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67화 (648/877)

“능 선생, 좀 쉬어.”

염 선생은 능 팀 의사처럼 초췌한 모습으로 눈을 퀭하게 뜨고 있었다.

응급처치를 한 번 마친 능연이 고개를 들자 시스템 퀘스트 인터페이스가 바뀌어 있었다.

- 퀘스트: 환자를 살리고 보살펴라 [NEW (NEW)]

- 퀘스트 내용: ICU 내 환자 10명 살릴 것. (10/10), 위 & 간 연합 근치술 한 번 완성할 것.

- 퀘스트 보상: 심장 외상 보건술 (마스터급), 스태미너 포션 한 병

처음에 내려왔던 환자 10명 구하기 퀘스트는 완성한 셈이었다. 능연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힐끔 보고는 그제야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곁에 있는 염 선생을 바라봤다.

“전 가도 되는데, 선생님은 아직 퇴근 시간 아니죠?”

“아직이냐?”

염 선생은 멍해졌다가 앓는 소리를 냈다.

“오늘 시간 정말 안 간다.”

운화병원 중환자실은 일, 이선 교대 근무제도였다.

주치의를 비롯한 의사들은 모두 일선을 맡아 밤낮 안 가리고 영원히 ICU를 지키는 당직 의사가 된다. 응급센터의 삼선 제도와 비교하면 ICU 주치의의 생활은 더욱 비참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응급의학과 의사가 마주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ICU의 일상 당직엔 경험이 더 풍부한 의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 능연을 따라 참여한 응급구조는 염 선생의 범위를 벗어난 경험이었다.

염 선생은 쑤시는 양팔을 문지르면서 오늘 벌써 몇 번째로 한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CPR 너무 많이 했어. 시간도 너무 길었고.”

“그래도 사람을 살렸잖아요.”

능연도 팔을 문지르고는 알콜겔을 다시 바르고 염 선생을 바라봤다.

“마사지 좀 해드릴게요.”

염 선생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다가, 능연의 손이 목에 닿은 후에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능 선생도 고생했는데, 이거 좀 미안하네. 아응······.”

살짝 저항하던 염 선생이 금세 눈을 가늘게 떴다.

너무 좋아.

어쩌면 이렇게 좋지.

“응급의학과 의사는 만날 이런 대우 받는 거?”

그럴 리가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부러워졌다.

“큰 수술 하거나 좀 힘든 일, CPR 같은 거 하면 한 번씩 해줍니다.”

CPR이라는 말에 염 선생의 정신이 맑아졌다.

퇴근 시간도 안 됐는데 왜 개처럼 지쳐있냔 말이다. 다 능연이 장시간 CPR를 고집했기 때문이란 말이다.

게다가 능연이 관리하는 장시간 CPR은 흉부 압박 퀄리티에 대한 요구도 매우 높아서 주치의인 염 선생이 직접 나서야 비슷한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시달린 걸 생각한 염 선생은 그렇게 고된 작업량으로 고작 마사지 한 번이라니, 그다지 수지맞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능연이 ICU 의사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한 염 선생은 깨달은 듯 고개를 돌려 능연을 바라보며 심각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능 선생, 정말로 가서 좀 쉬어. 님은 어쨌든 응급의학과 의사인데, 우리 중환자실에 너무 오래 있는 거 아니냐?”

당직할 때 능연이 도와주면 편하긴 했다. 하지만, 능연이 ICU에서 제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건 매우 위험했다. 특히 그가 장시간 CPR을 매우 좋아한다는 걸 생각하면······.

“네. 그럼 전 쉬러 갑니다.”

이번 퀘스트를 완성하기 위해 능연은 오늘 벌써 스태미너 포션도 한 병 마셨다. ‘환자를 살리고 보살펴라 [NEW (NEW)]’ 퀘스트로 겨우 심장 외상 보건술 (마스터급), 그리고 스태미너 포션 한 병을 얻는 걸 생각하면, 그 퀘스트를 성공하기 위해서 스태미너 포션을 하나 쓰는 것도 손해였다.

염 선생은 능연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 바 아니라는 듯 냉큼 그를 내쫓았다. 벌써 10년 가까이 ICU 생활을 했는데 능연이 참여하기 시작한 후 오늘이 가장 힘든 날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환자를 구하는 데 꼭 필요한 흉부 압박은 보통 30분만 하면 한계가 왔다. 그리고 30분짜리 흉부 압박이라고 해도 사실 나머지 20분은 실습생에게 맡겨 흉내만 내게 하는 일도 있다.

국내 병원은 환자가 가망 없을 때, 보호자는 그래도 적극적인 구명 모습을 보고 싶어 하고, 병원은 죽은 사람 소원 들어준다는 생각으로 대부분 보호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조한다.

하지만 지난 10시간 가까이, 환자 둘 심폐소생 하면서 내내 표준 높은 압박을, 그것도 장시간 유지한 건, 염 선생으로는 그야말로 태어나서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마침 또 정말로 구해냈으니, 할 말도 없었다.

의학 분야에서 아무리 많은 이론과 추측, 엄격한 추론도 실천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매번 환자를 사망선에서 끌어 올린다면, ICU 주치의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그 작업 방식대로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염 선생은 능연의 CPR 기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기 전에는 정말로 능연과 같이 근무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일단 살아야 할 것 아니냐 말이다.

의사도 살아야 한다!

능연은 자연스럽게 ICU에서 나가 샤워하고 옷을 전부 벗어던졌다.

벌써 세 번째 갈아입는 것이었다.

계속 구토하는 환자, 대량 출혈 환자 때문에 처치를 마친 후 다시 씻고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능연의 몸에 오물이 붙어 있었다.

