 되겠죠. 그때 가서 능 선생이 아무리 작은 절개구 수술을 잘한다고 해도 할 환자가 없을 겁니다.”

위가우는 능연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듯 설명했고, 말투도 매우 부드러웠다.

“하지만 지금 환자한테는 필요합니다.”

능연이 고개를 돌려 위가우를 힐끔 바라봤다.

“마침 제가 적합한 기술이 있고요.”

“적합한 기술?”

“환자에게는 작은 절개구 간 절제술이 적합한 기술입니다.”

능연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수술을 진행하면서 말을 이었다.

“적은 절개구 수술이 십 년, 이십 년 뒤에 어떻게 되는지는 지금 현재 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시간을 복강경 기술에 투자해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래가 더 밝고요.”

위가우는 자기 생각을 아웃풋했다.

“예, 동의합니다. 다만, 오늘 수술은 작은 절개구가 적합합니다. 운화병원으로 돌아간 다음에는 복강경을 더 많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응? 복강경 간 절제도 합니까?”

“물론이죠.”

위가우가 미간을 좁히고 묻는 말에 능연은 당연하고 또 당연하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이제 막 시작했죠? 당신 논문 다 뒤졌는데 복강경 하 간 절제는 못 봤는데······.”

“능 선생은 수술할 때마다 논문 쓰지는 않거든요.”

위가우가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묻는 말에 여원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비꼬는 말투를 알아들었지만, 위가우의 집중력은 여전히 능연에게 있었다.

“복강경 간 절제를 할 줄 아는데 왜 작은 절개구로 합니까?”

“이렇게 실력 발휘를 하고 있잖습니까.”

어쨌든 시스템에게 받은 스킬이니 능연은 겸손하게 웃어 보였다. 인생에서 수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시스템에게 받은 이런 선물은 설명하기 힘든 종류 중 하나였다.

위가우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서 실력 발휘하면 뭐합니까? 평소에 이 기술을 쓸 기회가 얼마나 있을 거 같아요? 이왕이면 시간, 에너지를 다른 데 쓰면 더 좋은 거 아닙니까?”

“사실 시간이나 에너지를 많이 쓰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 상관없어요. 음, 유 간호사, 연 선생님. 위 선생님 모시고 나가서 좀 쉬시게 하세요.”

위가우의 격정적인 태도에 수술에 영향을 줄까 봐 능연은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위가우의 얼굴이 시뻘개진 것이, 정말로 수술대로 튀어 올까 봐 걱정이었다.

연문빈은 38cm 팔 둘레로 제일 먼저 위가우 앞에 와서 섰다. 하지만 위가우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연문빈의 가슴을 사이에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걸 믿을 거 같습니까?”

“안 믿으면 뭐요? 휴우, 천재 몰라요?”

연문빈이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에 위가우가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내가 천재를 얼마나 많이 본 줄 알아요? 천재 아닌 사람도 있나?”

연문빈은 고개를 숙여 위가우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입을 삐죽였다.

“본인 얼굴 생각하고 거울도 좀 비춰보세요. 그런 말이 나옵니까?”

이미 냉정해진 위가우는 능연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간 절제 수술용 복강경 풀 세트 신청했습니다.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

“그러죠. 관련 설비가 있으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겠네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길어야 일주일? 열흘 안엔 옵니다.”

위가우는 패기만만하게 대답했다. 백만 위안 넘는 기구를 단숨에 천리길을 이동하는데 일, 이주밖에 안 걸린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저희도 능 선생님이 쓰실 풀 세트 준비하겠습니다.”

수술실 구석에 있던 맥순이 핸드폰을 들고 쭈뼛쭈뼛 한마디 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날 밝기 전.

위가우는 깨끗이 씻고 젠시앙 블랑쉐를 뿌리고 병원 식당 밖에서 아침거리를 찾았다.

