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가우가 수술실을 찾아왔을 때, 놀랍게도 좌자전이 집도하고 있었다.
“수술도 합니까?”
위가우가 매우 놀라 묻는 말에 고개를 든 좌자전이 위가우인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위 선생, 북경에선 그런 식으로 말해도 괜찮습니까? 밉상 안 받아요?”
좌자전의 말에 위가우가 미안한 듯 싱긋 웃었다.
“무의식중에 나온 말입니다. 지방에 왔더니 경계가 좀 풀어졌네요. 무슨 수술입니까? 콜리스 골절??”
“네. 상태가 비교적 심각한 환자입니다.”
“콜리스 골절도 심각한 게 있나요? 아니, 정형외과 의사도 아니잖아요.”
위가우가 웃으며 하는 말에 좌자전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위 선생, 여긴 왜 오셨습니까?”
“아, 능연 찾으려고요.”
“능 선생은 쉬는 중입니다.”
“쉰다고? 왜 쉽니까?”
“최근에 길도 뚫렸고 지원 온 의사들도 많고, 침대는 진작에 부족하고······.”
“지금 어디 있습니까?”
좌자전이 주르륵 내뱉는 말에 위가우가 바로 알아듣고는 다시 물었다.
“산책하러 갔을 걸요.”
좌자전의 대답은 완전히 위가우의 예상을 벗어났다.
위가우는 능연이 수술실에 있지 않다면 식당에 있거나, 아니면 진료실, 그것도 아니면 샤워실이라고 생각했지, 산책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다.
산책?
“어디로 산책 갔습니까? 뒤에 사람들이 줄줄 따를 텐데. 아, 아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딥니까?”
무심코 이야기하던 위가우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는 다시 물었다.
“능 선생은 왜요?”
“수술 때문에요.”
“중채에 있을 겁니다.”
좌자전은 잠시 고민하다가 겨우 대답했다.
중채는 팔채향 주변의 마을 중 하나인데 팔채향에 가까운 곳이라 그런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이름대로 팔채향 메인 도로와 멀지 않았고 차로 30분이면 가는 현지 관광지 중 하나였다.
위가우는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아예 차 한 대를 요구해서 스스로 운전해서 중채로 향했다.
도로가 중채 중심부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가는 길에 우뚝 솟은 나무와 희미한 안개에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위가우는 최근 며칠 순조롭지 않았던 일을 떨칠 셈으로 아예 기분 전환 온 셈 쳤다. 그는 차 속도까지 줄여서 도착 예상 시간도 느긋하게 잡았다.
30분 후, 중채에 도착하기도 전에 위가우는 절벽 끝 작은 발코니 쪽에서 능연을 발견했다.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 없었다.
농구장 반만 한 크기의 시멘트 발코니엔 온통 붉은 카펫이 깔려 있고 중간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능연과 전칠은 테이블 양 끝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 주변에 푸르른 숲, 멀리 보이는 산의 경치,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시종과 요리사가 수십 명 있었다.
“피크닉 하냐? 이렇게 호화로운 피크닉이라니······.”
위가우는 이제 막 좋아졌던 기분이 다시 축 처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알고 보니 팔채향 경치 참 아름답네요.”
눈웃음을 지으며 저녁노을을 감상하던 전칠은 가슴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아져서 능연을 바라봤다.
“팔채향은 평균 해발이 높아서 비도 많이 오고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죠. 운화랑 달라요.”
“그래도 아름답네요. 그죠?”
“아름답네요.”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라보자 전칠이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와인 잔을 들어 올렸다.
“맞다. 이번 와인은 제가 담근 거예요. 어떤가 마셔 봐요.”
“나는 술을 잘 안 마셔서.”
능연은 말은 그렇게 해도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붉은 와인의 씁쓸한 향이 풍부한 맛이 되어 입안을 감쌌다.
“어때요?”
“좋아요. 그리 떫지 않네요.”
능연이 능숙한 동작으로 잔을 흔들었다.
“잘은 안 마셔도 술은 잘 아네요? 어머니한테 배웠나요?”
