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자 운화병원 응급센터 참관실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병원에서 오후 시간은 상대적으로 한가한 시간이다. 초짜 의사들은 각종 차트, 보고서, 검사 등등 할 일이 있지만, 중급 이상 의사들은 이 시간이 되면 한숨 돌리면서 느긋하게 밥을 먹거나, 음악을 듣거나, 핸드폰을 가지고 놀거나 등등······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래서 대부분 의사는 이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시간을 내서 능연의 위&간 연합 근치술을 보러 올 수 있었다.
수술도 이제 클라이맥스에 들어설 때라서, 대부분 의사의 집중력도 수술실에 쏠려 있었다.
“완화성 수술은 안 할 셈이군.”
“여기까지 했는데 완화는 무슨 완화야. 게다가 능연처럼 젊은 의사는 얼마나 급진적인데.”
“급진적이고 싶어도 실력이 되고 운이 따라야지요. 병소를 얼마나 깨끗이 처리하는지 지켜 보자고.”
토론 소리와 함께 참관실의 문이 또 조용히 열렸다.
머리를 내밀고 들어온 주 선생이 허리를 숙이고 맨 앞으로 다가갔다.
“곽 주임님, 배 좀 채우세요.”
반쯤 꿇어앉은 주 선생이 날렵하게 도시락을 내밀었다.
반나절 동안 수술을 보던 곽종군은 익숙한 족발 냄새가 나자 순간 허기를 느꼈고,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 냄새가 이렇게 심한 걸 샀어.”
곽종군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냄새가 참관실에 진동하면서 각지에서 온 손님의 위장을 자극하든 말든 바로 뚜껑을 열었다.
주 선생은 겸연쩍으면서 억울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이 족발 꽤 좋아하신다는 생각만 했지, 냄새 생각은 못 했네요.”
“음, 괜찮아. 몇 개나 샀나?”
곽종군도 그냥 나오는 대로 혼낸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무슨 냄새를 맡든, 상관할 양반도 아니었고. 참관실 자체가 그가 돈을 구해서 만든 것이니, 힘들게 만들었던 만큼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었다.
“6개요.”
“음. 잘했군.”
곽종군이 진지하게 주 선생을 칭찬했다.
아버지들의 기분을 살피는 데는 주 선생도 일가견이 있었다. 곽종군 님은 규칙을 고분고분 지키는 착한 의사가 될 생각이 없는 그런 사람이었고, 선물조차도 꼼꼼히 따져서 주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족발 하나 하게.”
곽종군은 족발이 담긴 도시락을 바로 일반외과 과 주임 품에 안겼다.
“이런 때 무슨 족발이야.”
일반외과 과 주임의 얼굴에 어이없음이 가득했다.
“안 먹어? 배 안 고픈가 보네?”
콧방귀를 뀐 곽종군이 말을 이었다.
“이거 우리 진료과 젊은 의사가 만든 거야. 조림 국물도 벌써 이삼 년 된 거라고.”
“알지. 연문빈 족발이잖나.”
“아이고, 우리 응학 족발 유명세가 거기까지 갔어?”
일반외과 과 주임이 고개를 끄덕이자 곽종군이 혀를 끌끌 찼다.
“내 아들이랑 같은 동네에 집을 샀더라고.”
“아아~.”
일반외과 과 주임이 웃으며 하는 말에 곽종군이 말끝을 길게 늘였지만 별로 관심 없어 보였다. 그는 병원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원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곽종군은 족발 6개 중에 두 개를 남기고 나머지 4개를 현장에 있는 의사에게 나눠주었다.
의사 직급으로 나눈 게 아니라 본인의 취향이었다.
그래서 족발을 받은 의사는 곽종군이 본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족발을 못 받은 주임과 부주임도 그에 대해서는 별 원망은 없었지만 향기로운 족발 냄새 때문에 조금 소란스러워졌을 뿐이다.
“맛있군.”
일반외과 과 주임도 나눠 먹을 생각은 없었다.
참관실에 연씨 족발의 냄새가 가득 퍼졌다.
일반외과 과 주임과 곽종군 등 몇 사람은 웃으면서 족발을 먹었다.
다른 의사들은 탐욕 없는 눈빛으로 미친 듯이 침만 흘렸다.
배불리 먹은 주 선생도 의자를 하나 골라 자리에 앉아 정신을 집중해서 수술을 지켜봤다.
“능연 이 쉐끼.”
수술을 할 수 있고 없고는 둘째치고, 주 선생은 보는 눈이 있는 의사라 잠시만 보고도 저도 모르게 곁눈으로 일반외과 과 주임을 힐끔댔다.
일반외과에서 수술을 가장 잘하는 능력자는 당연히 이분이셨다. 그리고 주 선생이 가장 익숙한 표준도 바로 일반외과 과 주임이었다.
주 선생이 기억하기로, 일반외과 과 주임이 수술을 이렇게 깔끔하게 해낸 것도 벌써 몇 년 전 일이었고,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렇게 높은 급의 수술도 아니었다.
“능연, 또 업그레이드 했네.”
주 선생도 바보는 아니어서, 곽 주임 앞에서 티 낼 수 있는 이런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곽종군은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동작을 보니 더 많이 노련해졌구만. 위, 간 연합 근치술 같은 건 일 년에 몇 번 안 하는 수술이지. 마지막에 누가 최고가 될지는 누가 얼마나 잘 배우냐에 달렸겠지.”
주 선생은 수업을 듣는 자세를 취하면서 온몸의 근육을 풀었고 대뇌도 에너지 절약 모드로 돌입했다.
1번 수술실에 있는 장안민은 에너지 절약 모드로 들어갈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그가 경험한 가장 긴 수술이었다. 수술 중 하나도 아닌, 그냥 가장 긴!
책이나 동영상은 고화질로 전해지는 7, 8시간짜리 수술이 수술하는 사람의 체력과 에너지를 얼마나 소모하는지까지는 전달하지 못한다.
장안민은 자기 체력이 이미 극한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연속 4, 5시간 수술, 심지어 7, 8시간 수술도 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릴레이 방식의 구급 수술과 장거리 달리기 같은 수술은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장안민은 이를 악물고 능연을 바라봤다.
혈관 박리 중인 능연은 조금도 지치지 않은 듯 진지하게 집중하고 있었다.
젊은 만큼, 허리가 아프고 못 버틸 것 같은 본인과 확연히 다른가보다 싶었다.
장안민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나이에 이런 수술을 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오히려 자기 나이 부주임이 더욱 보편적이지.
“땀 좀.”
장안민이 낮은 목소리로 명령하자 간호사가 냉큼 날려와 거즈로 땀을 찍어냈다.
“능 선생, 잠깐 쉬면 어때?”
장안민이 그 틈에 말을 꺼냈다. 수술 시간이 실로 너무 길었고, 의사도 쉬어야 할 때는 쉬어야 하니까.
그러나 능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전 괜찮습니다. 힘들면 알아서 쉬세요.”
그는 지금 가장 편안한 상태에 돌입했다. 수술 난도는 당연히 점점 높아졌지만, 흥분도도 점점 올랐다.
일반 간 절제 수술은 지금 수술처럼 복잡하지 않은걸?
전이된 병소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남은 간에 여유를 주기 위해 능연은 반드시 조심스럽게 경로를 설계하고, 절제 면적을 확정해야 했다.
환자가 견딜 수 있을지까지 고려하면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손을 놀려야만 했다.
카메라는 충실하게 수술 영상을 전송했고, 운리 시스템의 생중계 관람수도 하나하나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