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새벽 6시, 1번 수술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순회 간호사 두 명이 바삐 오가며 소모품을 준비했다.
위&간 연합 근치술은 운화병원에서 매우 드문 수술 방식이었고, 응급센터로서는 더욱 천지창조 수준의 첫 수술이었다.
대단히 첨단 수술이라는 말이 아니라(물론, 4급 수술을 연달아 두 건 하는 것에 비할 만큼 충분히 첨단 수술이긴 하지만) 응급센터 사람들은 수술 예후와 관련된 범위 때문에 더욱 긴장했다.
의료진, 특히 삼갑병원 의료진들에게는 의학 관료들이 세팅한 수술 등급 제도보다 본인들이 세팅한 수술 등급이 있다.
중국 수술 등급 제도를 따르면 간 절제 수술은 표준적인 4급 수술이자 중대 수술이고, 위 전체 절제와 위암 확대 근치술 역시 모두 4급 수술에 속했다.
요즘 삼갑병원에서 이런 수술을 잘 해내는 건 어려워도, 하는 것 자체는 정말로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무신 시 1 병원과 2 병원에서 미친 듯이 능연을 초빙하는 출장 수술 역시 모두 4급 수술이었다.
그러나 위&간 연합 근치술과 비교하면 단순한 간 절제 수술은 또 그렇게까지 대단하지 않은 것도 같았다.
적어도 규모는 위&간 연합 근치술이 훨씬 컸다. 그리고 의학 분야에서 수술 범위가 조금 확대되고, 수술 시간이 조금 연장되어도 난도는 조금이 아니라 몇 배는 높아진다.
그리고 큰 수술인지 아닌지, 어려운 수술인지 아닌지는 수술실 간호사와 마취의 배치만 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능연은 아직 위&간 연합 수술한 적 없지?”
일반외과 큰 주임이 조금 졸려 보이는 모습으로 실눈을 뜨고 참관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네가 처음으로 장경색 수술할 때, 지도하는 사람 없이 혼자 책 보고 했던 거 맞지?”
곽종군이 싱긋 웃으며 공격적인 말투로 물었다.
“그때랑 다르지.”
일반외과 주임도 싱긋 웃었다. 뿌듯해할 만한 젊은 시절 경험이었고, 그가 유명인이었다면 무용담의 일부분으로 꼽힐 만했다.
“지금이라고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곽종군도 웃으며 대답했다.
레지던트는 책을 보면서 약 처방을 내리고, 주치의는 책을 보면서 수술하고. 병원에서는 비밀도 아니었다. 못하면 책이라도 봐야지, 그게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특히 생소한 질환과 증상은 주임이라도 책을 봐야 할 때는 봐야 헸다.
“그때는 핸드폰이 이렇게 많지도 않고, 수술실에 카메라도 없었는걸.”
일반외과 주임이 입을 삐죽이며 대답하자, 곽종군의 표정도 살짝 변했지만,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능연은 간이고 위고 다 정상급이지. 그러니 위&간 연합 수술에 도전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야.”
“그것도 그렇지.”
일반외과 과 주임이라고 능연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응급센터에서 ‘당연’하고 ‘당당’하게 일반외과 첨단 수술을 하는 걸 보자니, 마음도 겉모습처럼 평온할 수 없을 뿐이었다.
여원이 종종걸음으로 문을 열고 참관실에 들어간 다음 뒤를 향해 손짓하자 실습생과 훈련의 위주인 초짜 의사들이 줄지어 들어갔다.
중간에 빈 의자가 조금 있었지만, 실습생과 훈련의는 알아서 바깥쪽과 뒤쪽으로 가서 섰다.
의사 손이 여럿 필요한 큰 수술이었지만, 능 팀엔 초짜 의사가 더 많아서 수술에 참여할 기회가 없는 의사가 더 많았고 다른 진료과 의사처럼 참관실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른 의사들과 비교하면 능 팀 의사들은 훨씬 편안했다. 적어도 참관실에 들어갈 수 있었고, 다른 진료과와 치료팀과 달리 초짜 의사들도 다른 대접을 받으니 말이다.
일반외과 같은 엘리트 진료과는 35살 아래 주치의를 초짜 의사 취급했고, 경력이 낮은 주치의도 어쩔 수 없었다.
뒤를 돌아본 곽종군이 옆에 의자를 가리키며 여원을 불렀다.
“여 선생, 앉아. 이른 시간이라 수술 보러 오는 사람 얼마 없을 거야.”
말을 마친 곽종군은 일반외과 과 주임에게 여원을 소개했다.
“여 선생은 우리 진료과에서 모집한 연구생이라네. 올해 치프 레지던트가 됐고 수술도 제법 많이 했지.”
“아침에도 수술 두 건 했습니다.”
여원이 고분고분 대답하는 말에 일반외과 과 주임은 무심결에 시간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다들 능 선생 시간 따라가는 겐가?”
