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구역.
이리저리 오가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수술과 간호사들의 얼굴에 큰 전투를 치르기 전의 긴장과 엄숙함이 가득했다.
운화병원 간호사에게 이런 공개 수술은 현장 테스트와도 같다. 잘 본다고 평가에 유리해지지 않지만, 망하면 수간호사에게 눈물 쏙 빠지게 혼날 것이 분명했다.
근처 샤워실에서 촤악하는 물 소리가 멈추자, 간호사들은 무심결에 걸음을 늦추고 그곳에서 어슬렁거리며 수시로 문쪽을 바라봤다.
길고 커다란 양손이 문을 밀고, 곧 188cm의 긴 다리가 척 넘어왔다.
간호사들은 숨을 죽인 채 능연을 바라봤고, 심미 기준이 빠르게 상승했으며 인류에 대한 믿음이 쉴 새 없이 올라갔고, 삶에 대한 열정이 더할 나위 없이 굳건해졌다.
“환자 왔나요?”
능연이 생수 하나를 뜯어서 꿀꺽꿀꺽 마셨다.
“1번 수술룸으로 들어갔습니다. 소 선생님이 살피고 있고요.”
수술과 나이 많은 간호사 하나가 목욕하고 나온 능연을 탐욕스럽게 바라보다가 부자연스럽게 침을 꼴깍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능 선생, 물 너무 많이 마시지 말아요. 바지에 실수하겠네.”
“그렇게 오래 안 걸립니다.”
능연의 대답하는 목소리는 몹시 안정적이었다.
어린 간호사들은 모두 상대가 털이 쭈뼛 설 정도로 우호적이지 않은 눈빛으로 나이 많은 간호사를 바라봤다.
“나이도 많으면서 화장을 저렇게 진하게 한다니.”
“그렇게 늙은 녹차는 철관음(*녹차 품종) 아니야?”
“어떻게 능 선생님한테 바지에 실수한다는 소리를 할 수 있어? 능 선생님은 화장실도 안 가는데.”
능연은 휴게실에서 머물지 않고 잠시 정리하고는 바로 세척실로 들어가 손을 씻으면서 곁에 얌전히 있는 좌자전에게 물었다.
“환자 기분은 어떤 것 같습니까?”
공개 수술이기 때문에 환자의 각종 리포트 등 정보를 능연도 사전에 확인했으므로 좌자전이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멘탈 쪽을 오히려 더 신경 썼다.
능연의 질문을 들은 좌자전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꽤 안정적이야. 그런데 보호자 요구가 좀 이상해. 고려해 봐도 될 것 같기도 하고······.”
“뭔데요?”
능연은 환자의 요구에 대해서 언제나 신경 쓰는 편이었다.
큰 수술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의사들은 사실 모두 비슷한 습관과 각오가 있다. 큰 수술은 리스크가 크고 완성도도 떨어져서 완벽한 결과를 맞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럴 때 환자의 성향에 따라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것이 그나마 인간적인 방법이었다.
지금은 ‘위 전체 절제’는 거의 하지 않는데, ‘위 대부분 절제’가 그것보다 더 깔끔하게 수술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위 전체 절제’는 수술 후 환자의 생활이 너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와 의사 모두 ‘위 전체 절제’가 아닌 ‘위 대부분 절제’를 선호한다.
오히려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지역과 병원에서 지금도 ‘위 전체 절제’를 많이 진행한다.
좌자전은 손을 꼼꼼히 씻으면서 대답했다.
“님이 아시다시피, 환자가 올해 겨우 42세라 아직 한창때잖아. 술 때문에 간이 그 지경 된 것 같아. 그래서 환자 보호자가, 그러니까 환자 아내가 환자 간을 달래. 집에 가서 술에 담가놓고 환자 경고용으로 쓰겠대.”
“잘라낸 간을 달라는 거죠?”
능연이 다시 상대의 요구를 정리하자, 좌자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병원에서는요? 허락하나요?”
“간담췌외과에서는 이런 일이 별로 없고, 담관 결석은 몇 조각 소장하겠다는 사람이 다일걸? 일반외과 환자도 보통 이런 요구는 없고······. 요즘은 산부인과도 태반 가지고 가도 된다고 하니까, 간 가지고 간다고 해서 이론적으로 규정 위반은 아닐 거야.”
“환자 의견은요?”
능연의 질문에 좌자전이 머뭇거렸다.
“아직 환자 의견은 안 물었는데.”
