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정말 운화병원에서 수술하실 겁니까? 다른 곳 몇 곳 안 가보고요? 다른 의사 자문도 좀 받고요.”
두승기는 양손으로 얼굴을 문질러도 긴장이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수술하는 건 진작에 결정된 일이고, 운화병원까지 온 것도 당연히 수술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수술 결정을 내리자, 이런저런 문제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이런저런 일을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너무 급하게 결정한 것 같았다.
“진작에 뭐하고.”
두가동은 콧방귀를 뀌며 짜증 나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요즘 매일같이 아버지 곁에 있었잖아요.”
두승기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간병하랬더니 허구한 날 곁에서 핸드폰이나 하고, 그게 무슨 간병이란 말이냐.”
“제가······ 제가 언제 허구한 날 핸드폰만 했습니까······.”
두승기는 억울해서 죽을 것 같았다. 이제 막 운화에 적응했는데 하루종일 핸드폰 만질 시간이 어디 있었다고. 기껏해야 아버지가 깨어 있을 때 옆에서 할 일 없이 만졌을 뿐인데.
“승기 도련님, 회장님 검사 보고서를 벌써 여러 병원에 보냈습니다.”
노매옹이 곁에서 나지막이 지금은 핸드폰 토론할 때가 아님을 코치했다. 그러나 두승기는 그의 말을 의미를 못 알아듣고 얼굴을 찌푸렸다.
“진작에 보낸 거 아니었어요?”
“그건 전에 했던 검사고요. 이번에 운화병원에서 한 것도 당연히 갱신해야지요.”
박 원장 역시 나지막이 설명했다. 그의 말투엔 확신이 있었다. 검사 보고서를 한 번에 여러 병원에 보낼 수 있는 것도 군안 진료소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였다. 일반 환자는 삼갑병원에 접수해서 주임한테 진료받는 것도 어렵고 잘못하면 암표를 사야 할 수도 있지만. 물론, 박 원장의 비용은 암표보다 훨씬 비쌌다.
그러자 두승기가 고개를 돌려 박 원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물었다.
“벌써 보냈다고?”
그러고는 아버지 안색을 살피고는 문득 뭐가 떠오르는 듯 저도 모르게 상황이 안 좋은 거냐고 내뱉었다.
“음. 의사 두 명이나 수술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을 표했습니다. 병소가 늘어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결핵종도 하나 늘었답니다. 그리고 다른 의사들도 수술을 한다고 해도 R1 정도 일 거라고 합니다.”
“그럼 안 되지.”
아버지를 따라 여러 도시를 돌았던 두승기도 의학 용어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R0 절제란 외과 수술 후 현미경으로 봤을 때 잔여물이 없는 것이고 R1은 현미경으로 봤을 때 잔여물이 있고 R2는 맨눈으로도 잔여 종양을 볼 수 있는 상태다.
근치술을 하려면, 혹은 외과 치료를 하려면 R0일 때 생존 기간이 가장 길고, 환자와 의사가 추구하는 상태다. 그저 R1 상태라면 뭐하러 이렇게 힘들게 검사하고 고민한단 말인가, 그 정도는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상태인데.
그러니 R1밖에 안 된다고 하는 의사는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이 완곡하게 거절하는 이유는 병세가 예상을 넘었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간 전이 후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고 해도 두승기로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오히려 환자인 두가동이 환자복을 입고 비스듬히 침대에 누워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다. 거기서는 못 한다고 해도 운화병원이 할 수 있다는데, 그럼 운화병원 실력이 더 낫다는 소리 아니겠냐.”
어쩐지 그 말에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사실 두가동은 조금 후회하는 중이었다. 여러 방면으로 검토하고, 참고 의견을 많이 얻은 다음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그런 것인데, 그 때문에 시기를 놓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왕 늦은 거 고민해도 소용이 없었다. 두가동은 신속하게 수술 결정을 내렸고,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칠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두승기는 그런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아서 기운 없이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미국 의사는요? 그 사람들은 뭐라고 합니까?”
“미국 의사는 원래 중국에 와서 수술하는 걸 꺼립니다. 지금은 조건도 안 좋아서······.”
박 원장은 노매옹의 난처함을 풀어 줄 겸 그렇게 말했다.
미국 의사를 초빙해 수술하자는 건 노매옹이 줄곧 주장해온 것이었다. 지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면 당연히 노매옹이 책임을 져야 했다.
진료소를 경영하는 박 원장으로서는 이번 일만 끝나고 나면 두가 사람들 앞에서 어슬렁거릴 필요가 없어서 두가동의 총애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대신 박 원장은 노매옹 편에 서서 한두 마디 말을 거들고는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미국 의사에게 자문은 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원격 동영상 회의도 괜찮고. 그러나 수술 문제는 일류 미국 의사를 고르느니 차라리 우수한 중국 의사를 고르는 게 낫습니다.”
두가동도 자기 홈닥터의 판단을 따질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곧 수술할 사람이니 홈 닥터 바꾸는 일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큰 놈한테 전화해서 이사회에 알리라고 해라.”
두가동이 천천히 한마디 하고는 손을 휘휘 내젓자 곁에 잇던 사람들이 병실에서 나갔다.
“그러니까, 이제 수술할 사람은 능연밖에 없는 거네요?”
문을 나선 두승기가 바로 노매옹이게 물었다.
“수술할 사람이야 있겠지만, 우리 명단에는 능연밖에 없지요.”
노매옹도 공짜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수술 의사 후보 리스트는 항시 갱신되고 있었다.
그 리스트를 아는 두승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수술하겠다는 사람이 능연밖에 없다니.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위암 간 전이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원래 많지 않아요.”
노매옹이 입을 삐죽이며 말을 이었다.
“이름이 알려진 의사는 다 엘리트 병원의 엘리트 의사인데, 예전 같지 않습니다. 리스크가 너무 큰 수술은 돈을 아무리 줘도 하려고 들지 않지요.”
“아버지는 수술을 고집하시는데······.”
“승기 도련님, 이제 결정을 뒤집을 시간이 없습니다.”
일이 질질 미뤄지지 않도록, 이런 상황에 경험이 많은 박 원장이 말을 보탰다.
“그래도 나는 제삼자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두승기가 박 원장을 바라봤다.
“안심하세요. 도련님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전문가를 모셔올 생각입니다. 수술하라는 게 아니면 미국 의사 초빙하는 것도 쉬울 겁니다.”
박 원장은 속 시원하게 핸드폰을 꺼내면서 청구서에 내용을 추가했고, 이어서 두승기에게 수술 전 설명을 시작했고 노매옹은 곁에서 듣고 있었다.
세 사람의 분위기가 순간 또 긴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