뜨근뜨근한 또우찌앙 한 그릇을 들고 요우타오를 집어 들어 아직 담그기도 전에 뚜뚜뚜뚜 헬리콥터 프로펠러 소리가 공중에서 들렸다.

“요즘 병원은 참 돈도 많네. 헬기가 허구한 날 날아다녀. 우리는 병원 한 번 가려면 껍질까지 다 벗겨지는데.”

옆 테이블 식객도 방해받은 것이 언짢은 듯 또우찌앙을 마시면서 투덜댔다.

위가우는 상대를 힐끔 보고는 상대하지 않았다. 또우찌앙에 요우타오를 찍어 먹지 않고 그냥 마시는 사람은 존중할 필요가 없었다.

“사장님, 위챗페이요.”

재빨리 식사를 마친 위가우가 입을 닦고 계산하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들어갔더니 안은 벌써 시끌벅적했다.

환자와 보호자는 항상 넘쳤고 어디서 새로 지원 나왔는지 모를 의료진도 전보다 더 많아졌다.

위가우는 젊어 보이는 아무 레지던트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조금 전에 헬기로 온 환자 누굽니까?”

“운리 헬기인데, 아마 기기 가지고 온 걸걸요.”

레지던트는 고분고분한 얼굴로 마음속 초조함과 불만을 훌륭하게 감췄다.

“음. 정말 돈이 많구만. 아니 운화병원은 여기 살림을 차릴 생각입니까? 기구를 이렇게 옮겨놔서 어쩌려는 건지.”

“렌탈인데 괜찮지 않나요? 다 쓰면 돌려주면 되니까 돈도 많이 안 들걸요?”

레지던트는 일부러 꾸며낸 건지, 어수룩하게 대답했다.

“하하하. 회사가 정말로 자선 사업을 하겠습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위가우는 바로 레지던트를 놓아주고 진료부로 향했다.

선배를 통해 신청한 그의 설비는 나중에 전문 기기와 함께 올 것이고 팔채향에 이미 있는 설비와 구색을 갖추면 복강경 하 간 절제 수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그럭저럭 마련될 것이다.

위가우가 가장 원하는 기구는 바로 전자동 고유량 기복기, 고해상도 모니터 시스템, 쓸만한 초음파 설비와 복강경 하에서 조절할 수 있는 초음파 탐침······ 등이었다.

가능하면 익숙한 마취의도 있으면 좋고.

하지만 그 모든 건 수술 때나 필요한 것이고 수술을 하려면 우선 환자가 있어야 한다!

소개 받은 환자가 없는 상황에서 환자는 주로 진료와 응급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위가우가 아무리 실력이 강해도 환자가 없으면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북경 병원에 있을 때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혼자 나와 있고 서포트 해줄 사람도 없으니 알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

적 원사가 그를 보내준 이유 중 하나였다. 도장 깨기 여행은 이미 진행했고, 그렇게 만들어낸 유명세를 어떻게 쓸지는 본인에게 달렸다.

위가우가 바로 삼갑병원으로 가지 않은 이유 중엔 진료 문제도 있었다.

삼갑병원 진료 환자는 보통 조건이 까다로웠다. 특히 지방 삼갑병원은 전문가 진료비와 일반 진료비가 별 가격 차이가 없어서 비교적 나이 있는 전문가나 환자를 받을 수 있었다.

위가우 같은 젊은 사람은 일단 신뢰를 확보하기가 어렵고,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신뢰를 얻는 건 더욱 어려웠다.

그에 비해 팔채향 분원에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는 그렇게 의사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팔채향은 시골 병원이고 큰 병 환자가 별로 없는 것도 있고, 전문 의사가 둘밖에 없는 데다가 실력이 특출나지 않는 이상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감기약을 내놓는 기술밖에 없고, 농민들도 딱 그 정도만 기대한다.

위가우는 자신에게 배정된 사무실에서 익숙하게 컴퓨터를 켰다.

