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42화 (623/877)

“다행히 팔채향, 여기 혈액이 충분해.”

송상은 능연의 동작을 보며 있는 말 없는 말 찾아서 했다.

그는 능연이 너무 초조해하다가 실수할까 봐 걱정이었다.

물론, 속으로만 걱정할 뿐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송상은 능연이 언짢아할까 봐 곧바로 별 상관없는 말을 이었다.

“능 선생 있어서 다행이지 팔채향 같은 곳에서 누구를 찾아야 할지 난감할 뻔했어.”

“송 주임님. 팔채향에 지금 여러 병원 능력자들도 다 있는걸요. 지금 그 말씀, 혹시 퍼지면 우리는 모르는 겁니다.”

수술에 나서지 않은 좌자전이 곁에서 한마디 코치했고 그 말에 송상이 껄껄 웃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한 말이라고 하세요.”

좌자전도 웃기만 하고 별말 하지 않았다. 오늘 팔채향에 모인 의사들은 기본이 창서성 의사였고, 창서성에서 간 절제 부문만 따지면 능연의 기술이 지존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만하지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매달 하는 출장 수술만 봐도 기술이 좋은지 나쁜지, 다들 마음속으로 짐작했다.

그리고 외과의는 어느 날 구원 수술이 필요할지 모르는 존재이다. 특히 평범한 의사는 환자가 본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출혈이 심하면 무릎을 꿇어야 해서 그 누구도 실력 좋은 의사에게 밉보이려고 들지 않았다.

능연은 환자 간 부분을 만지면서 손가락을 서서히 더듬어 내려갔다.

“석션 더 빨리하고 수액 보충 주의하세요.”

능연의 목소리는 냉철했고 다른 때보다 훨씬 명확하게 명령을 내렸다.

수술대 옆의 조수와 마취의 모두 잔말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둘러 명령을 집행했다.

좌자전은 곁에서 감탄하며 지켜봤다. 이런 기세는 평범한 주임 의사도 보이기 힘들었다.

“드러났습니다.”

지금도 집도의 위치에 있던 젊은 의사가 거의 환호하듯 고함쳤다.

출혈로 환자 복강 안은 이미 피가 흥건해서 석션 효과가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간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간이 일부 드러난 것은 바로 능연이 환자 복강 안에 밀어 넣은 팔뚝 덕분이었다.

“맨손지혈······.”

송상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맨손지혈입니다.”

좌전이 빙긋이 웃으며 거만하게 되풀이했다.

“능 선생은 역시 명불허전이구만.”

송상이 훅 하고 숨을 쉬고는 진실한 미소를 드러냈다.

“됐네, 이제. 능 선생이 나섰으니 환자 목숨은 지킨 걸세.”

“아직 멀었습니다.”

능연의 목소리는 매우 듣기 좋았지만, 송상은 깜짝 놀랐다.

“아직······ 멀어? 능 선생, 아직 위험하단 말인가?”

송상은 다시 가슴이 철렁했고 수하 의사의 얼굴은 더욱 멍해졌다.

“아직 구체적 상황은 모르지만, 출혈 속도로 봐도 파열된 혈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능연은 놀고 있는 왼손으로 환자의 복부를 오른쪽으로 그리면서 젊은 의사를 바라봤다.

“여기서 이렇게, 메스!”

“이렇게 크게?”

젊은 의사가 깜짝 놀랐다. 그도 몇 년이나 수술한 의사인데 이렇게 큰 절개구는 본 적 없었다.

물론, 출혈이 이렇게 심한 수술도 처음이었다.

능연은 설명할 생각 없이 그저 ‘네’하고 대답했다.

“능 선생이 하라는 대로 해! 뭔 말이 그렇게 많아. 환자가 죽으면 절개구 봉합 따위가 뭐라고. 살아 있어야 유합 문제도 고민하지!”

송상은 매서운 눈으로 제자를 노려보면서 고함쳤다.

“네.”

젊은 의사는 사실 질문하면서 이미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는 다른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팔을 뻗어 메스를 받은 다음 능연이 가리킨 위치를 따라 오른쪽으로 길게 그었다.

그렇게 환자의 복부가 완전히 열렸다.

