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임은 겉으로는 침착해도 속으로는 흥분한 상태로 운화에서 온 기자들을 접대했다.
다들 팔채향으로 와서 고생고생 중인데 여론의 홍보를 쟁취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공공 위생 일을 하는 이 주임으로서는 더욱 매체 기자가 필요했다.
이 주임은 본인의 일을 홍보하고 싶지만, 또 너무 노골적으로 할 수는 없어서 아닌 척 은근슬쩍 하려니 쉽지 않았다.
이 주임만 우물쭈물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의사들도 각자의 이유로 우물쭈물하였다.
다들 팔채향에 오기까지 매우 노력한 사람들로, 대부분 본인의 가장 좋은 면을 어필할 수 있길 갈망했다.
첨단 수술을 할 능력이 되는 의사들은 수술실을 차지할 기회를 잡아 본인을 어필했다. 특정 수술에 자신 있는 의사 중에 전략적인 의사는 준비된 환자를 재빨리 끌고 나왔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의사는 환자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을 원망스러워했다.
기자와 촬영기사는 전혀 동요 없이 촬영했고, 같이 온 정부 인원들도 몹시 따분해했다.
병원에서 이런 비슷한 일을 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라서 당연히 흥분은 줄고 따분함만 늘었다.
“됐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기자가 평온한 얼굴로 이 주임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의사들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 고난도 수술 혹은 뜻깊은 수술 혹은 복잡한 수술을 해도 기자들 눈엔 다 같아 보였다.
“저랑 같이 좀 둘러보시죠.”
“알아서 둘러보겠습니다.”
아직 만족 못 한 이 주임이 그렇게 요청하자 기자가 촬영기사를 끌어당기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병원은 제가 더 잘 알잖습니까.”
한마디로 물러설 이주임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서 두 사람 뒤를 따르며 입을 놀렸다.
“지금 병원이 너무 소란스럽습니다.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기도 하고요. 참, 찍고 싶은 사진 있습니까?”
“여기 계신 의사들 다 사진에 나올 겁니다.”
이 주임이 궁금한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 기자가 대충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비하인드 뉴스 될 만한 것 없나 찾고 있습니다. 의학적인 것만 소개할 수는 없거든요. 요즘 독자들은 그래요.”
“그렇죠.”
이 주임은 껄껄 웃으면서 속으로 요즘 신문사들을 비웃었다.
비하인드 같은 소리 하네. 그 비하인드를 메인으로 낼 거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간 세 사람은 소식을 듣고 온 정 주임에게 붙들렸다.
하지만 성립 주임 의사 둘이 현장에 나오니 오히려 초짜 의사들과 관원들이 그들을 붙잡았다. 기자와 촬영기사는 그들을 못 본 척하고는 작은 팔채향 분원 안을 계속해서 어슬렁댔다.
어슬렁어슬렁, 두 사람은 응급실로 들어갔다.
능연을 본 순간 촬영기사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영화를 찍을 때도 잘생긴 배우를 찾는데, 인터뷰할 때 잘생긴 의사를 만났으니 찍는 게 당연했다.
줄곧 엄숙한 표정이던 기자도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면서 걸음을 늦췄다.
“저분이 바로 능연 선생이죠?”
기자가 곁에 있는 이 주임에게 묻자 이 주임은 쓴웃음을 지었다.
“맞습니다.”
“정말······. 잘생기긴 했네요.”
기자는 정말로 기분이 좋아진 듯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렇죠.”
그것 말고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능 선생이 지금 뭘 하는 겁니까?”
기자는 바로 달려가지 않았고, 오히려 뒤에 서서 기본 배경 지식을 얻으려 했다. 당연히 전에 없는 일이었다.
“봉합 중이네요.”
이 주임은 몰래 한숨을 내쉬고는 이미 카메라 앵글에 들어간 능연을 고개를 빼고 바라보면서 설명했다.
