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97화 (678/877)

수술이 4시간째에 접어들었을 때 참관실은 이미 사람이 가득했다.

처음엔 서서 보던 사람들도 이제 버티지 못하고 앉아서 보기 시작했다.

포크너 역시 앉았고, 게다가 첫 번째 줄에 앉아 있었는데 마음은 이미 둥둥 떠서 집중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는 이번에 돈을 벌려고 온 것이었다. 6시간에서 10시간, 12시간은 넘기지 않고 수술하면서 두 타임으로 나눠 끝내고 아이들 여름 캠프 돈을 번다.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기획이란 말인가. 허세 부리기도 좋고.

하지만 지금은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아래층 젊은 의사의 실력은 그냥 봐도 엄청났고, 지금까지 보면서 필기까지 하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강했다.

10년 전, 아니 5년 전에 이런 수술을 봤다면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어쩌면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돈을 아무리 벌면 뭐한단 말인가. 어쨌든 실력이 가장 중요했을 때니까.

하지만 전처가 중고차 딜러와 소파에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본 후로 포크너 씨의 생각은 변했다.

실력이 아무리 강하고 수술을 아무리 잘하면 뭐하나? 중고차 딜러보다 못한데. 자기보다 스무살 젊고, 생긴 게 조금 더 단정하고, 머리숱이 더 많고, 키가 더 크고, 근육이 단단하고, 속옷이 더 크고, 목소리가 듣기 좋고, 성격이 온화하고, 마음씨가 다정한 거 말고 뭐가 더 낫지? 당당한 메이요 의사보다 잘난 게 어디 있다고?

의사 생활 잘 해봐야 아무런 소용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포크너는 돈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할 일 없으면 필름이나 보고, 시간 나면 바에 가서 ‘나는 닥터 포크너’라는 인사말로 수작거는 진정한 고수입 중년 남자가 되었다.

고작 그런 작은 바람도 결국 산산조각이 될 줄이야.

비행기를 하루 꼬박 타고와서 수업을 받을 줄이야!

돈 조금 더 벌고 싶은 것도 무산되고, 그것도 모자라 젊은 의사와 비교하고, 그것도 잘생긴 의사와 비교되면서 본인이야말로 능통한 수술 자랑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수술을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해내는······.

“대체 우리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포크너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술 구경하면서 돈도 벌고. 이게 왜요?”

뉴욕에서 온 다빈이 하하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수술을 하든 말든 상관 없는 그는 매우 평안했다. 수술하면 라스베이거스 가는 거고, 수술 안 하면 마카오 가는 거고, 그에게는 큰 차이가 없었다.

“나무토막처럼 저 의사에게 박수 치게요? 이렇게 돈을 벌 바엔 차라리 일본으로 가겠소. 적어도 태도가 공손하잖아.”

“돈만 주면 어디든 가는 줄 알았더니.”

다빈과 친하지 않은 포크너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빈은 가차 없이 대답하며 웃었다.

포크너는 어깨를 으쓱했다.

“메이요는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번에 푹 쉬지 그래요.”

“수술이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기술이 이렇게 화려한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고 우리가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다빈은 아닌 척 일부러 그렇게 말하며 노매옹을 힐끔 봤다. 그의 경험과 경력으로 생각하기에, 노매옹은 아무래도 도장깨기를 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화려하긴 하군.”

다빈의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포크너는 그저 능연의 손놀림을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중국 의사 실력도 참 빠르게 발전하는구만.”

독일인인 코버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최근에 자주 중국에 방문한 그는 아는 게 조금 더 많았다.

두 미국 의사는 미소 지은 채 대꾸하지 않았다.

세 외국 의사는 잠정적으로 대화를 마치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면서 아래층 수술을 지켜봤다.

영어를 알아듣는 운화병원 의사는 의아해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능연의 실력은 운화병원 모두가 인정했지만, 그건 간 절제, 아킬레스건 혹은 탕 봉합 같은 수술에 대해서였다.

