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51화 (632/877)

- 퀘스트 완성: 환자를 구하라!

- 퀘스트 내용: 설계효의 생활 능력과 존엄 있는 생활을 보장하라.

- 퀘스트 보상: 우 결장 절제술 (마스터급)

능연은 별 이유 없이 퀘스트 제시어 중에 우 결장 절제술을 선택했다. 우 결장 절제는 맹장 수술을 할 수 있고 좌 결장 절제는 S상 결장을 절제할 수 있는데 능연은 둘 다 그다지 원하지 않아서 대충 선택했다.

퀘스트 제시어가 나오자 능연은 생각난 듯 자연스럽게 방향을 꺾어 일반외과 병실 쪽으로 향했다.

설계효는 이미 특별 병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 갔다.

화장실 한 칸 있는 4인실의 환경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위생은 괜찮았다.

안으로 들어간 능연은 설계효가 등을 기대고 앉아서 같은 방 쓰는 환자에게 허세를 떨고 있는 걸 봤다.

“귀인을 기다리면 안 돼요. 적극적으로 나서야지. 나는 말입니다, 10년, 20년 전부터 산에 가면 기도하고 절에 가면 시주했어요. 마누라는 전에 언짢아했는데, 지금? 아, 물론 바로 말해줄 생각은 없고, 내려가게 되면 제대로 이야기해주려고요.”

“20년이나 빌었는데 겨우 귀인 하나요? 수지 안 맞는 거 같은데.”

병실 가장 구석에 간부인 듯한 노인이 미간을 좁히며 받아쳤다.

“20년이면 적어도 본인이 귀인이 됐어야지.”

“내 아들이 효자면 됐지. 나중 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를 못마땅해하던 설계효는 상대도 안 하고 말을 돌렸다.

병실에 있는 네 사람 중에 설계효의 아들이 제일 자주 와서 다른 사람들은 그에 대해 정말로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쪽 아들 이번에 새로 구한 일자리, 물건 배송하는 일이라고 했던가? 월급은 많이 받지만, 너무 힘든 일이지. 그런 일은 나도 구할 수 있다고.”

“그런 사람이 왜 이런 병실을 쓰실까.”

싱긋 웃으며 하는 간부 노인의 말에 설계효는 언짢아져서 말을 좀 심하게 했다.

“운화병원 같은 데야 뭐, 일반 공무원은 일반 병실이면 됐지. 닦달해 봐야 별 의미 없지요. 그건 일자리 구하는 거랑 다른 거라고.”

거기까지 이야기한 노인은 문 쪽을 보다가 마침 능연을 발견했다. 그는 능연을 모르지만 하얀 가운을 입은 모습을 보고는 끽소리하지 않고 빤히 봤다.

“능 선생님.”

설계효는 순간 흥분해서 연신 그를 불러댔다.

“능 선생님. 언제 오시나 했네요.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소.”

전보다 설계효의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 좌자전이 하도 자랑도 많이 했고, 그의 아들 일자리를 바로 능연이 구해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신체 검진 좀 하겠습니다.”

능연은 부인도, 인정도 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말했다.

“좋아요. 좋습니다. 유 사장이 그러더라고요, 선생님이 유 사장네 대표한테 부탁해서 일자리 알아봐 줬다고. 내 아들놈은 성실한 놈이니 걱정 마슈. 아이고, 진짜 세상에 좋은 사람 참 많구랴.”

“일단 누우세요.”

능연은 혼자 온 것이 살짝 후회됐다. 특히 주변 환자의 보호자들이 모두 몰려들자,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꼈다.

능연은 상처 부위를 피해서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물었다.

“요 며칠 어떠세요? 상처에 통증 있습니까?”

“어제는 조금 아프고 간지럽더니 오늘은 괜찮아졌네. 간호사들도 약 발라줄 때 조심조심하고.”

거기까지 말한 설계효가 목소리를 낮췄다.

“저기, 능 선생. 내 아들이 내 아들 회사에 의료 보험이 있어서 가족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던데, 전액 신청해도 되는 거요?”

“구체적인 상황은 저는 모릅니다.”

능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좌자전 선생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럴 겁니다.”

설계효는 순간 안도하면서 침대에 누워 능연이 검사하도록 꿈쩍도 안 했다.

그리고 검사가 끝나자 다시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

“능 선생, 저기······ 고향에 친척이 좀 있는데, 거기도 돈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가. 데리고 와도 될까?”

“무슨 병인데요?”

능연이 이상하다는 듯 그를 보며 물었다.

“병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돈은 왜요?”

“응? 병원 오려면 돈이 있어야지.”

능연이 지그시 바라보며 묻자 설계효가 당황했다.

“무슨 병인데요?”

능연이 질문을 반복하자 능연의 ‘엄숙’한 논리에 말문이 막힌 설계효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큰 병은 아니고. 고질병이지 뭐. 위궤양, 장염, 그리고 심장병도 있고.”

“저는 간 절제를 제일 잘하고 다음이 충수염 절제, 비장 절제 그리고 아킬레스건 보건술, 단지 이식술입니다. 그분들이 이런 쪽 질환이 아니면 제가 적당하지 않겠네요.”

