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선생이 나를?”
일반외과 과 주임이 시든 국화처럼 쭈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반외과 과 주임 앞에 선 좌자전은 얼굴에 주름이 다 떨리도록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우측 결장암 의심 환자가 있는데 팔채향은 수술 조건이 좋지 않으니 운화병원 GS에서 수술하는 걸 고려하고 있습니다.”
“꽃미남은 장 수술하기 적당하지 않다 이거지?”
일반외과 과 주임의 웃음 포인트는 남달랐지만 좌자전은 고분고분 따라 웃었다. 운화병원 일반외과도 엘리트 과에 속했다. 비록 전국적 유명세는 수부외과에 뒤지지만, 일반외과는 원래 대형 진료과라 과 주임의 위엄도 만만치 않았다.
실컷 웃은 일반외과 과 주임이 다시 물었다.
“자네가 날 찾아온 건가, 아니면 능 선생이 가라고 하던가?”
물론 설계효를 운화병원 일반외과로 돌리라는 건 능연의 생각이기도 했다.
의사의 실력, 의사의 조건을 비교하면 확실히 운화병원이 강했다. 특히 운화병원 일반외과 큰 주임이 직접 집도한다면 완벽에 가까웠다.
큰 주임은 입가에만 미소를 머금고 신중하게 좌자전을 바라봤다.
생각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외과 과 주임은 갑자기 나타난 능연을 그가 알고 지내는 주임들만큼 잘 모르기도 했고, 그러니 능연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능연이 좌자전을 보내서 환자 수술을 의뢰하니 뛰어오를 듯 기쁘기도 했다.
의사들은 자주 환자를 소개하곤 한다. 특히 다른 진료과 의사들이 서로 환자를 보내는 건 지극히 정상이었다. 일반외과에서 심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심장내과 혹은 심장외과에 보내고, 정형외과에서 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일반외과로 보내고, 비뇨기과에서 무공 수련을 위해 스스로 불알을 깐 환자를 정신과에 보내고, 모든 것이 정상적인 트랜스 규칙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트랜스할 진료과 의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자기 환자를 못미더운 진료과나 의사에게 보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큰 주임은 능연의 손을 거쳐서 본인에게 오는 환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한 적이 없었다.
고작 장 수술이고 능연이 하지 않는 장 수술이지만, 이 소식은 일반외과 과 주임의 체면을 크게 세울 만한 일이었다.
능연은 일반외과 최첨단 수술인 간 절제에 능숙한 의사이니 말이다.
“주임님, 환자 받으시겠습니까?”
좌자전이 다시 재촉했다.
“그럼······! 흠, 팔채향 지원이 응급센터 한 부서만의 일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GS에서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 그런데, 능 선생도 수술에 참여하나?”
“아니오”
큰 주임이 승낙하고 바로 묻는 말에 좌자전은 명확한 대답을 내놓았다.
능연은 새로 장천공 보건술을 얻고 풀 세트 ‘노출’도 얻었지만, 장 수술 자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우수한 어시스던트면 모를까, 집도의로서는 별 장점이 없었다.
게다가 장 수술은 원래 더럽고 지저분한 수술이라 능연은 아예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포기했다.
큰 주임은 실망인지 기대인지 모를 표정으로 입꼬리를 치켜들었다.
“그러니까, 이 수술에 모든 결정권은 내게 있는 거군?”
“물론입니다.”
“그럼 됐네.”
“하지만 하나 아셔야 하는 게 있습니다.”
“말하게.”
“능 선생이 환자를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환자 보험이 완벽하지 않거든요. 생활도 궁핍하고요. 그래서 능 선생은 비용 감면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많이. 주임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런 쪽의 이야기라고는 생각도 안 한 과 주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되지. 규정대로 하세나.”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보고하죠.”
“환자 자료는 어떻게 넘겨줄 생각인가?”
좌자전은 돌아갈 준비를 했지만, 과 주임은 바로 놓아주지 않고 바로 한마디 물었다.
“예전 검사 기록은 보호자가 같이 가지고 올 겁니다. 팔채향에서는 대변 검사만 했습니다. 내시경 검사는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좌자전이 매우 명확하게 대답하자 과 주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후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것도 좋지. 암이 확실하면 수술 진행하겠네.”
운화병원 일반외과 같은 진료과에서 대장암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에 속했다.
좌자전이 눈치 빠르게 인사하고 돌아가자 과 주임은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서 잠시 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국으로 향했다.
“이따 환자 하나 들어온다. 팔채향에서 헬기로 오니까, 몇 사람이 나서서 검사하도록. 꼼꼼하게 하고, 아, 그린 패스 환자다.”
큰 주임이 내리는 명령에 의국 의사들이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과 주임은 긴말 없이 내시경 지시도 내리고는 본인 사무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