“당연하죠.”
여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고분고분 대답하자 일반외과 과 주임이 혀를 끌끌 차며 곽종군을 바라봤다.
“능 선생은 아래 의사 훈련도 일가견이 있구만.”
그저 시간 조절에 불과했지만, 공립병원에서 출근 시간이란 종종 리더의 권위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했다. 능력자 진료과 주임의 기본은 수하 의사를 추가 근무시켜야 할 때 바로 추가 근무시킬 수 있어야 했다. 작은 병원의 진료과 주임은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병원의 작은 진료과 주임은 그런 권위가 없으니까.
강력한 진료과 주임은 당연히 수하 의사를 마음대로 추가 근무시킬 수 있다. 당근이든 채찍이든, 명령이 떨어지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대형 병원 대형 진료과 주임의 지표였다.
하지만 거기서 나아가, 전체 진료과를 본인의 뜻대로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는 건 매우 힘들었다. 제대로 자리 잡힌 진료과일수록 더욱 힘들었다.
게다가 그것도 모두 진료과 주임이나 가능한 이야기고, 치료팀 팀장이 이런 일을 하려면 몇 배는 더 어려워진다.
대형 병원의 치료팀이라고 해도 추가 근무가 빈번해지면 대부분 충분한 인력을 모으지 못하고, 팀원이 이런저런 수작을 부리며 휴가를 내면, 관리 능력이 부족한 대부분 치료팀 팀장은 본인이 불쏘시개가 되어 활활 불탈 수밖에 없었다.
능연의 관리 능력이 이런 수준인 것을 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곽종군은 더욱 기뻐하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능연은 리더 매력이 있는 그런 관리자니까.”
“그렇군.”
일반외과 과 주임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를 돌려 다정한 척 여원을 바라봤다.
“여 선생, 아침에 무슨 수술을 두 건이나 했나?”
“하나는 긴급 충수염 수술이었고, 하나는······.”
“큼큼!”
곽종군이 딱 들어도 가짜인 헛기침을 큰소리로 했다.
일반외과 주임이 얼굴을 찌푸렸다. 충수염은 그들의 아이템이었다. 충수염 같은 작은 수술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해도, 응급센터 의사가 일반외과 주임인 본인 앞에서 긴급 충수염 수술을 입에 올리니 언짢을 수밖에 없었다.
충수염이 뭐 얼마나 긴급하다고. 환자야 통증이 심하겠지만, 기다렸다가 낮에 해도 문제없는 수술이고. 옛날에는 이삼일 견디다가 겨우 병원에 오는 환자가 없던 것도 아니고.
어쨌든 그렇긴 해도, 일반외과 주임은 여원이 아직 말을 꺼내지 않은 수술에 더 관심이 있었다.
긴급 충수염 수술이라는 단어도 입에 올렸는데, 그럼 곽종군이 말하지 못하게 막은 수술은 무슨 수술일까?
장경색? 탈장?
아니면 위를 건드렸단 말인가?
일반외과 과 주임의 표정이 심각해져서 여원을 응시하며 물었다.
“두 번째 수술은?”
곽종군은 한숨을 쉬었고, 이번엔 막지 않았다.
그러자 여원이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직장 이물질 제거 수술입니다.”
순간 일반외과 과 주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간단한 거였어요. 탁구공이요. 환자가 실로 연결했었는데, 실을 당겨도 안 나오고 아예 끊어졌대요. 그래서 새벽 5시에 병원에 왔고, 15분 만에 꺼냈습니다.”
여원이 물건을 꺼내는 동작을 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 탁구공 꺼내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똑똑한 환자라 탁구공에 실을 연결했고요, 탁구공은 가벼운 편이라 실 끝을 찾아내서 쉽게 꺼냈습니다.”
일반외과 주임이 힘겹게 고개를 돌려 곽종군의 두 눈을 줄곧 빤히 바라봤다.
곽종군의 표정이 호기심, 기대에서 엄숙을 거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되어 조금 정떨어지기까지, 매우 풍부했다.
일반외과 주임의 표정은 어색함에서 말문이 막힘, 말문이 막힘에서 황당, 황당에서 수치로 바뀌면서 매우 재미있었다.
“수술이나 보세.”
“수술 보세.”
두 주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버라이어티한 표정을 거뒀다.
“저희 팀, 앞으로도 저런 수술을 합니까?”
능연 팀에 새로 합류한 운화대학 실습생이 ‘늙은’ 실습생 제윤조 귀에 속삭였다.
“안심해. 안 할 거야.”
“정말요?”
제윤조가 생긋 웃으면서 하는 말에 새로 온 실습생이 기뻐하며 되물었다.
“응, 당연하지. 넌 어시 자리도 못 맡을 텐데, 저런 귀한 수술을 네가 할 수 있을 리가 있냐?”
제윤조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새로 온 실습생이 중지를 들어 올리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