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난 앞에선 두승기는 우울한 두 눈으로 접난 잎을 바라보며 서정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정말 아름다운 꽃이로군요. 그렇죠?”
곁에 있던 간호사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네가 돈이 많으니 웃어준다. 계속 연기해 보시죠’
그런 웃음에 익숙한 두승기는 심호흡하고 하얀 제복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접난을 마주보며 계속 감상적으로 굴었다.
“꽃을 참 잘 기르셨네요. 수고 많이 했겠어요. 요즘 병원은 그렇게 바쁘다던데. 물 주고 사료 주고, 돌볼 시간 있으셨어요? 아니면 미녀라서 물만 대충 주면 꽃이 알아서 아름답게 큰 건가?”
간호사는 여전히 입을 가리고 웃었다.
두승기는 곁눈으로 간호사의 웃음을 살폈는데 어쩐지 그 의미가 ‘재미있네. 말 좀 할 줄 아는데. 그리고 돈이 매우, 매우, 매우 많고. 좀 진지하게 해봐요.’로 바뀐 것 같았다.
두승기는 속으로 뿌듯해하며 왼손을 뻗어 다이아몬드가 박힌 바세론 콘스탄틴을 드러내서 번쩍이는 등불 아래 접난을 만지작거렸다.
“최근 2년 동안 계속 아버지 간병하고 있어서 나가서 놀 시간도 없었네요. 사람들도 많이 못 만나서 말도 잘못해요. 혹시 말실수 하더라도 화내지 말아요. 음, 접난 잎이 참 매끄럽네.”
간호사는 변함없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두승기의 다이아몬드 바레론 콘스탄틴 아래 드러난 살이 슬그머니 접난 잎을 힘껏 당겼다.
끊어지지 않았다.
두승기의 시선이 드디어 곁눈질을 벗어나 눈앞에 접난에 집중되었다.
문지르고, 비틀고, 비틀고······.
독일 베를린 홈볼트 대학교에서 공업을 연구하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책을 읽고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사색을 적 있어서 충분한 학력, 독서력과 사고 능력이 있는 두승기는 똑똑히 판단을 내렸다.
플라스틱이구나!!
두승기는 저도 모르게 분노해서 다시 심호흡했다.
하루 1,200위안이나 하는 특별 병동 복도에 접난이 가짜라니! 이게 말이 돼? 하룻밤 1,200위안짜리 술집에도 이틀에 한 번 신선한 꽃으로 바꾸겠다!
두승기는 본인의 궁극의 필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 내리고는 목을 살짝 돌려 이번엔 정정당당하게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간호사에게 서정적이고 절절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이거, 바세론 콘스탄틴이에요.”
간호사가 웃음을 띤 채 두승기를 바라봤다.
두승기는 더 강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이 시계, 일 시작한 해에 내가 번 돈으로 산 거예요. 그래서 이 시리즈 중에는 평범한 거지만, 나는 이게 좋아요. 이런 말을 왜 하냐면, 제가 돈 함부로 쓰는 금수저 2세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죠.”
5초 동안 묵묵히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두승기는 마지막으로 한숨을 내쉬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쓰레기.”
등 뒤에서 다른 간호사 목소리가 들렸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성형 미녀였다.
“가지고 놀다 버리는 거 봐.”
세 번째 간호사가 그런 평가를 내리자 두승기는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참으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갔다.
걸음을 서두르기만 하면 붙들려서 단체로 욕 먹을 일은 없다. 이것이 두승기가 외국에서 3년 동안 공부하면서 얻은 주요 경험이었다.
복도에 간호사들은 점점 더 말이 거칠어졌고 성형 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바세론 콘스탄틴이잖아. 정말로 한 번 해보지 그래?”
“너무 못생겼어요.”
입을 가리고 웃었던 간호사의 대답이 매우 단호했다.
“그래도 콘스탄틴인데? 콘스탄틴!”
