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센터 주임 사무실.
전문 관상식물 회사에서 꾸민 에피프렘넘과 접난이 사무실 벽과 창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햇살이 들어오니 싱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만 바꾼 게 아니라 테이블도 예쁜 금사 녹나무로 바뀌었다.
능연은 문 앞에 있는 비서에게 인사만 하고 바로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뒤에 방 안 가득 제약 회사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 닫고 들어와.”
곽종군이 껄껄 웃으며 상기시키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밖에 있는 제약 회사 직원들, 할 일 없이 엿듣거든.”
“문는 닫는 걸로 해결 안 될 겁니다. 음악 틀고, 거리가 멀면 방음이 더 잘 될 겁니다.”
능연이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이자 곽종군은 잠시 생각하다가 실소했다.
“그럼 앞으로 음악 틀어 놓은 골프장에서 일 봐야겠군.”
그리고 능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혼자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니면 음악 틀어 놓은 광장이나.”
능연은 맞장구를 치지 않고 냉담하게 곽종군을 바라봤다. 맞장구 치고 싶지도 않았고.
능연의 표정을 본 곽종군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됐다. 음······. 자네 표정을 보아하니 쉬운 일이 아니구만?”
곽종군은 능연이 꺼낸 아이패드 안의 자료를 보고 입가엔 미소를 지은 채 살짝 미간을 좁혔다.
“위암 간 전이라. 우리 병원에서 이런 수술을 추진하긴 하지. 다(多) 진료과 종합 치료 협력 팀, MDT 말일세. 음, 연관된 진료과가 한둘이 아닌데?”
“진료과가 많이 참여하면 도움이 되겠죠.”
“물론이지. 그런데 협력하기가 힘들지. 이걸 하고 싶다고?”
“물론입니다.”
“우리 병원에서 MDT를 안 한 지도 한참 됐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라. 쉽게 하는 사람도 있고 어렵게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해야겠지.”
곽종군이 마음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었다.
능연은 그저 간단하게 ‘네’하고 대답했다. 그는 남이 하는 대사의 의미를 추측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주변에 방출되는 대사가 너무 많아서, 암시 대사 같은 건 무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었다.
곽종군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능연이 사실 이런 작업에 적합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위암 간 전이 수술은 운화병원 MDT 중에서도 큰 규모였고, 모든 방면에 추구하는 바가 까다로울 것도 당연했다.
곽종군은 긴 한숨을 내쉬고 능연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으며 재차 강조했다.
“자네 이거, 쉽지 않을 걸세.”
곽종군도 내심 조금 무기력하다고 생각했다. 부원장 타이틀이 있었으면 일이 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사실 곽종군도 각 진료과와 협조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다.
항상 대형 응급을 외치고, 하루종일 열을 뿜어대는 것도 예전에 각 진료과의 핍박을 받고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불벼락으로 신세계를 열어냈고, 응급센터도 설립해냈지만, 진정한 의미의 대형 응급까지는 거리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진료과에 연구 센터도 없는데 무슨 대형 진료과라고 할 수 있을까.
또 한편으로는, 운화병원 응급센터가 설립되고 지금까지 각 전문 진료과는 냉정하게 지켜보고만 있다. 방해야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도움을 바라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런 위& 간 연합 수술에서 협조가 필요한 진료과는 한둘이 아니었다.
곽종군은 손가락을 꼽아 보이며 설명했다.
“케이스로 보면 환자는 소화기 외과에서 트랜스 된 것 같은데, 일반외과와 소화기 외과 모두 이런 수준의 수술에 참여하고 싶을 거고, 간담췌외과도 당연히 참여할 테니 이건 쉽지. 이것만 해도 4 진료과지. 거기에 우리까지 하면 5 진료과 연합인 셈이야. 거기에 병리과, 영상의학과, 방사선 치료과, 종양내과······.”
“저희가 주도하면 각 진료과에서 사람을 보내려고 할까요?”
능연도 재난 구조에 참여했었던 사람이라, 진료과 그리고 병원 간 연합도 경험했다.
“MDT는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야.”
곽종군은 담담하게 말했다.
“다 같이 회의하고 협조해야 해. MDT는 환자가 중심이 되는 게 중요해. 그러니 모두 환자에게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네. 환자 설득도 포함해서 말이야. 그 외에도 실제로 할 때도 각자 소임이 매우 중요하다네. 며칠 전에 수많은 화재 환자가 몰려들었을 때 자네가 응급실에서 했던 것처럼 혼자서 모든 백업, 모든 기술 부분을 다 맡아서 하려고 하면 절대로 안 되지.”
“왜 안 되죠?”
“왜 안 되냐고?”
잠시 고민하던 능연이 그렇게 묻자 곽종군은 그 물음에 멍해졌다.
“진료과 협조는 이런 추세니까.”
곽종군이 강조하자 능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추세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곽종군도 말문이 막혔다. 사실 의학계 추세와 패션 유행은 큰 차이가 없긴 하지.
유행이 반드시 좋은 건가? 당연히 아니지.
최소 절개가 유행하지만, 최소 절개가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암 수술 같은 잔혹한 환경에서 최소 절개 문제는 진짜 하찮은 문제다.
그러나 최소 절개는 이미 가장 주류가 되었다.
추세는 말 그대로 조류 같은 것이라 밀물과 썰물처럼 변동하면서 주류가 되는 것도 확실히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주류가 된다고 해도 그게 유일한 선택이라는 뜻은 아니다.
곽종군은 능연 자체가 그가 봐온 중에 가장 비주류 의사라는 생각을 하며 능연을 바라봤다.
“자네가 간 절제, 위 절제를 할 수 있으니 이론상으로 혼자 이 수술을 해도 되네.”
능연 입장에서 생각해 본 곽종군은 그의 생각을 좀 이해할 것도 같았다.
“그러나 그건 옛날 방식이지. 다른 진료과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모를 일이라네.”
“아. 그런데 저는 원래 다른 진료과에서 무슨 생각하는지 잘 모르는데요.”
곽종군은 멍해졌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말도 맞군.”
“그러니까, 수술해도 되는 거죠?”
능연은 자기가 가장 궁금한 질문을 했다.
곽종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리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소화기 외과랑 이야기해보겠네. 그리고 진료과 종합 치료팀을 만들어서 MDT 방식으로 환자에게 얘기한 다음에······, 다음엔 자네한테 달렸지.”
곽종군은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오히려 생각이 명확해졌다.
능연이 MDT 방식으로 해내면 당연히 좋지만, 해내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난처해지는 일이 생긴다면, 그래 이제 다른 진료과도 난처할 때가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