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57화 (638/877)

정신없이 바쁜 응급센터 상황은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에 일단락됐다.

운화병원은 화상 환자를 20명 넘게 받았고 곽종군의 치료 팀을 순식간에 야근 상태로 몰아넣었다.

화상 환자는 보호자가 돌볼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관찰병실에 남은 화상 환자는 정말로 시시각각 관찰해야 하는 상태라 일반 외상 환자보다 10배 넘는 의료진이 필요했다.

연문빈과 두 훈련의도 화상 센터로 차출되었다.

능연의 맹렬한 속도에 응급실에 있는 환자는 대폭 줄어들었고 지금 남아 있는 환자는 관찰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내과 환자였다.

“ICU도 조금 괜찮아졌대서 왕가 형제들 데리고 가 볼까 해. 잘하면 ICU 하나 선물해줄지도 몰라서, 돈 버는 거야.”

능연은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독립 ICU 얘기가 나오자 저도 모르게 솔깃했다.

ICU의 복잡성, 필요성은 둘째치고 병상 다섯 개짜리 ICU가 생기면 병상이 다섯 개 생기는 것이고 열 개짜리면 정말 여유로워진다는 뜻이었다.

병원에 오래 있을수록 의사들은 병상을 점점 연연하게 되는데 특히 운화병원 같은 정상급 삼갑병원은 하나 구하기도 장난이 아니다. 어떤 진료과는 심지어 과한 경쟁을 피하려고 병상을 주임이나 부주임에게 분배하는 일도 있다.

“같이 가요. 그 김에 회진 돌죠.”

독립 ICU 같은 중요한 일이니, 한 번 걸음 할 만했다.

좌자전은 의외도 아니라는 듯 왕가 형제를 부르러 갔고 다 같이 모여서 ICU로 향했다.

중환자실은 그때 이미 환자로 가득했다.

의사와 간호사는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네 형제는 유리 사이로 병실 안을 바라봤다. 온몸이 칭칭 감긴 왕전례가 깨어 있는지 아니면 기절했는지, 네 형제는 유리창 밖에서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매일 면회 시간이 있고요, 번갈아 가면서 면회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너무 바빠서 여기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좌자전이 나직한 목소리로 왕가 사람들에게 설명하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능연도 안에 상황을 볼 수 있으면서 그들 형제를 가리지 않는 자리에 서 있었다.

띠-띠.

안에 있는 모니터링 기기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단조로운 소리가 유리창 너머로 전해지니 짜증이 났다.

“형님, 이런 데도 심각하지 않다고 했습니까?”

넷째 왕전모가 온몸이 칭칭 감긴 셋째의 모습을 보며 부르르 떨었다. 왕전문은 그런 모습을 처음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전보다 나아졌고 계속 회복되고 있는데, 그래도 부족하냐?”

그리고 그의 말을 입증하려는 듯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ICU 안의 모니터링 기기가 띠띠띠띠 미친 듯이 고함쳤다.

ICU 의료진에게 그 소리는 돌격 나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혈압, 심박. 다 떨어지고 있어. 에피네프린! 어서!”

순식간에 의사가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가 환자의 몸에 청진기를 대고 고함치고는 바로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ICU 의사는 심폐소생을 거의 매일 하기에, 긴장은 해도 당황하지는 않았다.

“옥트레오타이드(octreotide).”

“에피네프린 계속!”

“도파민!”

의사는 계속해서 오더를 내리면서 흉부 압박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모니터링 기기의 심박라인은 여전히 일직선이었다.

왕가 사형제는 밖에서 지켜보면서 갑자기 걱정, 두려움, 그리고 다행을 느꼈다.

지금 울리는 모니터링 기기는 셋째 것이 아니었다.

“에피네프린 대량 투여해도 됩니다.”

능연이 창밖의 전화기를 들어 올려서 한마디 하자,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능연이라는 걸 알고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의 말을 전했다.

ICU 주치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역시 능연의 뜻대로 오더 내렸다.

간호사는 그대로 따랐다.

4만 위안짜리 침대에 엎드린 의사는 새로운 의사로 바뀌었고, 물러난 의사는 그 틈을 타서 제세동기를 한 번 더 사용했다.

이번엔 모니터링 기기가 한 번 울리더니 동리듬(sinus rhythm: 정상적인 심장 박동)으로 돌아왔다.

ICU 의사는 저도 모르게 능연을 돌아보며 매우 우호적인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환자를 살렸으니, 구체적으로 누구의 공로인지 일단 따지기 전에 기뻐하는 게 먼저였다.

능연은 사회 기대에 부합하는 미소로 화답했다.

왕가 사형제도 모두 한숨 돌렸고 고개를 돌려보니 능연의 얼굴에도 변화가 생겼다.

능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새로운 퀘스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 퀘스트: 환자를 살리고 보살펴라.

- 퀘스트 내용: ICU 내 환자 10명 살릴 것.

- 퀘스트 보상: 심장 외상 보건술(마스터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