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54화 (635/877)

곽종군은 상급 레지던트와 주치의를 불러서 몇 마디 당부하고는 화상 센터를 꾸리기 위해 데리고 사라졌다.

의학 상식의 대부분이 화상 쪽에 집중된 나이든 군의관인 곽종군은 화상 환자가 대량 발생한 이런 순간, 한 센터의 주임 신분만으로 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곽종군에서 떠나 능연에게 향했다.

특색 하나 없는 레지던트들이 무심결에 의문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능연을 바라봤다.

그들은 병원에 들어온 능연이 실습생 장막을 넘고 훈련의 장막도 넘어 매우 빠르게 레지던트가 된 것을 바라봤지만, 그렇다고 맞먹을 생각은 없었다.

능연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이야 이제 운화병원엔 없지만, 그렇다고 관리 일을 하라니 다들 마음이 들썩거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심지어 능연이 대중 앞에서 발언하는 귀한 장면을 보게 되었고, ‘간단하게 몇 마디 하겠습니다’ 같은 윗선식 발언도 들을 수 있었다.

“이어서 각 팀은 트랜스할 환자를 최대한 모두 트랜스 보내고 트랜스할 수 없는 환자는 위급, 중증, 경상 3등급으로 분류합니다.”

재난 현장에 두 번이나 있었던 능연은 규모가 어떤지 모를 화상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좌 선생님, 훈련의 하나 데리고 접수로 가셔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현재 상황 전달하세요. 그리고 응급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환자는 돌아가거나 해당 진료실로 가도록 해주시고요.”

“퇴원해도 되는 환자는 바로 퇴원 처리합니다. 간호사들은 지금부터 추가 병실 배치하세요.”

능연은 매우 빠르게 지시했지만, 논리가 매우 명확했고 응급실에 퍼지기 시작하는 조급함을 단숨에 제압했다.

그리고 그제야 모든 레지던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각 치료 팀은 정상대로 업무 진행합니다. 필요하면 제가 돕겠습니다.”

막 안심하던 레지던트들은 멈칫하면서 그게 언제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능연은 벌써 처치실로 뛰어가고 없었다.

“이게······.”

외모가 평범해서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레지던트가 좌자전을 덥석 붙잡았다.

“좌 선생님, 지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죠? 이따 저희 주임님이 수술실에서 나오면 물으실 텐데, 저 뭐라고 대답해요?”

“정상대로 업무 진행하고, 필요하면 능 선생이 돕겠다. 이게 뭐가 어려워?”

좌자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응급의학과은 다른 진료과보다 힘든 곳이고 주임급 의사라도 직접 일선에 나서야 한다. 게다가 밤 당직을 제외하고는 지위로 얻는 우세도 별로 없었다.

그건 지치고 늙은 고급 의사들로서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물론 주임이 항상 눈앞에서 얼쩡거리니, 초짜 의사들로서도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었다. 정말로.

주임한테 쪼이고 싶지 않은 레지던트들은 수술실, 회진에서 잘 보여야 할 뿐만 아니라 평소 업무도 착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외모가 평범해서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레지던트가 말을 꺼내자 처치실에 있던 다른 초짜 의사들도 몰려들었다

BOSS급인 능연을 에워쌀 용기는 없으니, 얼굴을 쭈글쭈글하게 구기묘 웃고 있는 좌자전을 에워쌀 수밖에 없었다.

“그쪽 주임님이?”

능연은 제일 먼저 말을 꺼낸 레지던트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 외모가 평범한 레지던트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물었다.

“도 주임님이요.”

“아, 도 주임님이면 뭐. 성격이 얼마나 좋으신데. 게다가 긴급 상황이잖아. 안 그래?”

좌자전이 싱긋 웃었다.

“우리 두 주임은요? 뭐라고 보고해요.”

곁에 있던 다른 레지던트가 다시 물었다.

“두 주임님도 괜찮아.”

상대를 본 좌자전이 다시 미소 지었다.

“이 주임님은요?”

“이 주임님도 괜찮아.”

응급센터엔 곽종군과 도 주임, 이렇게 주임 의사가 둘 뿐이었고 나머지 부주임 셋 중에 두 사람이 치료 팀이 있고 능연의 치료 팀까지 모두 5팀이 있었다.

한 바퀴 물어본 레지던트들은 좌자전의 대답이 다 똑같은 걸 깨닫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괜찮을 리가 있어요?”

“도 주임님이야 정말 성격이 좋으니까 괜찮겠죠. 그런데 다른 팀은요?”

“맞아요. 이 주임님이 얼마나 포악한데요. 이따 나와서 물을 때 대답 못 하면 저 죽는다고요.”

“우리 대장도 말 통하는 분 아니시거든요······.”

좌자전이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좌자전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입을 열었다.

“너희들 주임님 성격이 포악하냐? 아님 곽 주임님이 포악하냐?”

한창 투덜거리던 레지던트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좌자전은 더는 투덜대는 사람이 없자 다시 입을 열었다.

“한마디만 더 하지. 나중에 누가 물어도 나는 인정하지 않을 말이야.”

레지던트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자 좌자전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니들, 능 선생은 말 통할 거 같냐?”

레지던트들은 경계하는 듯 서로를 바라보다가 곧 깨달은 듯 헤헤 웃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이다.”

좌자전이 한숨을 내쉬었다.

“가서 일들 해. 각 팀 환자는 각 팀에서 알아서 비워내고. 못 비우고, 느린 환자는 능 선생이 도와줄 거야.”

순간 레지던트들은 능연이 그들 앞에 떨어진 당근이 아니라 채찍임을 깨달았다.

역시 곽종군 스타일!

의사들은 더는 할 말이 없어져서 전화할 사람은 전화하고, 일할 사람은 일하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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