진료 같은 건 그에게 진작에 새삼스러울 것 없는 업무였다. 팔채향 분원에서 전자 차트를 쓴다면 조작 방법을 조금 살펴봐야 하겠지만, 아직 종이차트를 쓴다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일찍 왔네.”

“운리 꽤 쓸만한데.”

“이게 운리가 쓸만해서냐. 능 선생이 잘난 거지.”

복도에서 주절주절 들리는 목소리에 위가우는 무의식중에 얼굴을 찡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무슨 얘기 중입니까?”

위가우는 최대한 친절하게 물었지만, 여전히 거만함이 배어 있었다.

“운리에서 보내온 기기 얘기 중이었습니다.”

“무슨 기기요?”

초짜 의사의 대답에 아까 들어오다가 들었던 정보를 떠올린 위가우가 다시 물었다.

“고행상도 모니터, 고유량 기복기, 초음파 메스 등등이요.”

의사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간 절제 풀 세트군”

위가우가 초짜 의사의 말을 자르고 천천히 말했고 초짜 의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초짜 의사는 보충할 소모품이랑 같이 온 심부름용 훈련의라서 할 일이 태산이라 팝콘 먹을 기운도 없었다.

“기기는 어디 있습니까?”

“수술실에 들어갈 준비 하겠죠.”

초짜 의사는 그럼 어디에 두겠냐고 묻고 싶었다.

위가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로 돌아가지 않고 문을 열어 둔 채 수술실로 향했다.

초조해 보일까 봐 너무 빨리 걷고 싶지는 않았다.

“인삼, 왔다.”

막 수술실 복도에 들어가자마자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에 여자 외과의는 꽤 귀한 편이었다. 위가우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머릿속에 여원의 정수리를 떠올렸다.

“실 가지고 올까?”

연문빈이 농담하듯 한마디 하고는 수술실 문을 밟아 열어 주었다.

“설비 도착했다고요?”

상황을 본 위가우는 아예 당당하게 목적을 밝혔다.

“지금 세팅 중이요.”

연문빈이 재빨리 자리를 내주자 위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옷을 입은 남자 예닐곱 명이 서거나 무릎 꿇은 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위가우는 저로 모르게 여원을 바라봤다.

“능 선생은 스피드 파라서요.”

여원은 그가 묻기도 전에 바로 설명했다.

“헬기 한 대로 이 사람들이 다 같이 못 탔을 거 아닙니까.”

“그쵸.”

여원은 그 문제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요즘 제약 회사, 진짜 대단하네.”

위가우가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들이 순조롭게 수술할 수 있도록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수고야 아무것도 아니죠.”

마찬가지로 하얀 옷을 입은 전칠이 무시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으며 다가갔다.

힐끔 전칠을 본 위가우는 하고 싶은 말이 목에 막혀 나오지 않았다.

“사람 안 모자라요?”

전칠이 열심히 손을 놀리는 엔지니어들을 향해 물었다.

“괜찮습니다.”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습니다.”

“예상보다 순조롭습니다.”

엔지니어들은 하나같이 정신 충만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되살아난 운리 제약은 주가가 전성기를 훌쩍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확장 중이었고, 엔지니어들이 전설 속의 전칠 대표이사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전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위가우를 바라봤다.

“위 선생님 신청하신 설비는 잘 되고 있나요? 도와드릴 것 없고요?”

다른 사람이 물었다면 당연히 비꼬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적어도 위가우가 그런 식으로 물을 때는 비꼬는 의도가 맞았다.

그러나 전칠의 표정과 태도를 본 위가우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고 대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럭저럭 잘 되어갑니다. 예상대로 도착하겠죠.”

“그럼 다행이네요. 능 선생님 일이 너무 많아요. 위 선생님도 어서 수술에 참여하면 좋겠네요.”

전칠은 사람들에게 인사한 다음 웃는 얼굴로 수술실에서 나갔다.

전칠이 수술실을 나간 후, 위가우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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