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94화 (675/877)

“좌 선생, 같이 공항에 마중 갈까요?”

좌자전을 찾아낸 박 원장이 싱긋 웃으며 성의를 내보였다.

두가 사람들은 이미 각종 수술 동의서에 사인했고, 중개인인 그의 일은 완벽하게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전도유망한 운화병원과 능연하고 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박 원장은 돈만 받고 바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병원 장사하는 장사꾼은 원래 인간미를 따지는 사람이고, 대부분 관계를 통해서 일을 해결했다.

의사가 필요한 감정 위로는 대부분 환자와 보호자가 아니라 병원 장사꾼에게 받는다. 현대 병원에서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좌자전 역시 싱긋 웃으며 물었다.

“선생님이 외국에서 모셔온 의사 말입니까?”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고객이 요구하니 따를 수밖에요. 안 그래요? 사실 나는 외국 의사를 계속 반대했어요. 하지만 알잖습니까. 노매옹 같은 나이대 사람은 항상 외국 달이 우리 달보다 둥글다고 생각하는 부류니까요.”

“그 나이대라니요?”

좌자전이 경계하는 듯 묻자 박 원장이 다급하게 변명했다.

“우리 선배 말이요.”

“아, 예, 그럼 같이 가시지요.”

좌자전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지어졌다.

“운전은 제가 하지요.”

박 원장이 냉큼 시중들며 나섰고 표정 역시 매우 적절했다.

앞으로 능연을 초빙하거나 혹은 운화병원 의사를 초빙하려면 반드시 좌자전을 거쳐야 한다는 걸 지금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염라대왕 만나기는 쉬워도 저승사자는 까다롭다고, 좌자전 같은 저승사자일수록 특별히 존중해야 한다.

박 원장은 특별히 몰고온 벤츠 S 클래스 문까지 열면서 좌자전을 대접했고, 나이든 레지던트는 매우 편안해했다.

“차 좋군요.”

“친구 차입니다. 특별히 윗선 모실 때 쓰는 거죠.”

좌자전이 차를 칭찬하는 말에 박 원장이 대답했다. 능연이 칭찬했다면 차를 능연에게 선물해야 하나 마나 고민했겠지만, 저승사자는, 늙은 저승사자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

좌자전이 허탈한 듯 껄껄 웃었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역시 편하네요. 돈 벌어서 알아서 쓰고, 돈을 많이 벌든 아니든 어떤 차를 탈지 고민도 없고.”

“좌 선생, 혹시 돈이 필요하면······.”

“쓸 만큼 법니다.”

박 원장이 떠보듯 묻는 말에 좌자전이 쿨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나 박 원장의 눈에는 좌자전의 상심, 포기 안 됨, 퇴폐, 할 수 없음······이 똑똑히 보였다.

박 원장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게 아니라면, 좌자전을 ‘책에 쓸 수 없는 곳’에 두 번만 데리고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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