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49화 (630/877)

일반외과 병실은 응급센터 병실보다 더욱 좁아 보였다.

옛날 건물이라 병실과 병실 사이, 복도 면적이 새 응급센터 건물보다 비좁은데 환자까지 많아서 3인실보다 4인실이 더 많으니 더 복잡해 보였다.

물론 응급센터도 바쁠 때는 상황이 더 나을 것도 없어서 3인실에 침대를 두 개 더 추가하는 일도 흔하긴 한다. 일반외과보다 흔하지 않을 뿐이었다.

주임이 직접 수술한 설계효는 특별 대우를 받았다. 방은 더 넓고 설비는 더 완전하고 전문 간호사가 있는······. 특별 케어비가 더 비싼 3인실 특별 병실로 보내졌다.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설계효가 힘없는 목소리로 하는 잔소리가 들렸다.

“너무 비싸. 특별 병실 필요 없다. 일반 병실이면 돼. 아이고, 이래서 내가 운화에서 수술 안 받는다고 한 건데.”

“일단 이삼일만요. 병원도 돈은 벌어야죠.”

아들은 특별히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설득하다가 잠시 말을 멈추고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특별 간호가 좋다니까요. 우린 아무것도 모르니까 간호사가 특별히 살펴주면 좋잖아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한다.”

설계효는 콧방귀를 뀌다가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쉬운 상대가 아닐 거 같은데?”

능연을 힐끔 본 좌자전이 걱정이라는 듯이 하는 말에 곁에 있던 일반외과 의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되게 따지더라고. 주임님이 수술하시고 일부러 특별 병실에 보내줬는데 말이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사실 주제도 모른다고 하고 싶었지만, 능연과 친하지 않아서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능연은 그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문 앞에 걸린 알콜겔을 짜서 안으로 들어갔다.

좌자전과 일반외과 의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몸은 좀 어떠신가요?”

능연은 회진하듯 안으로 들어갔고 지루한 듯 핸드폰을 만지던 간호사가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붉히며 화들짝 일어났다.

“아, 능 선생. 장이 반이나 잘렸는데 어떻기는 뭐.”

설계효가 힘없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아들, 며느리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서 일어나 능연을 바라봤다.

“운화 응급센터 의사 능연입니다. 전에 논평 구병원 팔채향 분원에 지원 갔을 때 아버님 초진 의사였습니다.”

능연이 거의 완벽한 자기소개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설계효의 초진 의사는 여원이지만 운화병원은 치료 팀으로 움직이니 여원의 상급 의사인 능연이 설계효의 초진 의사라고 볼 수도 있었다.

“온 집안이 퇴직한 근로자고, 말주변이 없어.”

설계효가 침대 위에서 헐떡거리며 하는 말에 아들, 며느리는 어색하게 웃기만 하고 별말을 하지 않았다.

“팔채향에서 일하셨습니까?”

좌자전이 묻는 말에 아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전에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셨는데 90년대에 잘렸죠. 공장을 개인한테 팔았는데, 나이 많은 사람은 필요 없대서 저랑 아내가 들어갔죠. 그런데 작년에 장사가 안 된다고 우리도 잘랐습니다.”

“그럼 지금은요?”

좌자전이 계속해서 물었다.

“저는 경비 일을 구했고요, 아내는 여기 상가 건물 청소 합니다.”

아들이 별 기운 없이 대답했다.

능연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시스템을 불러내 전에 받았던 퀘스트 제시어를 다시 확인했다.

-설계효의 생활 능력과 존엄 있는 생활을 보장하라.

능연은 단순히 의료비 감면으로는 시스템이 바라는 수준에 이를 수 없음을 깨달았다.

다른 건 몰라도 설계효 아들과 며느리가 일을 할 수 없어서 수입이 없는 동안 생활이 매우 곤란해진다.

하지만 어떻게 그 곤경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능연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능연은 저도 모르게 전칠을 떠올렸다.

전칠이라면 방법이 있겠지.

운리 제약 꼭대기 층 회의실에서 전칠은 우아한 자세로 등받이 의자에 앉아 고위 관리직의 보고를 듣고 있었지만, 눈빛은 창밖의 푸른 하늘, 하얀 구름을 보고 있었다.

이런 세부적인 업무는 사실 그녀가 간섭할 필요가 없었다. 전칠은 존중을 표시하기 위해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회의에 참여한 사람은 이제 전 대표의 습관을 잘 알고 있었고, 해야 할 말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할 뿐,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도 티를 내지는 않았다.

“주식이 두드러지게 오르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새로운 대출 문제를 은근히 전하더라고요. 마침 저희도 필요하고요.”

“렌탈 회사도 은행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하겠다는 회사도 늘었습니다.”

