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69화 (650/877)

중환자실은 대다수 사람에게 절망의 땅이었다.

절망해서 들어가고 절망한 채 치료받고 본인이 절망해서 그곳을 떠나는 절망의 일원이 아니길 절망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소봉은 이미 중환자실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족발을 들고 모처럼 만에 맛있게 뜯어먹었다. 사실 최근 일주일 만에 먹는 가장 맛있는 한 끼인 것은 맞았다. 야들야들하게 익은 족발은 베어 물면 바로 끊어졌고 조림 특유의 간장 냄새도 향긋하게 풍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매일 족발 먹을걸.”

소봉은 자신의 판단을 후회했다. 사실 돈이 궁하진 않았다. 어릴 때부터 돈이 궁해 본 적 없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래서 남편의 치료비 앞에서도 언젠가 다시 벌어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곶감 꼬치 빼먹듯 통장 잔액이 거의 바닥 났어도 여전히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서 ICU에 있는 남편을 돌보는 건 정말로 힘이 많이 들었고, 때로는 틈만 나면 조용히 책을 보거나 심지어 몰래 나가서 영화를 보고, 한바탕 울고 돌아오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기도 했다.

“유소봉 씨.”

사무실에서 나온 염 선생은 혼자서 족발을 뜯는 소봉을 보고는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염 선생님.”

“어서 드세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계시길래 인사한 것뿐이에요.”

소봉이 다급하게 입술을 닦는 모습에 염 선생이 그렇게 말했지만, 바로 족발을 치우는 소봉의 모습에 아예 자리에 앉아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집에도 며칠 동안 못 갔죠? 집에 좀 다녀오시지 그래요.”

“이제 병원이 집이죠, 뭐.”

소봉이 생긋 웃는 모습에 염 선생의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수많은 연예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연예인한테 관심 많던 시절에 그는 주로 단아한 유형의 스타를 좋아했고,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소봉같은 스타일 말이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염 선생이 한숨을 내쉬었다.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거죠. 다행히 평생 한 번밖에 안 죽네요.”

소봉이 느릿느릿 하는 말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가서 좀 쉬세요. 이제 수술하면 쉬고 싶어도 못 쉽니다.”

조윤의 가족은 소봉 하나뿐이라, 수술이 시작되면 줄곧 수술실 앞에서 기다려야 할 테고, 위& 간 연합 수술은 수술 시간이 매우 길다.

어느 정도 설득당한 소봉은 ICU 병실 쪽을 되돌아보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가서 챙길 것 좀 챙겨서 다시 올게요.”

그녀는 다른 보호자들처럼 어쩌고저쩌고 당부하거나 머뭇거리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염 선생은 다른 보호자들도 소봉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소봉이 이럴 수 있는 것도 경험이 많고, 기대도 많고, 그만큼 실망도 많아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수술은 능 선생이 직접하니까, 결과가 매우 좋을 겁니다.”

염 선생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ICU 의사로서 염 선생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은 환자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고, 심지어 기대를 완전히 부숴버릴 때도 있다.

“환자가 처음처럼 회복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지금으로서는 환자가 말을 할 수 있고 말을 알아듣기만 해도 최선입니다.”

염 선생은 면담실에서 수없이 이런 말로 잔혹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보호자 앞에 펼쳐놓았었다.

하지만 이번엔 소봉이 조금 더 기대를 품고 조금 더 환상을 품길 바랐다.

적어도 아름다운 환상을 하길 바랐다.

소봉은 다시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고는 완곡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길 바라야죠.”

“능 선생은 창서성 내 손꼽히는 간 절제 전문가입니다. 북경 병원에서도 초빙해 가요.”

염 선생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소봉의 믿음이 조금 더 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그런 말까지 했다.

그러자 소봉의 표정이 조금 변해서 염 선생을 바라봤다.

“능 선생님이 대단하고 무신 시에 출장 수술 자주 가는 건 알았지만, 북경도 가시는 건 몰랐네요.”

“한두 번도 아니랍니다. 북경 병원 일반외과 주임 수술도 한 걸로 알아요. 특별히 요청받고 간 거죠. 수술 끝나고 며칠 만에 침대에서 내려와서 바로 외국도 나갔어요.”

염 선생이 목소리를 낮춰 비밀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

“지위로 보나 재산으로 보나, 외국에서 수술받아도 될 정도였거든요. 그래도 능 선생을 초빙했다니까요. 그러니까 조윤 씨 수술, 능 선생이 하는 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염 선생의 설명을 들은 소봉의 얼굴에 점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염 선생의 얼굴에 소봉은 조금 어색한 듯 고개를 숙였다.

“염 선생님, 저는 그이랑 약속했어요. 혹시 그이가 먼저 가면, 저는 비구니가 될 거랍니다.”

“예? 요, 요즘도 그런 게 있다고요?”

염 선생이 경악했다.

“네, 저는 장사도 못 하고, 그이가 없으면 일자리를 찾아야 하니까요. 요즘은 비구니도 쉽게 되는 게 아니에요. 절마다 규정 인원이 있고 안정적이에요. 그리고 절에서 살고 서로 돌보기도 하니까요. 적어도 명절을 혼자 보내지 않아도 되고요.”

염 선생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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