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화병원 응급센터 1번 수술실.
리모델링 후 1번 수술실은 운화병원에서 가장 넓고 첨단 설비를 갖춘 수술실이었다. 다른 진료과 의사도 공개(자랑) 수술할 때는 종종 곽종군에게 부탁해서 수술실을 빌리곤 했다.
그러나 간호사와 마취의로서는 1번 수술실에서 일할 때 불가피하게 여러 문제를 마주한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수술실 블랙박스가 열린다는 것, 모두의 일거수일투족이 녹화되고 누구든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운화병원 응급센터 1번 수술실은 지금까지 소송이나 처벌 문제는 없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이미 성인이 된 의사와 간호사들로서 그저 망신으로 끝날 일이라고 해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총 가격 천만 위안을 호가하는 1번 수술실에 대해, 일반 의사와 간호사는 정말로 발언권이 없었다. 다들 고분고분하게 할 일을 하면서 시시각각 ‘머리 위에 독설 노친네가 있을지도 몰라!’하고 상기할 수밖에 없었다.
박 원장이 세 외국 의사를 데리고 참관실에 들어왔을 때, 수술실에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포크너는 시간이 빡빡한 것에 그다지 흡족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환자의 수술 전 검사와 자문 모두 적절하게 끝난 상태라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자료를 넘기면서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스피커에서 가쁜 호흡 소리가 들리면서, 곧이어 참관실도 소란스러워졌다.
포크너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매우 멋지고 분위기 있는 잘생기고 잘생긴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왔다.
“배우를 구해 온 건 아니겠지요?”
포크너가 의아한 듯 박 원장을 바라보고는 다시 중얼거렸다.
“그건 아닐 텐데. 이렇게 잘생긴 배우가 있다면 금방 유명해졌겠지. 저 사람은 뭐하러 온 겁니까?”
“저 사람이 닥터 능연입니다.”
박 원장은 조금 재미있어 하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저 의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겁니까? 저 의사가 누구한테 밉보였나요? 아, 이 말은 통역하지 마세요.”
박 원장이 영어를 안다는 건 아는 포크너는 영어로 가십거리를 떠들고 싶었다.
“하하하. 희생양 같은 것 없습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포크너는 말은 그렇게 해도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는 영어로 곁에 있는 두 외국 의사에게 말을 걸었다.
“동아시아인은 성격이 이렇게 잔인하더라고요. 특히 부하가 수술을 실패하든 말든,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더라고요.”
뉴욕에서 온 다빈은 담담하고 냉정하게 포크너를 힐끔 봤다. 그는 원래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약속된 돈만 받고 약속된 일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독일인 코버트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박 원장에게 말을 걸었다.
“수술을 진행할 생각이 없다면, 수술 초반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무(無) 종양 작업을 준수해야 합니다.”
코버트와 박 원장은 오래된 사이라고 할 수 있었고, 중국에 다섯 번 넘게 온 그는 필요하면 수술에 나설 작정이었다.
박 원장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어찌 됐든, 대타가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나을 테니 말이다.
“시작합시다.”
아래층에 능연이 한마디 하고는 이어서 허리를 살짝 숙이더니 환자의 복부에 길고 긴, 길고 긴, 정말 긴 절개구를 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외국에서 막 도착한 의사들은 ‘Fuck.’ 소리가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수술은 못 해도 되지만, 절개구를 그따위로 내는 건 아니지!
긴 절개구를 낸 능연은 메스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참관실을 바라봤다.
목을 들어 몸을 풀 생각이었다. 어쨌든 수술대 앞에선 외과의는 나머지 부위는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목을 제외하고는 움직일 곳이 없었다.
그러나 참관실에 있는 세 외국 의사 눈에는 도움을 청하는 걸로 보였다.
쉰 넘은 포크너는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아, 멀쩡한 청년이 우리 때문에 희생되는구나.
포크너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쿨한 척 아래를 내려다보며 능연을 바라봤다.
특별히 사람을 모셔 연습해서 만들어낸 자세였고 뒤에서든 옆에서든 멋져 보이는 자세였다. 얼굴 때문에 앞에서 보면 조금 부족했지만, 그건 모델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포크너의 눈빛만은 살아 있어서, 아래층 젊은 의사의 눈에서 무언가 보편적인 것을 알아볼 수 있길 바라며 능연을 바라보았다. 예를 들어 두려움이라던가, 후회라던가, 갈망이라던가, 애원이라던가.
