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연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임과 부주임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태연하게 자기 템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37세 환자, 상복부 팽창감, 위산 역류, 구토를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답니다. 그래서 위를 대부분 절제하고 림프도 절제했습니다.”
MDT 토론은 관련 진료과가 함께 앉아서, 환자 중심으로 진료과마다 돌아가며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진행한다. 메이요에서 뿌리내린 이런 방식은 인력이 꽤 소모되는 방식이었다. 메이요 병원은 최대한 인력을 아끼기 위해 새로운 다(多) 진료과 빌딩까지 따로 설립했다.
중국은 메이요처럼 호사로울 수 없고, 다(多) 진료과 종합 치료 협조팀을 짜는 방식이라 바들바들 떠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운화병원 같은 지역 정상급 병원은 글로벌급 의료의 미래를 지향하고 싶으면서도 다 같이 모여 앉아 시간 낭비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실제로 조작할 때는 언제나 막상 기회를 주면 다리를 후들대는 쫄보처럼 바들바들 댔다.
중국은 진료비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8 진료과 고급 의사가 둘러앉아 한 시간 이야기를 나눠도 리스트에 기록된 청구 비용은 보통 200위안도 안 된다. 그런데 각 진료과 의사들을 모시기 위해 드는 숨겨진 코스트를 생각해 보면 MDT를 구성하는 마이너스 동력이 된다.
때문에 운화병원 같은 병원에서 MDT를 발동하는 건 보통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 본인이 추진해야 한다.
이번에 응급센터에서 발동한 MDT는 다른 진료과에서는 더욱 중시하지 않았고, 다들 할 건 하고 패스할 수 있는 건 패스하자는 마음으로, 심지어 눈앞에 놓인 자료에 손도 대지 않으면서 능연의 발언을 듣고 있었다.
위암 간 전이라는 것은 딱히 새로울 것이 없었고, 현장에 있는 주임, 부주임 모두 익숙했고 틀에 박힌 결말쯤이야 간단하게 할 수 있었다.
몇 분 후, 두 번째로 발언하는 영상의학과 부주임은 지친 듯 높낮이 없는 어조로 말했다.
“환자 CT로 알 수 있듯이 분문(噴門) 하 위벽이 두꺼워져 있고, 간 내 저밀도 그림자, 종양 결합 표지물 AFP가 높지 않고, CEA는 전이 결절로 의심되어서 위암 간 전이로 진단했습니다.”
영상의학과 부주임은 거의 틀에 박힌 말을 하고 난 다음 바로 앉았다. 이런 회의는 정말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곽종군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학술실에 와서 이런 보고 하는 것조차 내켜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양 내과 부주임이 헛기침하며 일어날 준비를 했다.
“간 CT 저밀도 그림자만 보고 말았나요?”
그때 능연이 입을 열자 종양 내과 부주임이 경악했다. 이렇게 패냐? 그것도 능연이?
그리고 곽종군조차 왜 아군인 셈인 영상의학과부터 패는지 놀라서 바로 분위기를 풀려 했다.
“우리 능 선생은 한 번씩 과하게 엄격하거든. 능연, 영상의학과는 바빠서······.”
“고밀도 그림자 안 봤습니까? 암 안에 고밀도 그림자가 있고 심지어 명확한 액-액 증상이 보입니다. 환자는 증강 CT를 찍었습니다. 여기에 고밀도 그림자가 보인다는 건, 전이 된 암이 혈관을 침식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증상은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의학과 부주임이 고개를 숙이고 미친 듯이 자료를 뒤졌다.
오늘 MDT 토론회 하기 전에 사실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곽종군이 벼락을 뿜다가 불똥이라도 튀게 되면 죽은 체하기로 작정했었다.
어차피 영상의학과는 보조 진료과고 의사들이 물고 늘어질 일도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오늘 본인에게 휘둘러진 첫 몽둥이를 능연이 휘두를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 몽둥이가 기술 문제일 거라고는 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기술?!
기술 문제는 죽은 체할 수가 없었다.
영상의학과라고 해도 참는 데 한계가 있어!
부주임은 속으로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병원에서 보조 진료과의 지위는 이미 낮을 대로 낮다. 그래도 영상의학과에서 병원 평균 보너스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 기술이 된다는 것이다. 다들 나 없으면 안 된다고 행동하지는 않아도 사실상 나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상의학과의 기술에 도전한다는 것은 영상의학과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영상의학과 부주임은 일단 능연을 반박할 생각에 뭐든 찾아내려고 미친 듯이 자료를 뒤적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자료로는 한계가 있고 게다가 준비도 부족했다.
가슴이 덜컹한 영상의학과 부주임은 아예 원본을 불러내 현장에서 읽기 시작했다.
