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58화 (639/877)

능연은 진지하게 퀘스트를 다시 한번 봤다.

심장 외상 보건술은 의사들이 듣기는 많이 들어도 보는 건 드문 기술이었다.

비 관통성 심장 외상 환자가 드물어서 많이 볼 수 없는 반면, 인류가 심장외과 탐색을 심장 외상 보건술로 시작했기에 의학계 인사들에게는 익히 익숙한 기술이라서 듣기는 많이 들은 것이다.

과거 외과의 아버지 시어도어 빌로트가 이런 명언을 남겼다.

- 심장 수술을 시도하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지 지위도 명예도 잃게 되리라.

그 당시 외과 권위자인 그가 한 이 말은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고 긴 시간 동안 의사들이 다시는 심장을 건드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빌로트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후에야 프랑크푸르트의 의사 루이스 라이언이 심장 외상 보건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라이언이 일찍부터 준비를 시작하고 조용히 시기를 기다렸는지 아니면 순수히 재능이 뛰어나고 운이 지극히 좋았던 건지 몰라도, 귀한 심장 외상 환자를 처음 만났을 때 심장 외상 보건술을 하고 바로 성공했다.

어느 시대든 심장 수술은 칼날 위에서 춤을 추는 지극히 어려운 수술이다.

그러나 1896년, 그러니까 중국 광서 23년(역주: 청나라 서태후가 섭정했으며 다음 황제인 부의溥儀가 청 마지막 황제), 외과의는 심장 수술을 했다.

칼날을 예리하게 갈 수 있는 숫돌이 아직 대단하지 않았고, 수혈 기술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없는 19세기에 심장 수술을 한 것은 대단한 점이었다. 그러니까 당시에 심장 수술한다는 건 수술 내내 심장이 멈추지 않아야 하는 데다가 수혈은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최첨단 수술을 연 것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었다.

위험을 따지자면, 의학에서 이것보다 위험한 것도 많지 않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보면 이런 위험한 기술 환경, 이런 낙후한 방법으로도 심장 외상 보건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건 이 기술이 어렵지는 않다는 뜻도 된다.

사실, 방법을 말로 설명한 것만 따지면, 간단하다고도 할 수 있다.

닥터 라이언이 했던 말을 옮겨보면,

나는 좌측 제4 늑골에서 복강에 진입했다······. 심낭 외상 부분을 확대하고 심장을 노출하여 적혈과 핏덩이를 제거하고 우심실 표면에 1.5cm 찢어진 곳을 발견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찢어진 곳을 눌러 지혈하고······.

바늘과 얇은 실로 확장기에 매듭을 묶었다. 세 땀째엔 출혈이 두드러지게 줄어 출혈이 제어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라이언의 수술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두 곳이었다. 하나, 맨손 지혈법으로 심장의 찢어진 부분을 막고, 둘, 심장이 눈치 못 채는 사이 재빨리 세 땀을 꿰맨 것.

인류 역사상 첫 번째 성공한 심장 수술이 바로 이렇게 끝났다.

지금은 당연히 수술 환경이 업그레이드됐고, 수술 스텝에도 변화가 생겼지만, 주요 스텝은 사실 큰 변화가 없다.

심장 찢어진 부분을 포착해서 누르고 가장 늦게 뛰는 틈을 타 잘 꿰맨다.

만약 능연에게 기회만 준다면 지금 장악한 스킬들로 어쩌면 이런 심장 외상 보건술을 혼자서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은 만약일 뿐, 현재 의료 환경으로는 적당한 계기가 없는 한 능연은 심장을 접촉할 생각도 말아야 한다.

능연 역시 충분한 경험 없이 무모하게 심장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인류 역사상 심장 수술을 처음으로 완성한 닥터 라이언은 그 후로 123건 심장 보건술을 했고 사망률은 겨우 60%······였다. 그러니 실험 수술을 한다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이었다.

그러니 이번 새 퀘스트는 정말로 집중해서 완성해야 한다.