“봉합이라면, 상처 봉합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봉합의 어려운 점과 중점은요?”
기자는 아까 췌장 절제를 볼 때보다 진지하게 배움을 구하는 모습이었다.
“음, 그러니까, 바로 상처 봉합입니다.”
이 주임은 난처한 듯 능연의 손놀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상처 봉합도 난이도가 있지 않습니까?”
“능연이요?”
이 주임이 싱긋 웃었다.
“뭐 굳이 써야겠다면, 봉합을 잘하면 회복이 빠르고, 흉이 적고, 환자가 편하다. 그렇게 쓰세요.”
“아아, 충분한데요.”
기자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본 수술은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단순한 봉합은 기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주임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이건 난도 어쩌고 할 기술이 아니거든요?
모든 수술에 이런 태도였다면 모를까, 아까 수술실에서는 의사 넷이 큰 수술을 했는데, 능연은 지금 여기서 아줌마 어깨 꿰매고 있구만······.
“능 선생님, 선생님이 가장 먼저 팔채향으로 들어온 의사 중 하나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리고 여기서 큰 수술을 여러 건 하셨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왜 응급실에서 이런 작은 수술을 하시는 겁니까?”
기자가 능연 앞으로 뚫고 들어가 의도를 모를 질문을 했다. 이 주임은 기자 놈이 태클을 걸 생각이 아니길 바라며 긴장했다.
“목공 칼에 찔린 상처라 봉합해야 해서요.”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 봉합하면서 대답했다.
“에?”
기자는 멈칫했다가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능 선생님, 제 말은, 큰 수술도 하는 유명 의사가 왜 응급실에서 이런 작은 수술을 하냐는 거죠.”
“그럼 환자가 피 흘리는 걸 보고 있습니까?”
능연의 이상하다는 듯 기자를 힐끔 봤고 기자는 능연의 대답에 혼란스러워졌다. 동문서답이라고 하기엔 그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대답이라고 하기엔 언어 선생이 언짢아 할 대답이었다.
기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질문했다.
“이런 수술은 다른 의사한테 넘겨도 되는 것 아닙니까?”
“되죠.”
“그런데 직접하시기로?”
“그렇습니다.”
기자는 드디어 조금 정상적인 대화를 하게 된 것에 안심하면서 질문을 이어갔다.
“무슨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능연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치료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단 말인가.
“환자가 왔으니까요.”
손을 잠시 멈춘 능연은 기자 한 번, 카메라 한 번 힐끔 보고는 대답했다.
“환자가 와서라고요?”
다시 멍해진 기자는 문득 오늘 인터뷰가 참 힘들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힘들다고.
곁에 있던 촬영기자, 이 주임, 정 주임 역시 지쳤지만, 다들 끽소리 않고 고분고분 서 있었다.
“그러니까, 이유가 고작 환자가 왔기 때문이라고요? 환자가 왔으니까, 치료해야 해서요. 맞나요?”
기자는 본인의 장점 ‘막 써대기’를 발휘하기로 했다.
“재난 현장의 환자는 모두 치료한다. 인맥을 고려하지 않고, 기술도 고려하지 않고, 사람을 구한다. 맞나요?”
능연은 제부를 보는 눈빛으로 기자를 힐끔 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봉합했다.
고작 몇 분 만에 환자 팔뚝의 상처가 깔끔하게 꿰매졌다.
“드레싱 하세요.”
능연은 간단하게 검사하고 마무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한 줄기 빛이 그의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 퀘스트 완성: 완벽한 수술 (37/1)
- 퀘스트 보상: 초급 보물 상자
능연의 얼굴색이 살짝 변했다. 이런 데브리망도 퀘스트로 쳐주냐?
짝짝짝짝, 기자가 힘껏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멋집니다. 능 선생님. 이쪽 한 번 보고 웃어 주시겠어요?”
그러자 능연이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고 기자는 꽃처럼 웃으면서 넥타이를 힘껏 비틀어 느슨하게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