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79화 (660/877)

“수술은 매우 성공했습니다. ICU에서 며칠 있다가 일반 병실로 갈 겁니다.”

수술실 복도 문을 나선 능연은 소봉에게 잡혀서 명확하게 상태를 설명했다.

뒤를 따라 나오던 좌자전도 능연을 말리지 않았다.

마을 위생병원 출신인 좌자전은 사람을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의 생각에 소봉은 보호자로서 의사들이 좋은 평가를 내릴 만한 사람이었다. 울지도, 난리 부리지도 않고 사인하는 것도 완벽했고, 병원의 높은 비용도 잘 이해했고, 진전되는 병세에도 자신만의 기대······가 있었다.

그와 비교하면 능연은 병세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있었지만, 대수로울 일도 아니었다.

좌자전은 사실 능연이 부러웠다. 물론, 부러워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가 이런 수술에서도 ‘매우’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는 걸 보는 순간 좌자전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의사는 점점 줄어들었다. 게다가 젊고 고학력인 의사일수록 제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더 잘 알게 되고······.

음, 젊고 고학력인 의사가 승진도 빠르고······.

거기까지 생각한 좌자전은 온몸이 불편해졌다.

잠시 본인이 획득한 정보를 되새겨 보던 소봉의 얼굴에 살짝 기쁜 빛이 비쳤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천천히 말을 꺼냈다.

“ICU에 있어야 하는 건 상관없어요. 지금은 그이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저는 만족해요······.”

도매 시장에서 트럭 기사와 큰 소리로 싸우기도 했던 소봉의 목소리는 지금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았지만, 또 기대에 가득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물었다.

“저기, 능 선생님, 수술이 성공이라면 그이 깨어나는 건가요?”

“마취 풀리면 깨어날 확률이 큽니다.”

능연이 다시 한번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조윤은 위암이 간으로 전이된 후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고, 지금 수술이 순조롭게 끝났으니 당연히 깨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 수술인 만큼 마취 위험은 당연히 있었다. 능연은 그 방면으로 그랜드마스터급 마취 케어 스킬이 있지만, 조금 도움이 될 뿐이었다.

어쨌든 정말로 따지고 들자면, 마취 관련 과제는 독립된 별도의 외과였고, 복잡한 편이라 외과의 하나가 케어 스킬 하나로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었다.

소봉의 얼굴에 드디어 완벽한 미소가 드러났다.

“그럼 깨어나면 이야기도 할 수 있나요?”

“정상 상황이면 당연히 그렇죠. 수술 때 성대를 건드리지는 않았거든요.”

“흐음.”

좌자전이 드디어 우수한 환자 보호자와 우수한 의사의 멍청한 대화를 중단했다.

“능 선생이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건 위, 간 연합 수술 상황이고, 구체적인 환자의 회복 문제는 ICU의 협조에 달렸습니다.”

“알아요. 저도 알아요.”

소봉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말만 할 수 있으면 돼요. 그냥 그이랑 몇 마디 나누고 이야기할 수만 있다면, 저는 만족해요.”

그렇게 말하는 소봉은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려보냈다.

“능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봉은 살짝 잠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무슨 일 있으면 담당 의사한테 연락하시고요. 저한테 연락하셔도 됩니다.”

능연은 월권 행위나, 중증감호과를 건너뛰어 조윤의 수술 후 회복에 개입할 생각은 없었다.

수술 전후기 케어 부분에 대한 응급센터 수준이 중증감호과와 비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소봉은 다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몰랐다.

진심 어린 감사 보물 상자 하나가 능연 앞에 나타났다.

능연으로서는 환자 보호자의 명확한 암시를 받은 셈이었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곁에 있는 좌자전을 바라봤다.

“보호자분께 족발 좀 드리세요. 전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능연은 바로 돌아서서 사라졌다.

멈칫하던 좌자전은 능연을 주려고 가지고 왔던 큰 족발 도시락을 꺼내 소봉에게 건넸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수술하느라 쌀 한 톨 입에 안 넣어서 능 선생 주려고 가지고 온 겁니다. 보호자 분도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드셨죠? 일단 족발로 배 좀 채우세요.”

소봉이 멍하니 받아들자, 좌자전이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했다.

“환자 가족이 주는 선물 안 받는 의사는 많이 봤지만, 환자 보호자 저녁 챙기는 의사는 정말 우리 능 선생뿐이라니까.”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봉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다른 의사였다면, 자기한테 반해서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이러는 건가 의심할 판이었다.

하지만 능연 같은 의사가 그러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저기, 왜 주신 걸까요?”

소봉이 저도 모르게 묻는 말에 좌자전도 당연히 알 수 없었지만, 소봉의 표정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족발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의사는 원래 부모 마음이라잖아요.”

“의사의 마음이 부모 마음이에요?”

병원에 오래 있던 소봉은 그런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따듯한 족발을 든 그녀는 ICU에 있는 남편을 떠올리고는 그 말을 너무나 믿고 싶었다.

환자는 의사가 필요하고, 의사의 부모 마음이 너무 필요했다. 보호자는 더욱 필요하고.

좌자전은 빠른 걸음으로 능연을 따라잡았다.

복도에는 능연과 인사하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양쪽에서 서서 툭하면 말을 거는 의사와 간호사가 가득했다.

좌자전은 묵묵히 능연 뒤를 따르다가 문득 아무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오로지 능연 뒤에서 조용히, 평화롭게, 뿌듯해하며 순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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