“최근 몇 달 판매량이 매우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전칠의 핸드폰이 갑자기 웅웅 울렸다.

단호하게 몸을 돌려 자세를 가다듬고는 핸드폰을 들어 올리는 전칠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바로 능연의 전화였다.

능연이 처음으로 건 전화.

그동안은 톡으로 대화하는 일이 많았다.

바로 화면을 터치한 전칠의 얼굴에 곧바로 걱정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능 선생한테 무슨 문제라도······.

전 대표 얼굴에 그토록 풍부한 표정이 있단 말인가.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넋이 나가버렸다.

전칠은 슬쩍 고개를 흔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등 뒤에 칸막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는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 대면서 불확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능 선생님?”

“저예요.”

부드러운 능연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오자 전칠의 미소가 돌아왔다.

‘능 선생 목소리를 수화기로 들으니까 또 새로운 느낌이야.’

“문제가 하나 생겼는데, 전칠 씨가 가장 잘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지금 통화 괜찮아요?”

“능 선생, 매너 있는 것 좀 봐. 아,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통화할 때 더욱 매너 있는 거 같아서요. 네네 괜찮아요. 무슨 일이신데요?”

전칠은 저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를 내뱉고는 다급하게 덧붙였다.

능연은 전화 저쪽에서 싱긋 웃었다. 전화 예절은 특별히 따로 배웠었다. 어쨌든 능연이 어릴 때 전화기는 신문물, 고가품이어서 어떻게 하면 하구 소매점의 전화를 빌려 시간과 돈을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통화하는가도 하나의 기술이었다.

능연은 바로 생각을 돌려 설계효 집안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는 당연히 시스템 이야기는 빼고 말을 이었다.

“결장암 3기 5년 생존율은 80% 넘거든요. GS 과 주임이 직접 수술했으니까 확률이 더 높을 겁니다. 그러니까 경제 문제가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병 때문에 가난하게 살 이유는 더욱 없고요. 그래서 말인데, 적당한 일자리를 마련해 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능 선생은 경제적으로 바로 도움 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주고 싶다는 거죠? 맞나요?”

전칠은 흥분한 와중에도 매우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 쪽으로 세심하게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전칠 씨 생각은 어때요?”

솔직히 물어보는 능연의 말에 전칠은 더욱 기뻐서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제 생각엔 바로 돈으로 도움 주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거 같아요. 게다가 환자 현재 상황은 병을 고치는 게 최우선이죠? 안 그래요?”

“맞아요.”

“그럼 오래 할 수 있는 일자리 쪽으로 고민하는 게 좋겠어요.”

전칠은 그 방면은 매우 경험이 많았다.

“일자리는 사실 매우 중요하죠. 수입도 그렇지만 성취감과 가치관도 생기니까요. 잠시만요······. 흠, 그런 경력이라면······. 목장에서 창고 관리 하는 게 어떨까요? 우리 목장에서 하면 부부가 일 년에 100만 위안 연봉 받을 수 있어요. 보너스하고 복지도 있으니까 일 년 정도만 일해도 기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능연은 사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칠의 제안을 듣고 싶었을 뿐이라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전칠이 제공한 일자리도 매우 괜찮아 보였다.

전칠은 능연이 대답하지 않자, 그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줄 알고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다른 제안을 했다.

“아니면 가게를 하나 맡길까요? 경기장에 기념품 파는 가게가 하나 있어요. 다 외주 주거든요. 거기에 가게 하나를 맡기면 될 거 같아요. 승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면, 자동차 운전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운전은 초봉이 다른 일자리보다 조금 낮아요. 아, 취미를 고려한 일자리도 괜찮겠네요. 무슨 특기가 있다면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길어지는 전칠의 말에 능연이 흠흠 헛기침하고 대답했다.

“아직 그런 거까지는 몰라요. 일단 보호자한테 물어볼게요.”

“아니요!”

다른 사람 이야기할 땐 전칠의 머리가 휙휙 돌아갔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헷갈릴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해요, 제가 좌 선생님한테 물어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할게요.”

“그래요. 부탁할게요.”

전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능연은 바로 동의했다.

“능 선생님! 내가 도와줬는데 밥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전칠이 바로 머리를 굴리고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소가 식당 어때요?”

“콜! 그렇게 해요. 내일 저녁이 어때요?”

전칠은 바로 승낙하고는 냉큼 물었다.

“좋아요.”

통화를 끝낸 전칠은 핸드폰을 껴안고 심호흡했다.

그리고 칸막이 문을 열고 회의실로 돌아가자 회의실에 있던 간부들이 일제히 전칠을 바라봤다.

“계속하시죠.”

전칠은 손을 휘두르며 다시 자리에 앉았고 회의가 계속 진행되면서 다시 긴장, 엄숙, 발랄한 상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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