그런 눈빛이 보인다면, 도와줘도 좋을 것 같았다. 혹은 그가 수술을 실패해도 너무 꼴사납지 않게 해주거나 너무 처참하지 않게 두어 마디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능연의 눈빛은 평범한 수요일 아침을 보내는 듯, 태연하면서 집중력이 가득했고 표정도 담담하고 멋졌다.
포크너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불쌍한 놈. 저렇게 잘생겼는데. 하지만 수술대는 의사들의 전쟁터지. 전쟁터에 연민이란 있을 수 없어······.
능연은 고개를 숙이고 수술을 시작했다.
위&간 연합 절제술은 우선 간을 노출하는데 그 스텝은 일반적인 간 절제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능연의 표정과 동작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세 조수 역시 몹시 침착했다.
“음, 이 병원의 의사들 정신 상태가 매우 좋군요.”
포크너는 칭찬 거리를 찾아 한마디 하고는 속으로 눈앞에 이 녀석들, 조수로서 괜찮은 놈들이라고 평가했다.
집도의는 강렬한 승부욕이 필요하고 어려운 수술일수록 기사회생의 발버둥이 필요하다. 대충대충 수술하고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자기를 찬양하는 놈들이 집도의가 되면 환자가 참으로 불행하다.
하지만 조수는 평정심이 필요하다.
포크너는 지금 수술대 양측을 둘러싼 젊은 의사들이 뻔히 실패할 것을 아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안정적으로 손을 놀리면서 담담하게 앞으로 닥칠 모든 것을 마주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포크너는 이해하는 마음이 들어서 곁에 있는 박 원장에게 나지막이 말을 걸었다.
“조수를 참 잘 골랐군요.”
그의 말은 나중에 본인이 등판할 때 이 조수들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박 원장은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중국 의사는 참으로 젊군요.”
포크너는 다시 다빈과 코버트에게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아직 공부 중인 것 같은데, 벌써 간 수술을 하다니. 당신들은 몇 살 때 처음으로 간 수술을 했소? 35?”
미국 의사는 늦게 출세하기로 유명해서, 35세에 외과의가 되는 것도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다. 35살에 간 수술을 한다는 건 엘리트라는 뜻이었다.
다빈과 코버트는 웃기만 하고 포크너의 질문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 35살 전에 간 수술을 한 적 잆기 때문이었다.
포크너도 따져 묻지 않고 계속해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땀이 손바닥에 흘러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있는 척하며 언제라도 수술에 문제가 생기길 기대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참관실에 있는 의사 중에 영어를 알아듣는 의사 역시 그저 힐끔 그를 볼 뿐, 뭐라고 상대할 가치도 못 느꼈다. 어쨌든 그들 중에도 대부분 35살 전에 간을 만져본 적이 없으니······.
수술대 앞에 능 치료팀 의사들은 위에서 바라보는 참관인들이 얼마나 내적 갈등을 겪는지 알 길이 없었다.
능연은 그저 차근차근 수술을 진행했다.
능연은 처음으로 위&간 연합 근치술을 할 때는 준비 작업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계획을 종이로 표현하는 건 원래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언어, 이미지 혹은 동영상으로 현장을 묘사하는 건 원래 불완전하고, 처음 진행하는 수술은 당연히 완벽하게 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 두가동 수술을 하는 능연은 위&간 연합 근치술에 대해 이미 노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랜드마스터급 간 절제 스킬로 수월하게 인대를 박리했고 그랜드마스터급 조직 박리로 그의 동작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여유로웠다.
능연은 일반 의사들은 어려워할 만한 상황 앞에서도 국수 먹듯 수월하게 굴었다.
스르륵.
간 원 인대가 매끈하게 드러났다.
스르륵.
간 겸상 인대(falciform ligament)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르륵.
스르륵!!
첫 번째 무리의 스르륵이 끝난 후, 포크너의 얼굴엔 아직 심사하는 미소가 남아 있었다.
두 번째 무리의 스르륵이 끝난 후, 포크너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포크너는 저도 모르게 박 원장을 돌아봤다.
“무슨 문제라도?”
박 원장이 미처 뭐라고 하기 전에 노매옹이 벌써 그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일선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고, 수술 경험이 별로 없고, 수준 떨어지고, 재능이 없고, 나이가 많아서 지식수준도 떨어진다고 해도,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욱 포크너가 신경 쓰였다.
