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73화 (654/877)

대기실에 환자 보호자가 왔다가 가고, 갔다가 또 왔다.

빠른 수술을 대기하는 보호자는 한두 시간이면 떠났고, 느린 수술도 서너 시간이면 고통에서 벗어났다.

제일 먼저 대기실에 도착한 소봉은 아침부터 점심까지 기다렸지만, 아직 남편이 나오지 않았다.

수술 전 면담에서 이런 상황을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상황이 닥치니 아무래도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몸 조심하시고요. 환자 배변 시간 기록해두세요.”

환자를 따라 수술복도로 나온 조낙의가 마스크를 벗고 보호자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소봉은 부러운 듯 그 모습을 지켜봤다.

남편이 처음에 입원했을 때는 그런 장면도 두려웠었다. 남편이 수술실에서 실려 나올 걸 생각하면 가슴이 쑤셨다.

그때는 수술 한 번 하면 멀쩡한 사람도 기운이 다 빠진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회복이 될지 아닐지도 모르고 나중엔 다른 문제는 없을지도 모를 때였다.

소처럼 건장했던 조윤이 수술 후에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허약해지고 온몸의 통증으로 밤잠을 못 이룰 것을 생각하면······ 소봉은 온몸이 괴로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술을 마친 환자와 보호자를 바라보며 남편이 이렇게 나올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침대에 누워서 생활해도 괜찮으니 몇 년 더 함께 생활할 수만 있어도 좋았다.

“남편은 아직입니까?”

숙모가 진작에 나온 중년 남자가 다시 다가가 물었다. 그의 숙모는 오토바이에 부딪혀서 팔 한쪽 다쳤을 뿐이라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끼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고, 깨진 유리 조각이 살에 박혀서 지금까지 걸렸을 뿐이었다.

소봉은 싫은 표정을 숨기지 않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년 남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채팅 어플이라도 하는 듯 자연스럽게 명함을 내밀었다.

“전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명함 하나 드릴 테니 필요하면 전화 주세요. 소비귀라고 합니다. 냉동 식품업 해요.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요. 이것도 인연인데, 친구 사귄다고 생각하고······.”

소봉은 더는 말도 하기 싫어져서 짜증 나는 듯 등을 돌렸다.

눈치 없는 짓을 한 소비귀는 명함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 계속해서 온화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명함에 이메일이랑 QQ 메신저 아이디 있어요. 다 비밀코드입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갑니다. 시간 나면 다시 만나요.”

소봉은 화도 나고 수치스럽기도 했지만, 누구한테 화를 내야 할지도 몰랐고, 남편을 떠올리고는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느 환자 보호자입니까?”

소비귀 숙모 수술을 막 마친 조낙의가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이렇게 여리여리한 아가씨가 이런 모습으로 울고 있다니, 마음이 깨질 것만 같았다.

곁에 있던 간호사는 불편한 듯 입을 내밀었다.

“능 선생님이 ICU에서 찾아온 환자요.”

“1번 수술실에서 수술 중인?”

조낙의가 바로 알아들었다. 위&간 연합 근치술, 이런 수술 명칭이 수술 구역 화이트보드에 나타났을 때 자체 발광이라도 하는 듯 모든 의사의 눈엔 굵고 크게 보였다.

“네. 부잣집 아가씨를 내팽개치고 남편이랑 가출했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을 겪었다네요.”

“어쩐지, 딱 봐도 딱하더라.”

조낙의는 보기만 하고 다가갈 엄두는 내지 못했다. 그의 마누라가 그의 돈으로 가방 사서 어느 간호사를 포섭해서 감시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남자들은 다 똑같애. 슬퍼서 저렇게 우는 게, 남자들 꼬시려고 그러는 줄로만 알죠?”

“아니, 그게 아니라면서 너는 왜 얄밉다는 얼굴로 저 여자 보냐?”

어린 간호사가 툴툴대는 말에 조낙의가 알겠다는 듯 피식 웃었다.

“누가 얄밉다는 얼굴로 봐요, 보긴. 난 그냥 저런 여자가 싫어서 그래요!”

“그러면서 저 여자 편에서 이야기는 하고?”

“그지 같은 남자들이 여자 무시하니까 그렇죠.”

“아, 깜빡했다. 수술실에 아직 처리할 일 있지.”

하루 이틀 어린 간호사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라, 조낙의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대화를 시작했다는 걸 깨닫고 현명하게 빠져나왔다.

