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90화 (671/877)

공무 비행기 한 대가 살며시 운화 공항에 내려앉았다.

공무 비행기의 외형은 매우 평범했고, 막 껍질을 벗긴 것처럼 반짝반짝 새하앴다.

두가동은 아들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비행기에서 내렸다.

“아버지, 발밑 조심하세요.”

아들은 미간을 좁히고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들어 태양을 바라봤다.

“음. 병원에 데려다주고 상황 보고 돌아가거라. 나는 됐고, 회사를 챙겨야지.”

“회사는 형님 있잖아요. 저는 있으나 마나입니다. 큰아들은 사업, 작은아들은 집안 관리하면 된다는 옛말도 있잖습니까.”

작은아들은 아버지를 부축하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두가동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아들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런 생각이라면 당연히 좋지.”

그러자 작은아들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바로 화제를 돌렸다.

“군안의 일 처리가 믿을 만한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꼭 우리가 와야 한다니, 의사도 참 너무하네요.”

“사람들이 너한테 맞출 의무가 없다는 걸 꼭 기억해라. 운화병원 의사가 우리를 상대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이왕 온 거, 너무하네 마네 그런 소리는 말아라.”

“동가 그룹이 창서성에서 유명하지 않아서 그래요. 아니면 끽소리 없이 집으로 왔을 겁니다.”

작은아들이 고분고분하게 굴지 않고 툴툴대자 두가동은 고개를 흔들면서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순간 다리에 힘이 빠졌고, 아들 교육하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앞으로 삼사 년만 더 살 수 있다면, 이 철없는 아이를 제대로 단련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형제끼리 다툴 일 없도록 동가 그룹을 나눌 수도 있을 텐데.

그러나 위암 간 전이는 최고의 의사를 찾고 가장 적합한 방안으로 수술해도 5년 생존율이 10%가 안 된다. 오랜 시간 사업을 해온 두가동은 그 10%의 확률을 믿기가 참 어려웠다. 차라리 작은아들은 지금처럼 금수저 2세로서 흥청망청 살면서 나중에 주식이나 현금으로 잘 살게 해주는 게 빠를 수도 있었다.

“박 원장, 왔어요?”

앞쪽에 박 원장 일행을 본 작은아들이 나지막이 말했다.

“박 원장님! 예의 갖춰라. 박 원장도 이리저리 뛰느라 고생한 사람이다.”

“이리저리 뛰어도 결국 우리더러 운화로 오라고 건의한 것뿐이잖아요. 결국 우리가 왔고.”

“그 건의를 받아들인 게 우리 아니냐. 배운 사람들은 이익보다 명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듣기 좋은 말 하면 손해 볼 거 없다.”

같은 말을 질리도록 들은 작은아들은 답답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요즘 아버지가 잔소리가 점점 많아진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마지막 순간에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다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짜증나던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두 회장님,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 원장이 사람들을 데리고 공손한 태도로 그들을 맞이했다.

의료 중계 사업을 하는 군안 같은 회사로서, 두가동 같은 급 환자는 거의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박 원장이 수고 많았지요.”

두가동 역시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바로 병원으로 가자고 덧붙였다.

“예. 다 준비해뒀습니다.”

박 원장은 다급하게 제 공을 치하하고는 등 뒤에 서 있는 노매옹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노 선생도 수고했소.”

두가동은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이 조금 더 다정했다.

그 나이쯤 되면 사람 믿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가 무슨 고생을 하겠습니까. 회장님을 이렇게 멀리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운화병원이 위암 간 전이 방면에서는 확실히 국내 탑급입니다.”

노매옹 역시 열정적으로 두가동을 향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동가 그룹에 계속 있을 수 있는 건 그룹 회장의 신임 덕이었다. 그래서 노매옹은 심사숙고를 거친 후 군안의 돈을 받았다.

군안 진료소 대표 박 원장은 능연 같은 20대 천재형 외과의를 안정적으로 손에 넣어 그에게 의지해 2, 30년 먹고 살 수 있길 기대했다. 그래서 결정적 순간에 결국 개인 자금을 꺼냈다.

본인이 직업적으로 지조가 있다고 생각하는 노매옹은 어차피 각 후보별로 모두 장점이 있으니 일단 두가동의 검사와 진단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노매옹은 두가동과 함께 차에 올라타서 이런저런 소개도 하기 시작했다.

“여기 능연 선생이 확실히 회장님 수술에 적합합니다. 매가 어르신과 왕 주임님 수술도 능연이 했다는군요. 결과가 아주 좋았답니다.”

두가동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른 차를 탄 박 원장은 살며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로서는 두가동이 운화병원까지 온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사실상, 정말로 선택하라면 박 원장은 두가동이 아니라 능연을 선택할 것이다.

밥그릇은 당연히 장기적인 것이 단기적보다 나았고, 의료 분야라는 특수한 업계에서 의사의 가치는 언제나 환자보다 높이 있다. 의사의 실력은 늘어나고, 유명세도 늘어나지만, 환자는······ 환자는 재수술을 하고 싶다고 해도 수술할 게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니까 말이다.

군안 역시 의사의 힘으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의사는 예나 지금이나 필요한 존재였다.

일행들은 연달아 병원에 도착했고, 금세 검사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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