능연의 대답은 언제나처럼 솔직했고 사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설계효는 순간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몰랐다.

“능 선생,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

일반외과 의사가 그때 들어와 능연을 구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일반외과 의사 둘이 바짝 그 뒤를 따랐다.

응급센터 의사가 일반외과 병실에서 회진하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일반외과는 간담췌외과 같은 곳이 아니니 아무나 들락거릴 수는 없었다.

일반외과 의사들은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감면은 한 번이면 됐지 두 번은 안 돼. 온 가족을 다 책임질 순 없잖아.”

일반외과 주치의가 식견이 넓은 말투로 능연을 가르치듯 말했다.

설계효의 일은 일반외과 의사에게 비밀이 아니었다. 어느 의사라도 측은지심이 들긴 했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빈도와 강도는 다른 문제였다.

일반외과 주치의는 요 며칠 능연의 칭찬만 듣고 있었다. 아무리 간호사들이 수시로 팬의 말투로 능연을 찬양한대도, 요 며칠은 정도가 너무 심했다.

주치의 님은 능연에게 한두 마디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능연은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 환자분은 그냥 친척 몇 명 소개한 건데요, 온 가족을 책임져 달라는 게 아니라.”

“딱 보면 답 안 나와? 온 가족뿐만 아니라 나중엔 친척, 친척의 친구도 다 데리고 올걸?”

능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닌 거 같아?”

주치의가 눈을 치켜떠도 능연은 웃기만 했다.

“나중에 알게 될 거다. 별별 환자가 다 있어.”

주치의는 세상을 향해서인지, 능연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인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일단 곁에 있는 환자부터 해결하고요.”

“네가 다 감당 못 하는 때가 온다니까?”

여전히 담담한 능연의 모습에 주치의가 답답한 듯 그렇게 말했다.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죠.”

능연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12번 베드 퇴원해도 됩니다.”

“35번 베드 MRI 재촉 좀 해. 능 선생 오후 수술 환자.”

“여 선생님, 저기 꼬마 메슥거린다고 하더니 토했어요.”

능연은 주변 소음을 들으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응급센터 진료실을 거닐면서 참으로 편안하다고 생각했다.

팔채향 분원은 너무 작아서 수술실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침대도 모자라고 진단의학, 영상의학도 부족한 데다가 환자도 적고 질환 종류는 더욱 적었다.

오는 족족 흔한 질병이었고, 환자는 적은데 의사는 많아서 환자 예후와 케어도 점점 새로움이 없어졌다.

운화병원 응급센터로 돌아와 익숙한 소음을 들으니 능연은 자신은 이곳 환자에게 더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꼈다.

“메슥거려서 토했다는 꼬마, 이틀 정도 화장실 못 간 거 같습니다.”

여원이 얼굴을 찡그리고 간호사를 따라 병실로 가려는 걸 본 능연이 코치했다.

“관장약도 가지고 가요.”

잠시 멈칫하던 여원은 바로 깨닫고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지시했다.

응급실에 오래 있으니, 일반 증상에도 능연은 점점 이런저런 요령이 생겼다.

가장 중요한 건 그는 원래 환자 증상을 꼼꼼히 살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토하는 아이를 봤을 때 첫 번째로 바로 변비를 떠올렸고.

소아 변비는 복통이 있을 수 있고 구토도 있을 수 있다.

너무 바빠서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던 여원은 능연의 힌트를 듣고 순간 깨닫고 타당한 처방을 내렸다.

바로 대답한 간호사는 약을 가지러 갔고, 능연은 여전히 느긋하게 진료실 안에서 어슬렁댔다.

오늘은 수술이 별로 없었다.

팔채향에서 막 돌아온 능연은 아직 진료를 시작하지 않아서, 다른 진료과 트랜스 환자 그리고 응급센터에 가끔 들어오는 환자만으로는 일상 수술량을 유지할 수 없었다.

능연은 아침나절 만에 어제 모았던 간 환자를 모두 해치웠기에 이제는 처치실과 진료실에서 어슬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젊은 의사는 쓸 차트, 담당할 환자라도 있지만, 능연 같은 급이 되면 출장 혹은 본원 수술을 하루 종일 하지 않는 한 사실 별로 할 일이 없다.

“능연! 이리와 이리.”

주 선생은 능연이 온 걸 보고야 환자를 받아서 환자와 마주 앉았으면서, 그제야 능연을 본 것처럼 그를 불렀다.

능연은 걸음을 서둘러 주 선생 앞에 섰다.

“보드 타다가 심하게 다쳤어. 수처 할래?”

주 선생이 눈웃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은 얼굴과 양팔에 여러 곳 찰과상이 있었고 귀밑과 턱이 가장 심하게 찢어진 상처가 있어서 얼핏 봐도 얼굴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물론 보기에 엉망진창이라도 보통 회복 속도로 보면 상처 부위를 잘 꿰매고 잘 관리하면 옅은 실밥 흔적만 남을 뿐이었다.

안 그래도 손이 근질대던 능연은 주 선생이 알아서 양보하자 손 씻고 오겠다고 냉큼 대답했다.