“검시할 때보다 더 시원시원하구만.”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든 송상이 혀를 끌끌 찼다.

“해부실에서 시원시원한 느낌이 드십니까?”

적어도 시원하긴 하잖은가.”

좌자전이 코를 찡그리며 웃는 모습에 송상도 웃으며 대답했다.

능연이 그때 목을 빼고 환자 복강 내부를 살피면서 한마디 툭 내뱉었다.

“해부실이 시원하긴 하죠.”

“그렇지? 해부실에서 햄버거 먹으면 고기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니까.”

송상이 추억에 잠긴 듯 입맛도 다시면서 하는 말에 좌자전은 경멸하듯 송상의 아랫배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90년대에 대학 다닌 거 아닙니까? 그땐 그렇게 고기를 못 먹던 시절도 아니잖습니까.”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고기도 없고 돈도 없었지. 해부실 좋았어. 공짜로 에어컨도 쐬고, 햄버거 먹으면······.”

송상은 감개무량한 듯했다.

“됐습니다. 이쪽 출혈은 잡았습니다.”

능연은 그렇게 말하고는 피가 축축한 거즈를 트레이에 던졌다. 그리고 재빨리 간 인대를 박리하고는 맞은편 젊은 의사를 바라봤다.

“이제 간을 들어 올릴 겁니다. 해보셨어요?”

“아······ 아니.”

맞은편 의사가 침을 꼴깍 삼켰다.

“가르쳐 드리죠. 음, 일단 손 넣으세요.”

간 절제 스킬이 막 그랜드마스터급으로 오르고 풀 세트 그랜드마스터급 노출을 얻은 능연은 지금 기분도 좋아서 일대일 교육방식으로 눈앞의 초짜 의사를 몇 분 만에 가르쳐냈다.

다만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담은 키워줄 수 없었다.

운화 6 병원도 그렇게 대단한 병원이 아니고, 간담췌외과라고 해도 담낭 수술을 제일 많이 하고 평소에 간을 접할 기회가 그렇게 많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 간을 들라고 하니,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젊은 의사는 우물쭈물 침을 삼키면서 옆에 있는 피 유리병을 바라보면서 속삭였다.

“이 아래는 안 건드렸는데.”

“조작면만으로는 이렇게 피가 많이 나진 않습니다.”

능연은 매우 단호하게 대답했다.

“집도의 지휘대로 해.”

송상도 사실 조금 의문이었다. 그의 수하의 말대로 그 아래는 건들지 않아서 그 아래 출혈을 살피느니 차라리 윗부분을 다시 검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능연이 그렇게 말하니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기술이 딸리는 사람은 말이라도 잘 들어야 한다.

“들어 올리세요.”

능연은 심리 요법 없이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혹은 그 초짜 의사를 현장에 남겨 두고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준 것이 이미 능연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심리 요법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케이.”

맞은편 의사가 이를 악물고 능연이 이미 처리한 간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팍.

맑은 피가 간 테두리를 따라 흘러나오자 젊은 의사는 깜짝 놀랐지만, 10년 넘은 경험을 모두 동원해서 겨우 간을 놓치지 않고 버텼다.

“잘 잡고 계세요.”

능연이 살며시 한쪽 팔을 뻗어서 그 아래로 서서히 밀어 넣었다.

1분 후, 복강 안에 남은 혈액을 모두 뽑아낸 후, 피를 담은 유리병도 안정되었다.

“다행이다.”

“진짜로 뒤쪽이었네.”

“능 선생님 정말 멋져요.”

“드디어 잡았네.”

수술실의 긴장된 분위기도 누그러졌다.

“선생님이 계속하세요.”

어느 정도 수습한 능연은 계속하지 않고 맞은편 젊은 의사에게 말했다.

“어?”

수술이 안정된 부분이 되면 욕먹을 각오까지 하고 있던 젊은 의사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선생님이 계속하세요.”

능연은 같은 말을 다시 반복하고는 퍼스트 어시 자리에 서서 어시스트하기 시작했다.

긴장, 걱정하던 젊은 의사는 멍해졌다가 두 눈이 촉촉해져서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다시 수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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