“맞아요.”
“음, 그럼 어머니께 선물해야겠네요. 아, 그런데 술 선물 괜찮을까요?”
전칠은 고민하기 시작했고 능연은 고개를 숙이고 스테이크를 썰었다.
메인 주방장이 요리한 오늘의 스테이크는 브라질 제부 소고기였다. 운화에서 몇 개월 기르는 동안 조금 말랐지만, 기본적인 맛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특히 센불로 훈연해서 육즙이 꽉 갇혀 있었다.
능연은 나이프로 노련하게 스테이크를 크게 잘라서 입에 넣고 씹었다. 연일 이어진 수술로 이어진 피로, 특히 심리적 피로가 한번에 풀어지는 것 같았다.
고기 몇 조각 먹고, 와인 한 번 홀짝이면서 능연은 매우 빠르게 커다란 스테이크를 깨끗이 먹어 치웠다.
높은 셰프 모자를 쓴 주방장이 느낌 있게 팔짱을 끼고 서 있다가 물었다.
“능 선생, 뉴욕 스테이크 한 조각 드릴까요? 막 손질 한 건데.”
“좋죠.”
능연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히려 흥분해서 대답했다.
시중드는 사람 셋이 천천히 다가가서 한 사람은 접시를 치우고 한 사람은 테이블을 정리하고 나머지 한 사람이 마블링이 가득한 스테이크를 올렸다.
육즙이 진하고 살이 부드러운 브라질 등심과 비교하면 가나쉬와 함께 올라온 같은 부위 뉴욕 스테이크는 섬유질이 더욱 굵고 씹는 맛이 있었다. 너무 느끼하지 않으면서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어서 두 번째 스테이크로 적당했다.
사실 브라질 바비큐든 미국 스테이크든 특징은 모두 풍부한 소 맛과 충분한 육즙이었다. 모두 고기 위주의 식사라서 오스트리아 소나 일본 와규로 만들면 250g만으로도 쉽게 질리고 500g, 1kg면 스테이크에 대한 식객의 갈망을 종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코기 부분이 더 많은 뉴욕 스테이크가 대식가의 기대를 더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능연 앞에 놓인 뉴욕 스테이크는 3/4kg나 되었다. 와인과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주었다.
이미 배불리 먹은 전칠은 손에 와인 잔을 들고 때로는 와인을 홀짝이다가 경치를 감상하고, 또 능연을 감상하면서 행복하기만 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팔채향은 모든 곳이 푸르르고 맑은 것이 천국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 리조트를 만들면 정말 좋겠네요.”
전칠은 멀리까지 보이는 절벽을 내다봤다.
“교통 문제만 해결되면 한 70점?”
능연도 멀리 바라보고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죠. 특색이 조금 부족해요. 능 선생, 리조트 좋아해요?”
“가본 적 없어요. 병원에서 너무 멀리 살고 싶지 않거든요.”
능연은 식사 중인 사자처럼 스테이크를 삼키고는 살짝 고개를 들고 대화했다.
“사람을 구하는 데 써야 할 시간을 길에 쓰는 건 아깝긴 하죠. 그래도 여기 경치, 운화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에요. 운화까지 거리도 많이 멀지 않고. 새로운 도로가 뚫리면 괜찮을 거 같은데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던 전칠이 근처에 있는 행정 비서를 바라봤다.
착실해 보이는 검은테 안경을 쓰고 플랫 슈즈와 올드한 원피스를 입은 전칠의 행정 비서가 재빨리 노트북을 펼쳤다.
“지금 창서성에서 재난 후 재건에 관심이 많습니다. 주택가나 양로원을 만들면 아주 좋아할 겁니다. 타당성 보고서 작성할까요?”
“좋아.”
전칠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행정 비서는 다시 배경으로 돌아갔다.
전칠은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보며 미안한 듯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일 이야기를 꺼냈네요.”
“괜찮아요. 나도 일 이야기 좋아하니까.”
능연은 고개를 들었다가 계속 스테이크를 썰었고, 전칠은 저녁노을 같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