능연은 살짝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눈을 뜨고 다시 ICU를 바라봤다. 그리고 어떻게 들어가서 도와야 할지를 벌써 고민하고 있었다.

중증간호과가 작은 진료과라고 해도 독립 진료과였고 다른 진료과 사람이 들어가 돕는다는 건 아무래도 명분이 없었다.

간담췌외과와 하원정처럼, 그렇게 약하고······ 온순한 진료과와 과 주임을 하나 더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좌 선생님.”

문제를 내던지기로 결정 내린 능연은 바로 질문을 던졌다.

“ICU에 들어가서 환자를 구하고 싶은데, 무슨 방법 없을까요?”

“예에?”

왕가 형제 앞에서 무릎 꿇고 핥을 준비를 하던 좌저전은 능연의 질문에 일단 능연 앞에서 무릎을 꿇기로 했다.

“능 선생, 님 ICU가 바빠 보여도 인원은 충분합니다요. 우ㄹ······ 그냥 안 가면 안 될까?”

오늘 ICU는 당연히 바쁘지만, 그래 봐야 환자가 가득할 뿐이고 중증간호과 의사가 일제히 출전한 상황에서 케어 못할 일은 없다.

“들어가야겠어요.”

능연은 안을 바라보며 매우 확실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으래······. 님 말이 법이지, 뭐.”

능연의 실력이 정말 뛰어난데 좌자전이 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다만 성격이 좀······.

좌자전은 입술을 깨물었다. 외과의 성격을 따져서 뭐할까. 야하고, 잘난 척하고, 거만하고, 자신감 높았다가 자존감 떨어졌다가, 조급하고 쉽게 분노하는 평범한 외과 의사와 비교하면 능연의 성격이야말로 좋은 거지.

“회진 명목으로 들어갈까?”

한참 고민하던 좌자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가능한 거부터 시작하자고. 일단 들어가서 회진하고 위험한 환자가 생기면······. 음, 님이 한 번 들어가면 20분이고 최대 30분이니까 위급 환자가 생길 확률이 매우 높지. 그렇게 되면 은근슬쩍 들어가. 정신없으면 님한테 신경 쓸 겨를도 없을 테고, 운 좋으면 환자 하나둘은 구하겠지.”

“너무 적어요.”

“일단 들어가 보시라고요. 오늘 ICU엔 환자가 많은 편이고 위중 정도도 높으니까, 어슬렁거리다 보면 방법 있을지도 몰라.”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복잡하지도 않고.

능연이 다시 손을 씻으러 간 것을 지켜보며 좌자전이 한숨을 내쉬면서 알고 지내는 주치의에게 전화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능 팀은 그래도 자주 ICU에 회진하러 가니까 계획 중 첫 스텝은 분명히 문제없을 것이다.

좌저전이 한숨을 내쉬는 걸 왕전문은 살짝 오해하고 바로 말을 꺼냈다.

“좌 선생, 굳이 능 선생이 쇼할 필요 없습니다. 능 선생이 어떻든 기부 의사는 바뀌지 않을 겁니다.”

“예? 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좌자전은 멍해졌다가 왕전문이 지금 능연이 ICU에 가고 싶어 하는 게 보여주기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퍼뜩 깨달았다.

좌자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왕가 형제가 그렇게 생각한대도 별 상관은 없었다.

좌자전은 대충 얼버무리고는 다시 전화를 걸어 능연이 회진할 것이라는 등등을 설명했고 한참 만에 손을 치켜든 능연이 돌아왔다.

“능 선생, 들어가서 옷 갈아입으면 돼.”

좌자전이 하는 말에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 왕가 형제를 바라봤다.

왕가 사형제는 가슴을 활짝 펴고 칭찬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분들 왜 여기 계시는 거죠? 내려가라고 하세요.”

능연이 이상하다는 듯이 하는 말에 사형제가 멍해졌다.

“죄송합니다. 일단 내려가시죠. 면회 시간도 사실 지났거든요.”

능연의 생각을 깨달은 좌자전이 냉큼 사람들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왕가 사형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밀려서 왔다. 뭔가 좀 이상한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