필름 판독 경험 30년 넘는 남자였고, 필름에 어떤 부분은 모자이크를 한 것처럼 흐릿해도 겹겹이 쌓인 사진들 안에서 진실한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다!
“작은 병소 중앙에 점 모양으로 늘어난 것 같군. 간 동맥 혈액 공급 때문이야.”
모두를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 부주임은 일단 작은 것을 짚어내고는 대단히 중요한 것을 발견한 척 느릿느릿 말했지만 능연은 조금 실망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그게 답니까?”
“작은 병소 중앙이 그렇게 되는 건 드문 일이네. 그래서 밑에 의사들이······.”
“그걸 알아본 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능연이 상관없다는 듯 그의 말을 잘랐다.
“지금은 병소의 석회화된 부위를 주목해야 합니다. 여기요······.”
능연은 테이블 끝쪽으로 가서 부주임 앞에 놓인 필름을 가리키며 허공에서 손가락으로 쿡 찍어 주었다.
원시인 부주임은 필름을 멀리 들고서야 능연이 말한 작은 점이 보였다.
“보셨어요?”
“음. 다발성 점상 석회화. 이건 간에 전이 된 암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
영상의학과 부주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걸 못 알아본 게 아니라 자세히 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전체 병원의 필름을 판독해야 하는 영상의학과에서는 매일 수많은 필름을 봐야 하고, 일반적인 필름은 부주임 손을 거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MDT 회의고 참석하면서 필름을 못 봤다는 말로는 넘어갈 수 없었다.
능연의 엄숙한 표정 앞에 부주임은 고양이처럼 온순하게 굴었다.
대빵의 불벼락은 사실 그도 익숙했지만, 능연은 너무 젊어서 조금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조금만 고쳐먹고 상대를 대빵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괴로울 것도 없었다.
외과 의사의 성격은 다 거기서 거기로, 보조 진료과는 자주 불벼락 맞는 일에 진작 익숙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불벼락을 많이 맞게 되면, 심적으로 위축되어서 그렇지 변함없이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부주임까지 오른 사람은 모두 허리를 굽히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 부주임은 버스에서 들킨 중년 도둑처럼 쿨하게 굴면서 머쓱한 듯 웃었다.
“계속합시다.”
곽종군은 상대가 죽은 체하려는 모습인 걸 보고 거기에 힘 빼지 말라는 듯 능연을 코치했다.
그와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능연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조 진료과 부주임을 패는 건 별것 아니어서, 곽종군 본인도 얼마나 많이 팼는지 모른다. 그러나 기술로 패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영상의학과 같은 진료과는 기술 얘기가 나오면 미꾸라지같이 싹싹 피해 나갔는데, 능연에게 기술로 추어탕이 되는 걸 보니 묘하게 새로운 통쾌함을 느꼈다.
“다음, 소화기 외과?”
곽종군은 오른쪽, 그러니까 문을 등진 위치에 있는 의사를 바라봤다. 자리 하나 고를 줄 모르는 약체, 추가요.
소화기 외과에서 온 부주임은 처음으로 도둑질에 나선 것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익숙한 곽불벼락은 다들 이해했다. 그러나 기술 문제로 끌려 나오는 건 겸연쩍은 일이었다. 적어도 겸연쩍게 생각은 해야 하지 않겠나?
소화기 외과 부주임은 능연을 바라보면서 그가 했던 위 절제술을 떠올리며 자기 위가 다 쪼그라드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속으로 투덜댔다.
위 절제 수술도 나보다 잘하는 놈인데, 내가 회의에 참석할 의미가 있었나? 나 왜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니.
“정 주임님?”
시간 낭비하기 싫은 능연이 재촉했다.
“간담췌외과 하 주임님부터 할까요?”
소화기 외과 정 주임은 숙제를 안 해간 초등학생처럼 물귀신 작전을 시도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좌불안석이던 하원정은 엉덩이 지방이 불타는 것처럼 펄쩍 뛰어올랐다.
“왜 저부터 합니까. 일반외과 환자잖아요. 일반외과부터 합시다.”
회의 전부터 이미 태도가 안 좋던 위청은 능연은 바라보면서 그의 수술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GS 환자 아닙니다.”
곽종군은 스테이크를 웰던으로 구울까, 미디움으로 구울까, 아니면 레어로 구워서 잘근잘근 씹을까 하고 고찰하는 표정으로 위청을 바라봤다.
방 안 온도는 조금 높았는데, 회의실 담당 직원이 곽종군의 사적인 요구에 따라 몰래 실내 온도를 높인 것이다.
“야, 정닥. 네 차례면 네가 해.”
압박을 느낀 위청이 재빨리 고함쳤다.
소화기 외과도 일반외과에서 분리된 작은 진료과여서, 일반외과 부주임인 위청은 소화기 외과 부주임에게는 조금 우위를 느꼈다.