“그래, 기다릴게.”

주 선생이 무한 사랑하는 눈빛으로 웃었다.

“빨리 와~ 내가 자리 잡아 놓고 있을게. 한 바퀴 돌아도 자리가 없었지? 불쌍해라.”

그의 말에 능연이 미소로 화답했다. 어떤 의미로는 주 선생은 확실히 능연이 꽤 좋아하는 의사였다.

잠시 후, 능연은 깨끗하게 씻은 양손을 치켜들고 돌아왔다.

주 선생도 처치실의 작은 칸막이 안에 모두 기구를 펼쳐 놓고 중학생 얼굴의 땀까지 잘 닦아 놓고는 능연이 봉합하기만 기다렸다.

능연은 숨을 들이마시며 바로 주 선생의 점수를 플러스 2 했다.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세심함이었다.

“일단 6-0 쓰죠.”

능연은 장갑을 끼고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알렸다.

“저기······. 어느 선생님이 꿰매시는 건가요?”

칸막이 안 구석에서 기다리던 환자 어머니가 별로 내키지 않는 모습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은 우리 병원에서 유명한 의사입니다. 봉합 실력이 일품입니다.”

“너무 젊어요.”

주 선생이 바로 무슨 뜻인지 깨닫고 다급하게 대답하자 환자 어머니는 주 선생 한 번, 능연 한 번 바라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봉합하는데 나이가 왜요.”

주 선생이 웃으며 대답하자 환자 어머니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 상처잖아요. 잘못하면 평생 간다고요. 죄송하지만······주 선생님, 선생님이 해주세요.”

“정말로 능 선생이 제일 잘합니다.”

주 선생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환자 어머니는 여전히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집을 부렸다.

“주 선생님, 미안하지만 선생님이 해주세요.”

“그게······. 휴우, 정말로 능 선생이 더 잘합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제가 해도 되지만요.”

환자 어머니가 고개를 저으면서 주 선생을 바라봤다.

“정말 제가 하라고요?”

주 선생은 할 말이 없어졌고, 환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 선생은 능연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규정에는 환자가 의사를 지정할 수 없다고 해도 그러나 현재 환경에서는 환자 보호자가 고집하는 데도 반대하면 좋지 않다. 잘못하면 고소장이 날아올 수도 있고.

“주 선생님이 하셔도 됩니다.”

능연은 이러나저러나 별생각 없어서 바로 대답했다.

“그랴, 그럼 내가 하지 뭐. 님, 어차피 손도 씻은 거 잘됐네. 옆에서 지도나 해줘.”

주 선생은 분위기를 잘 마무리하면서 손을 뻗었다.

“5-0.”

5-0은 6-0보다 조금 굵지만 다루기는 훨씬 더 쉬웠다.

능연은 6-0으로 가볍게 봉합할 수 있고 주 선생은 5-0으로도 낑낑댄다.

간호사도 끽소리 없이 5-0 흡수 실을 꺼내 니들홀더에 끼웠다.

곁에서 지켜보는 보호자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어서 주 선생이 마취제를 놓고 잠시 기다렸다가 니들홀더를 들고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능 선생, 여기부터 할까?”

주 선생도 당연히 얼굴 봉합 경험이 있지만, 배울 기회는 많지 않았고 기껏해야 다른 의사가 하는 걸 보고 나중에 시도하면서 경험을 쌓았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주치의쯤 된 의사의 봉합 실력은 경험이 쌓여서 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능연 같은 봉합 수준이 되려면 단순히 연습으로는 불가능했다. 적어도 몇 년 동안 파고들어 연습한대도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농땡이 칠 기회를 잃은 주 선생은 아예 능연이 곁에 있는 틈을 타서 배우기 시작했다.

“상처가 깊으니까 깊게 들어가서 얕은 쪽으로 바늘 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안쪽에 매듭이 지니까 흉이 잘 안 집니다.”

능연도 딴생각 없이 바로 가르치기 시작했고 주 선생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음, 표피 찾기도 더 좋네.”

“맞습니다.”

“여긴 피하 봉합으로?”

“네. 바로 절개구에서 타이하고 표피는 봉합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연 유합이 흉이 덜 지니까요.”

“깊이 이 정도면 돼?”

“네. 더 깊으면 더 좋고요.”

능연이 주 선생을 가르치면서, 한 사람은 말하고 한 사람은 손을 놀리고 금세 상처 두 곳 봉합이 끝났다.

곁에서 지켜보던 보호자는 한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게 됐다.

“다 됐습니다. 집에 가면 푹 쉬시고요, 물 안 닿게 조심하시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봉합하고 드레싱까지 마친 주 선생은 조금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로서는 매우 귀한 봉합 경험이었다.

“흉, 안 지겠죠?”

환자 보호자는 확신이 안 서는 표정이었다.

“흉은 남죠. 그래도 크게 지지는 않을 겁니다. 나이도 있어서 점점 연해질 거예요.”

주 선생은 보호자를 위로하며 일어나 환자와 보호자를 밖으로 배웅했다.

환자 어머니는 돌아가기 전에 지그시 능연을 보다가 주 선생도 한 번 보고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