“그렇다고 콘스탄틴 선물할 것도 아닐 거 아니에요. 얼굴은 저렇게 못생겼고.”
“그건 그래.”
“맞는 말이다.”
복도 끝에 두승기는 여전히 간호사들의 대화가 얼핏 들렸지만, 차라리 안 들리길 바랐다.
타닥, 타타닥, 타닥타닥.
창밖에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빗물이 특수 병동 창문을 때렸고, 도자기 인형 엉덩이에 때리는 것처럼 맑고 탄력 있는 소리가 났다.
두승기는 조금 의기소침해져서 병실로 돌아갔다.
실패는 사실 익숙했지만, 접난은 잊을 수가 없었다.
병실 안에 딱 봐도 높아 보이는 의사 둘이 두가동과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승기는 힐끔 보고는 별 흥미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의사 둘은 운화병원 원장도 아니었고, 태도도 그렇게까지 공손하지는 않았다.
동가 그룹 본거지였다면 아버지가 어느 삼갑병원을 가도 온 병원에서 대접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지 병원은 위&간 연합 절제술 진행은 둘째치고 위암 수술 후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1년 만에 간 전이가 생겼다.
두승기는 부자들이 어째서 의료 기관에 후원을 하는지 갑자기 알 것 같았다. 자기가 앞으로 몇십억짜리 재산을 물려받는다면 적어도, 적어도······! 조금은 기부하겠다고 생각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침대 옆에 앉아 있던 높으신 의사가 헛기침하며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능 선생일 겁니다.”
“승기야, 문 열어라.”
두가동이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아버지가 부르는 소리에 두승기는 다급하게 일어나 문을 열러 가면서 속으로 투덜댔다. 이런 일은 예쁜 아가씨들 불러서 시키면 되지, 왜 나를 시키시고······.
문을 연 두승기의 마음속 사고 회고가 그대로 멎었다. 이 생물체 무엇?
“능 선생, 자자, 들어와.”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은 주 부원장이 안에서 손짓하면서 고개를 돌려 두가동에게 소개했다.
“복강 내 유착이 매우 심한 환자가 생겼답니다. 비장이 이미 파열되어서 능 선생이 직접 수술할 수밖에 없었다네요.”
주 부원장의 설명은 조금 지나쳤지만, 오늘 같은 환경이라 어쩔 수 없었다. 두가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간 연합 근치술은, 지금 능 선생이 우리 병원 이겁니다.”
주 부원장과 함께 온 의교과 뇌 주임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 온화한 모습에는 실습생을 훈련할 때 포악함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물론, 그의 말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운화병원엔 위&간 연합 근치술을 할 줄 아는 의사가 몇 안 돼서 능연이 그 방면에 최고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두가동에게 의미가 있으면 그만이었다.
“능연, 이분이 두 회장님일세.”
주 부원장이 엄마 미소를 가득 지으며 능연에게 소개했다.
“회장은 무슨, 그냥 편하게 부르시게.”
두가동이 겸손하게 하는 말에 능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단 두가동을 유심히 살핀 후 입을 열었다.
“신체 진찰부터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반듯이 누우라는 듯 눈짓했다.
백억 자산가인 회장 두가동은 능연의 요구대로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서 옷을 열고 배를 드러냈다. 갑자기 추워진 피부엔 닭살이 오도도 돋았고 몸도 살짝 부르르 떨었다.
능연은 차근차근 세심하게 신체 진찰을 했고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생기면 가상 인간을 열어 재빨리 해부해서 상황을 체크했다.
두가동 등의 눈에 능연은 자기의 세상에 심취해서 희한하게 춤을 추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너무 잘생겨서 말리지 못했다.
침대에 누운 두가동은 다른 의사와 완전히 다르게 행동하는 능연을 보며 오히려 서서히 마음이 놓였다.
내 병처럼 어려운 병에 걸리면 희한한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게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