“환자 정신 아직 있다면, 환자 의견대로 해야죠. 바로 가서 물어 보세요.”
능연의 사고회로는 매우 명확했고, 바로 알아들은 좌자전이 냉큼 한마디 보탰다.
“그럼 동의서 하나 프린트해서 환자 사인받고, 보호자 사인도 받을게. 그럼 그쪽이 동의하면 우리는 표본 상자에 담아서 드려?”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좌자전은 손 씻는 것을 멈추고 수건으로 손을 닦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능연이 손을 치켜들고 안으로 들어가자 환자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술 좀 마시는 게 어때서. 내 간을 술에 절여놓겠다고? 내 간이 술 때문에만 이렇게 된 줄 알아? 밤에 같이 노래방 가서 놀아준 건 다 잊었나 보지? 매번 나만 조마조마하면서 음주 운전해서 집에 데려다준 거 다 잊었냐? 내 간이 왜 이렇게 됐는데!”
능연이 의아한 듯 좌자전을 바라봤다.
“알콜로 단련된 간부는 정말 다르네. 마취도 안 통하나 봐.”
좌자전은 혀를 끌끌 차며 앞을 향해 입을 삐죽이자, 곁에 있던 소가복이 허둥지둥 다른 약으로 바꿨다.
사람마다 마취약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고, 보통은 여자가 마취에 강하다.
수술대에 누운 환자는 또 다른 유형이라, 정신은 이미 흐리멍덩했는데 완전히 나가떨어지지는 않았다.
이럴 때 약을 함부로 추가할 수도 없어서, 젊은 마취 레지던트 소가복 씨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런 상황은 어쨌든 흔한 상황이 아니니까.
하필 오늘은 공개 수술이고, 지금 엉망으로 약을 썼다가 수술 모니터링 기기의 수치가 날뛴다면 정말로 난리가 날 것이다.
소가복이 바로 전화로 도움을 구하지 않은 것만 해도 멘탈이 강한 것이었다.
마취를 모르는 능연은 모습을 보고 재촉하지는 않고 그저 다소 긴장한 것 같은 수술팀을 둘러보고는 음악이나 틀자고 권유했다.
팀이 긴장한 모습은 자주 보지만 말로 설득하는 데는 소질이 없었다. 그리고 능연이 대놓고 설득하며 팀원들이 오히려 더 긴장하곤 했다.
노래를 트는 건 그가 자주 선택하는 방법이고 수술실에서는 더욱 적당했다.
간호사 왕가가 냉큼 벽 쪽으로 다가가 잠시 손을 놀리자 광동어 노래가 울려퍼졌다.
“취권?”
비슷한 연령대의 노래를 바로 알아들은 좌자전이 묻자 왕가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에 딱 맞죠?”
수술대에서 움찔움찔 리듬을 타는 환자를 보며 좌자전이 어깨를 으쓱했다.
“왕간이 즐거우면 됐다.”
“능 선생이 즐거우면 된 거죠. 멜로디 괜찮은 거 같은데?”
왕가가 능연을 바라보자 능연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습니다. 소 선생님?”
“괜찮아, 잠시만 시간 줘! 공개 수술에 지장 주지는 않을 거야.”
소가복이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
그때 수술 침대 위에 누운 환자가 다시 꿍얼거리기 시작했다.
“난 지장 준 적 없어!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고, 점심때나 술 좀 마시고 집에 갈 때는 가글도 하는걸? 집에 가서 설거지도 내가 해!”
(역주: 중국은 점심 식사 때 술 마시는 것도 매우 흔한 일입니다. 공무원도 점심 접대를 자주합니다.)
“다시 한번 짜릿하게 해드리죠. 앞으로 술이나 끊으십시오.”
환자의 호흡이 드디어 일정해졌다.
이미 수술 가운을 걸치고 장갑을 끼고 있던 능연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 켜도 됩니다. 이제 수술 시작하죠.”
“수술 시간, 4시간 넘지 않도록 계획되어 있어. 안 될 거 같으면 지금 미리 조정할게.”
좌자전이 곁에서 소곤대는 말에 아까 가상 인간을 불러 한바탕 모의를 했던 능연이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합니다.”
위&간 연합 근치술을 한 후 다시 간 절제를 하는 능연의 시간 개념이 다시 갱신되었다.
좌자전 역시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한 시간 반 좋지. 너무 빨라서 뭐가 뭔지 모르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