수술실에 이미 그가 할 일은 없지만, 밖과 비교하면 수술실이 훨씬 외과의에게 안전한 곳임이 분명했다.

조낙의는 어슬렁어슬렁 돌아서 두 번이나 1번 수술실 앞으로 지나쳤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두 번 모두 참아냈다.

큰 수술이면 뭐?

까놓고 이야기하면 간 절제와 위 절제를 같이 하는 것일 뿐인데.

물론, 간 절제와 위 절제는 따로 해도 큰 수술이긴 하지.

하지만, 까놓고 이야기하면 간 절제도 간을 노출하고 혈류를 차단하고 절제를 완성하고 봉합하고 나오면 그만이야. 인간의 간이 나약하고 쉽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나 조낙의도 할 수 있어!

“조 선생님, 족발 하나 드려요?”

수술 구역 작은 식당을 지키는 요리사는 이제 응급센터에서 자체 고용했다. 능연이 간 절제를 시작하고 응급센터로 승급한 후엔 진료과 수입이 더욱 많아져서 전체 진료과의 대우가 승승장구했다.

어떤 달은 자기 비용 부담 환자가 너무 많아서, 곽종군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좌자전을 불러다 토론까지 했다. 돈 쓸 이유를 제대로 찾아서 쓰지 않으면 자금을 위에 바쳐서 병원 평균 보너스에 쓰게 할 수도 있었다.

상납금은 내야 하지만, 덜 낼 수 있으면 덜 내는 게 당연히 좋았다.

지금 작은 식당의 이 요리사도 그런 지출 부분에 속했다.

파트 타임 직원이라 정식 채용이 아니고 임금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의 열정은 하늘을 찔렀고, 연문빈 대신 물건도 팔았다.

조낙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코를 벌름거리다가 결국 기분 좋게 위챗페이를 열었다.

조낙의는 족발을 들고 힘껏 깨물어서 모질게 고기를 뜯어냈다.

“문빈이는?”

조낙의가 콧등에 주름을 만들며 물었다.

“연 선생이요? 수술하죠. 엄청 흥분했던데요?”

요리사가 머리 위 모니터를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린 조낙의의 눈에 밖에 노출되어 시뻘겋게 피투성이가 된 간을 들고 있는 수많은 손이 보였다.

조낙의 님의 얼굴이 순간 굳어 버렸다.

새로 온 요리사가 진료과의 과거사를 어찌 알리오. 요리사는 심지어 자랑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

“국내 정상급 수술이라면서요? 보는 사람도 많아요.”

“수술이 끝난 것도 아니고.”

조낙의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속으로 비웃었다. 허풍은 쉽지, 그러다가 미끄러지면 볼 만하겠다.

그때 구석에 숨어서 핸드폰을 만지던 주 선생이 입을 열었다.

“순조로운 것 같더라. 연합 절제도 능연이한테는 아무것도 아닌가 봐. 이제 예후만 남았다.”

“넌 언제부터 거기 처박혀 있었냐?”

조낙의가 휙 고개를 돌리며 묻는 말에 주 선생은 나른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느릿느릿 대답했다.

“오늘 몇 시에 출근했더라.”

막 수술 두 건을 마친 조낙의는 화를 내야 할지 동료에게 기회를 준 주 선생에게 감사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미처 대답하기 전에 철없는 레지던트가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능 선생 수술 보는 게 그렇게 쉽냐?”

“운리 중계 플랫폼에서 100명 넘게 보고 있을걸?”

“우리 병원에서 이런 수술할 수 있는 건 능 선생밖에 없을걸? 아니, 성을 통틀어도 누가 하겠어.”

“쉿!”

조낙의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다시 족발을 씹었고, 평소에 야들야들하게 느껴지던 족발마저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 좀 나갔다 올게.”

족발을 내려놓은 조낙의는 1번 수술실에 가보려고 입가를 닦았다.

“족발 먹었으니까 손 잘 닦아라. 기름지잖냐.”

허리를 치켜세운 주 선생이 한숨을 내쉬면서 쑤셔오는 허리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족발 몇 개 포장해줘. 큰 거로 잘 고르고, 나눠서 포장해줘.”

“댁에 가지고 가려고요?”

요리사가 묻는 말에 주 선생이 콧방귀를 뀌었다.

“의사의 집은 병원이지. 아빠들한테 먹을 것 좀 가져다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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