본인은 수술을 진행하지 못하고, 심지어 지금 수술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나 메이요 의사는 분명히 알아볼 것이라 여겼다.
포크너는 노매옹의 질문에 상대하지 않으며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닥터 포크너, 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바로 우리한테 이야기해주세요.”
노매옹은 본인의 통역을 통해 포크너에게 눈치를 줬다.
포크너는 아래층에서 점점 무르익어 가는 능연의 모습을 보며 안색이 다 변했다.
그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또 생각했지만, 생각할수록 뭔가 잘못 된 것 같았다.
“닥터 포크너?”
노매옹이 다시 한번 재촉했다.
“잠시만요. 조금 더 봅시다.”
포크너는 땀에 흠뻑 젖은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휘저으며 모니터를 집중했다.
역시 고해상도 모니터를 통해야 구체적인 수술 디테일을 잘 볼 수 있어. 그리고 이런 때는 디테일이 매우 중요하지.
끈기 있게 기다리던 노매옹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재촉했다.
“닥터 포크너!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했던 겁니까?”내가 하고 싶은 말?”
“그렇소!”
이제 알 것 같은 포크너가 돌아섰다. 정상급 위, 간 전문가인 포크너 눈엔 너무 명확했다.
포크너는 노매옹의 쭈글쭈글한 얼굴을 바라보며 영어로 우다다다 내뱉었고 알아듣지 못한 노매옹은 저절로 통역을 바라봤다.
그러자 통역은 할 수 있는 한 통역했다.
“닥터 포크너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수술하러 온 건데······ 왜 마술을 보여주냐고······.”
능연이 손가락을 놀리는 모습을 본 노매옹은 정말로 마술 보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포크너의 말은 그런 뜻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수술에 문제가 생겼나요? 닥터 포크너?”
노매옹의 관심은 그것이었고, 포크너를 추궁하는 핵심 질문이었다.
“지금 내가 어떻게 압니까?”
포크너가 답답한 듯 대답했다.
수술은 아무리 잘 해도 실패할 확률이 있다. 특히 위&간 연합 절제술 같은 대형 수술은 영향이 큰지 작은지가 문제지, 중간에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따지고 보면 구사일생의 수술이라 수술 중에 곳곳에 위기가 잠재한다.
그럼에도 포크너는 은연중에 오늘 수술은 아마도 성공하리라 생각했다.
그가 그동안 해온 수술은 지금처럼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성공했다. 그런데 능연의 수술이 이토록 순조로운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수술을 한단 말인가. 이게 그가 성공을 예감하는 이유였다.
포크너는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오늘 수술에 개입하기 위해 하루 꼬박 자료를 읽었는데, 수술은 어디로?
포크너 눈에 혼란함이 가득했다. 그는 다시 노매옹, 박 원장을 바라보다가 그가 사인한 계약서를 떠올렸다.
그의 목적은 수술하고 큰돈 벌어 양육비를 내고 남은 돈으로 아들을 여름 캠프에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면 열흘 편하게 보낼 수 있다. 그래서 계약서에 수술비 항목을 크게 부른 것이다.
그러나 수술할 필요가 없어지면, 그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여전히 많지만, 여름 캠프는 못 보낸다.
당당한 메이요 전문 주치의가 만 리 길을 날아 중국에 와서 여름 캠프 비용도 못 번다면, 전처가 배를 잡고 비웃을 것이다.
노매옹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국 의사들의 표정을 살폈다. 특히 두 미국 의사의 표정에 노매옹의 쇠약하고 돈 밝히는 심장이 수시로 조였다 풀렸다 했다.
“박 원장.”
노매옹은 방향을 바꿔서 도움을 청하듯 물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요?”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박 원장은 좋은지 나쁜지 딱히 판단하기 어려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런데 이 외국분들의 태도가 조금 이상하잖소. 내가 이런다고 웃지 마시고요. 나는 정말이지 조마조마하오.”
“제가 선생님이라도 그렇겠지요.”
박 원장이 웃으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노매옹을 무시했다.
기술이 안 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티 나는 외국인의 심리도 분석하지 못한다니, 정말 수준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군.
노매옹은 걱정이 너무 심한 나머지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었다.
그의 표정과 동작에 포크너가 오히려 의심하기 시작했다.
설마, 무슨 변수가 있나?