소화기 외과 정 부주임은 씁쓸한 듯 입맛을 다시면서 더는 미루지 못하게 되어서 목을 가다듬고 또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고는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 내리고는 들고 있는 보고서를 휙 팽개쳤다.
“소화기 외과 측면에서 보자면, 위암 전이가 많이 된 상태에서 수술 치료는 이미 일시적 억제 요법밖에 안 됩니다. 지금 보면 환자 상태도 좋지 않은데, 수술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권합니다. 음, 카페시타빈(Capecitabine)으로 약물치료 하면서 전이된 병소가 사라지는지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원래는 수술을 찬성하려고 했었다. 어쨌든 외과인 만큼, ‘절제’가 첫 번째 방안이고 정 안 되고, 못하는 케이스라야 개입 혹은 약물을 고려했다.
하지만 그 방안은 능연에게 죽을 때까지 쪼일 것 같다는 생각에 아예 반대하기로 결정 내렸다.
진지하게 정 부주임의 발언을 듣던 능연이 과연 멈칫했다.
정 부주임은 비열한 간신이 득세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씨익 입을 늘리며 웃는 입술 사이로 미디움으로 익은 스테이크 같은 붉은 입술이 보였다.
‘외과의를 대응할 때는 내과로 대응해야지. 어차피 너무 어려운 방안은 나중에 해야 될 때를 생각해서 꺼낼 수도 없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그마나 쓸 만한 방안은 이런 급의 수술에서는 효과도 발휘할 수 없으니 말이야.’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진료과 의사들도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다들 의사라, 정 부주임의 수작을 바로 알아 차렸다.
심지어 능연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려고 즐기는 표정으로 능연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능연은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번 케이스를 한참 연구했었다.
위 절제를 할 줄 알고 그랜드마스터급 간 절제술이 있는 능연은 위암 간 절제에 가장 적합한 외과의였다.
질병을 시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환자의 증세가 평범할수록 의사가 알고 있는 전제 조건이 많다는 걸 의미하고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이 더욱 많고 답을 내놓을 확률이 더 높다. 그리고 대부분 원칙대로 하는 방법이 종종 최고로 좋은 해법을 얻곤 한다.
그러나 이번 환자 같은 케이스는 최고로 좋은 해법을 얻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전제 조건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제한 조건이 더 많기 때문이다.
사실 능연도 정 부주임의 대답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까지 세부적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 방향도 고려했었다.
“일시적 억제치료라고 해도, 이 환자에게는 매우 의미 있습니다.”
능연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수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부분도 이해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능연은 간단한 한마디로 소화기 외과의 발언을 총결했다. ‘니들은 실력이 안 돼!’
모두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소화기 외과 정 주임은 누구보다 눈을 더 휘둥그렇게 뜨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수술할 수 없다고는 안 했는데!?
다만, 소리를 내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마음속으로 이 환자, 이 케이스는 정말로 자신이 조작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서였다.
그러니까······ 정말로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소화기 외과 정 주임은 빠른 속도로 우울해졌고, 이어서 곧 자기가 했던 말에 문제점을 의식했다. 수술도 안 되고, 수술을 안 해도 안 되고, 방사선 치료는 되고, 카페시타빈도 되고. 그래서 대충 방안을 선택해서 능연의 ‘외과’ 속성에 대항했다······.
결론적으로 이상적인 방안이 아니었다는 것.
정 주임 본인의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 환자는 그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에게 평가를 내리라고 하면, 이 환자는 소위 답이 없는 환자였다.
그로서는 좋은 방안이든, 좀 떨어지는 방안이든 한두 달? 두세 달? 차이일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는 지금 어느 방안이 좋은 것이고 어느 방안이 좀 떨어지는 방안인지 판단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정 주임은 고개를 들어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보다가 갑자기 웃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이 새끼들, 죽은 말을 산 말처럼 치료한다고, 방법이 없는 걸 알면서도 버틸 생각이구만.
그는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보면서 의문을 품은 표정을 지었다. 능연, 얘 정말로 치료할 생각은 아니겠지?
“다음.”
물을 받아와 목을 축인 곽종군은 편안한 기분을 숨기지도 않고 헛기침한 후 가볍게 외쳤다.
“하 주임. 자네가 말하게.”
종양 외과 주임이 아예 하원정을 콕 찍어 불렀다.
하원정이 주위를 둘러보니 일반외과 위청은 물컵이나 만지작대고, 소화기 외과 정 주임도 물컵을 만지기 시작했고, 물컵 만지다가 질린 병리과 주임은 고개를 들다가 하원정과 눈빛을 마주치고는 순간 물컵 만지는 게 너무나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원정은 마음을 다잡으면서 목을 치켜들고 이를 악물면서 고개를 들어 눈썹을 치켜들고 눈을 부릅뜨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능 선생,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그냥 네 방안 얘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