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센터.
황무사는 종종걸음으로 재빨리 복도를 지나 곽종군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다른 제약회사 직원들의 눈총을 받았다.
“짜식 잘 생겼네.”
“요즘 영업하는 젊은이들 참 대단하네. 저렇게 잘생겼으면서 모델이나 하지 뭐하러 우리랑 밥그릇 경쟁하는지.”
“전에 모델 했었대요. 돈이 안 돼서 영업일 한다고 하더라고요.”
“모델은 몸로비 같은 것도 있다면서요.”
“혹시 곽 주임님이······.”
“됐거든. 곽 주임님이 그런 취향이면 진작에 내 영업량이 올랐지.”
벽 넘어 사무실.
곽종군은 심각한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검은 가죽 수첩을 바라보고 있었고 황무사는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면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야기해봤는데요, 지금 상황으로는 이게 답니다.”
“다른 선택은 없고?”
“수정하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음. 그래, 알겠네. 신경 써서 하게.”
곽종군은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황무사를 노려봤다.
“사 매니저가 자네를 보낸 건, 자네가 양측을 다 잘 아니까 소통하기 좋다고 생각해서라고. 그러니까 경험을 잘 살려서 잘 발휘하게.”
“네, 반드시 그래야죠.”
황무사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걸로 하지.”
고개를 끄덕인 곽종군이 눈앞의 검은 가죽 수첩을 찍었고 그 안엔 ‘간 절제 수술 1500 케이스 보고회’라고 적힌 금색 천이 있었다.
“그럼 금색 천에 자홍색 글자로 하겠습니다. 식사는 뷔페로 하고 투숙은 성원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는 곽종군의 입가에 뿌듯함이 드러났다. 이렇게 회의를 열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냐고! 어? 또 누가 있어?
후다닥 내용을 읊은 황무사는 곽종군의 미소를 보고 다시 덧붙였다.
“참, 좋은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응? 무슨 좋은 일.”
“왕 대표님이요. 그 왕전례 선생님. 운화병원하고 곽 주임님, 능 선생님께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 한다고, 그러면서 이번 학술회의 비용 절반을 부담하시겠답니다.”
곽종군의 입가에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
“하, 장사꾼은 정말 돈이 많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