능연은 이따 운전해서 집으로 갈 테니 속옷이 딱히 쓸모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가성비를 고려해서 59위안짜리 속옷을 입었다.

출장 수술을 시작한 후, 옷장에 가장 먼저 변화가 일어나서, 이 가격의 속옷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저렴했다.

상큼한 59에 수술복을 걸치고 하얀 가운을 입으니 능연은 더욱 반짝반짝 멋져졌다.

사무실로 돌아가 열쇠를 챙겨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하는데 연문빈이 비밀스럽게 다가와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능 선생, 4지 단지 환자 왔는데, 님 할래?”

능연은 3초 망설이고는 고개를 숙여 59를 내려다보며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님이 바쁘시면 왕 주임님이랑 같이 할게.”

“합니다.”

연문빈이 다급하게 덧붙이는 말에 능연이 바로 결정을 내렸다.

“먼저 수술실에 가 있으세요. 샤워하고 갈게요.”

능연은 4지 절단 수술로 앞뒤로 다 해서 고작 3시간, 그리고 전신 168위안 장비를 소모했다.

간 수술 같은 복강 수술과 비교하면 수부외과 수술은 직접적이고 명확했다. 이런저런 위험 요인이 존재하고 수술 사흘 후에도 여전히 거대한 사망 위험이 존재하는 간 수술과 달리 수부 수술을 끝낸 의사는 그날의 성공률을 대충 짐작한다.

연문빈은 조금 흥분된 상태였다. 4지 단지 환자는 여전히 귀한 존재였다. 게다가 능연이 그에게 많은 자유를 주어 직접 수술하는 느낌이 들어 통쾌함도 들었다.

“다 같이 하니까, 역시 혼자 하는 것보다 재미있네.”

연문빈은 능연이 다시 씻고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조림 국물에서 따끈따끈한 족발을 건져내 예쁜 도자기 접시에 올려서 능연에게 건넸다.

“엄선한 큰 돼지 족발 맛 좀 보시죠.”

“엄선한 큰 돼지?”

“요즘 돼지가 별로 없잖아. 족발도 작아졌고. 도살장에 돼지들도 다 백몇 킬로짜리라 족발이 안 커. 생각해 봐. 백 몇 킬로 사람이 신는 신발이랑, 이백 몇 킬로 사람이 신는 신발 크기가 같겠어? 다들 큰 족발 좋아하니까 특별히 큰 돼지 족발을 일부러 골랐지. 엄선한 돼지 브랜드를 걸고 10위안 더 비싸게 팔고 있어.”

연문빈이 껄껄 웃으면서 설명했다. 이윤이 많지 않은 족발 사업에서 등급 분류 아이디어를 냈더니 BMW 한 대 값을 벌게 되었다.

족발 사업에 관심 없는 능연은 깨끗한 손으로 족발 몇 조각을 먹고 허기를 해결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자러 갑니다. 족발 남은 거 있으면 ICU 간호사랑 의사한테 좀 보내주세요.”

ICU에서 일하는 동안 능연은 간호사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고 그들이 주는 과일과 우유도 많이 받았었다. 이번에 연문빈이 만든 족발 맛이 전보다 뛰어나니, 바로 능연의 선택을 받았다.

“오케이! 제일 좋은 놈으로 골라서 보내지.”

연문빈은 영광이라는 듯 냉큼 대답했다.

“보내고 나서 돈은 저한테 청구하세요.”

능연은 손을 흔들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능 선생, ICU 보호자들한테도 좀 보내자.”

그때 피곤해서 눈도 뜨지 못하는 좌자전이 무기력하게 말했다.

“아, 그것도 좋네요.”

좌자전에 대한 믿음으로 능연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좌 선생님, 제 족발 영업사원 하실 생각이세요?”

“쳇! 그게 무슨 소리야.”

능연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걸 본 연문빈이 의아한 듯 좌자전을 바라보며 물었고 좌자전이 콧방귀를 뀌었다.

“왕전례 씨 곧 퇴원할 건데 그동안 항상 병원을 지키던 왕가 4형제, 그리고 그 대가족들이 뭐 맛있는 거 먹었겠어? 이럴 때 족발 가져다주면 얼마나 고마워하겠어? 다 그렇게 인연 만드는 거야.”

바로 알아들은 연문빈이 솥을 살폈다.

“그럼 좀 더 가지고 오라고 해야겠네요. 다른 보호자들은요?”

“이왕 보내는 거 같이 보내야지. 왕가에만 보내면 유치하잖아.”

“그럼 상황 좀 봐야겠는데요. 엄선 족발은 모자랄 거 같아요. 그나저나, 왕씨 형제들 사이좋네요. 계속 병원에 있다니요.”

연문빈은 핸드폰을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

“응, 사이 좋은 거 같더라.”

좌자전은 왕가 사람들의 이해관계는 꺼내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만 말했다. 부자들의 은원 관계는 원래 복잡한 법이라 의사가 깊이 관여할 문제도 아니었고, 가십거리로 입에 올리기도 귀찮았다.

연문빈은 족발 수량밖에 관심 없어서, 연달아 몇 통 전화를 돌리고는 안도한 듯 의자로 돌아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짜릿하네요. 4지 단지 수술도 하고 족발도 이렇게 많이 팔고.”

“많이 벌었겠다?”

“이따 쿠폰 10개 드릴게요. 그나저나 좌 선생님 발 넓잖아요. 저를 도와서 사업을 넓히······.”

“됐다. 나는 주치의될 거다.”

정통 조림 국물을 만들어낸 연문빈이 입가를 끌어 올리며 그렇게 말했지만, 노년 레지던트 좌자전은 단호하게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제안을 손을 흔들어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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