변수가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위&간 연합 근치술은 원래 복잡한 대형 수술이라, 수술에 집도의 둘, 셋 있어도 이상할 것 없다.
일반외과에서 이런 수술은 드물지만, 뇌 외과나 신경외과는 분업 작업이 이미 흔한 일이어서 외과의 세 명이 돌아가며 6시간, 8시간 수술하는 것도 매우 정상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포크너는 다시 유심히 능연을 살폈다.
저 나이에 간 수술을 이렇게 잘 해낸 것이 이미 대단한 일이긴 한데, 그렇다면 위 수술을 못 하는 거 아닐까?
물론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고, 그렇게 능숙하지 않을 수 있다, 는 건 조금 일리 있지 않을까.
외과의의 수준이 정상급에 이르거나 세계급 수준이 되면 설사 모든 영역을 제패하지 못해도 비슷한 분야는 쉽게 처리하니까.
위 수술하는 의사가 간 수술을 못 하는 건 외과에서 흔한 일이지만, 간 수술하는 의사가 위를 못 하는 건 확실히 드물었다.
하지만 능연의 나이가 있어서 포크너는 혹시나 했다. 속성반에서 키워낸 학생? 그래서 간은 매우 뛰어난데 다른 방면은 태생적으로 약하거나?
포크너는 살짝 기대하는 마음으로 모니터에 수술 광경을 지켜봤다.
스르륵.
스르륵!
스르륵······.
능연은 착착 간 절제를 해나갔다. 실수도 없고, 파란도 없이. 예술 영화처럼 담담하게 쉴 새 없이. 자세히 감상하면 담담한 것 같고 분명히 깊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깊이 생각해 보면 그제야 아무런 의미 없음을 알게 되는 그런 예술 영화처럼.
정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어!
포크너는 드디어 깨달았다.
이 젊은 의사는 간 수술만 잘하는 게 아니라 위도 잘한다. 어쩌면 본인보다 잘할 것이다. 하지만 포크너는 비교하기가 싫었다. 이번 여름에 귀여운 세 아이와 함께 2주 가까이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악몽 같은 시간이 또 있을까?
“닥터 포크너. 앉아서 좀 쉬지 그래요? 한참 서 있었잖아요.”
코버트가 호의로 한마디 했다.
“음? 얼마나 오래 됐죠?”
포크너가 놀란 듯 물었다.
“한 시간 넘었어요. 수술 시작할 때부터였잖아요.”
코버트는 한 시간 넘게 영화를 본 사람처럼 활기찼다. 그 정도급 되는 의사로서는 이런 학습성 수술 현장을 그것도 돈 받고 보는 것만으로 영화를 보는 것보다 훨씬 통쾌했다.
포크너 역시 고개를 숙이고 롤렉스를 내려다봤다. 지난번에 일본에 자문 갔을 때 벌어온 것이었는데 지금 그에게 위&간 연합 근치술 중 간 부분을 겨우 100분 남짓 썼음을 상기시켜주었다.
“우리를 중국에 부른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요?”
포크너가 휙 고개를 돌려 박 원장과 노매옹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봤고, 운화병원 의사들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수술 과정에 필요한 자문을 구하려고······.”
노매옹이 통역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해명했다. 그러자 포크너가 기가 막힌 듯 웃었다.
“그럴 필요가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압니다. 당신들 중국인, 우리 유럽, 미국 의사한테 증명하고 싶었던 거죠? 당신들의 천재가 몇 년이면 우리가 평생 걸려서 해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말이에요. 아닌가요? 국제 의료 경쟁? 우리의 어디 시장을 노리는 겁니까? 아시아? 아프리카?”
메이요가 유명한 이유는 메이요는 글로벌 병원으로 전 세계에서 돈을 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포크너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박 원장은 웃고 싶었지만, 웃을 수 없었다.
“닥터 포크너, 정말로 자문을 구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자문? 자문 때문에 그렇게 큰돈을 쓴단 말이오?”
포크너가 고개를 흔들었다.
“원하는 걸 위해서라면 그 정도 돈을 쓸 수 있으니까요.”
노매옹은 미국 사람이 이 문제로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싫었다.
그러자 포크너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큰돈을? 자문 한마디 듣자고 이렇게 비싼 자문료를 누가 낸단 말이오.”
“저희가요.”
노매옹이 뻔뻔하게 대답하자 포크너는 멍해져서 한참만에 겨우 입을 열었다.
“중국인은 돈도 참 많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