위&간 연합 근치술은 규모가 방대한 수술이고, 디테일과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수술을 하는 의사는 그게 누구라도 병원에 당당히 설 자리가 있고, 어느 영역을 독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금 외국인의 ‘화려’라는 찬사를 들으니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어쩐지 본인들의 이해 범위를 넘은 것만 같았다.

그들이 생각하기로, 능연이 아무리 강해도 간 절제나 위 절제를 바탕으로 위&간 연합 근치술을 시작한 것뿐이라고 여겼다. 일반 의사들이 성장하면서 새로 개발한 기술을 적어도 백몇 건은 해야 전문적이고 프로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위&간 연합 근치술이 대단하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수술이 많지 않아서 5~60건을 하지 않은 이상 좋고 그름을 논하기 어려웠다.

능연은 운화병원에서 아직 위&간 연합 근치술을 10건도 하지 못했는데, 외국 의사가 이토록 칭찬하다니. 정말로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환자 위 상태가 괜찮은 편이네.”

몇 시간 만에 그제야 긴장이 풀린 연문빈이 말을 꺼냈고, 마연린은 뭐라고 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위층을 힐끔 봤다. 그는 BMW도 없고, 집 세 채도 없으니 연문빈처럼 자유롭지 못했다.

“환자 상태가 그래도 괜찮다는 소리지.”

이미 부주임이 된 장안민이 가볍게 맞장구를 쳤다.

“회복도 잘 되겠죠?”

연문빈은 수술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힘들어서 그냥 순수하게 이야기나 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물론 수술 긴장이 풀린 이유도 있었다. 간 같은 메인 부위를 처리하고 나니 위 부분은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간 절제에 익숙해진 초짜 의사들로서 지금은 부담이 매우 줄어들었다.

장안민도 비슷해서 슬며시 웃음 지었다.

“그건 당연하지. 전에 환자들이 상태가 더 안 좋은 적도 많았어.”

“전엔 코마 환자도 있었죠. 위 상태도 더 엉망이었고. 에휴, 능 선생이 수술한 게 아니라면 지금쯤 마누라 얼굴도 못 볼걸요.”

장안민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연문빈의 말에 동의했다.

“위가 엉망이지만 와이프는 있지.”

장안민의 말을 곱씹은 연문빈은 조용히 수술에 집중하기로 했다.

수술은 한참 더 이어졌고 포크너 등 일행이 밥을 두 끼나 먹은 후에야 종료가 선포되었다.

두가동이 중환자실로 들어간 후 모든 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ICU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어서 수많은 보호자와 자칭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중환자실 안에서 몇 겹으로 에워싸고는 기쁜 듯이 큰 소리로 고함치면서 목소리 크기로 회장에 대한 사랑을 표시했고, 덕분에 간호사는 사람 내쫓기 바빴다. 그렇게 한 무리 쫓아내고 나면 또 다른 무리가 몰려들었다.

샤워하고 옷 갈아입은 능연이 다시 나타났을 때, ICU 밖의 열렬한 분위기가 정점에 달했다.

“능 선생, 감사합니다. 우리 회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능 선생. 우리 회장님은 평생 고생하신 분이라네. 신경 좀 써주시오.”

“능 선생님, 이거 제 명함입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생각을 품고 본인의 마음을 나타냈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다 함께 있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솔직했다.

“돌아갑시다. 볼일 없겠군요.”

포크너도 ICU에 들어가는 두가동을 대부대와 함께 지켜봤다.

아직 마취가 깨지 않은 두가동의 표정은 평온했고, 각종 검사 수치 역시 안정적이어서 포크너는 본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다.

약속된 자문 비용도 적은 돈이 아니어서, 그가 익숙한 기준을 훌쩍 뛰어넘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포크너는 차라리 수술 한 건 하고 정정당당하게 더 많은 돈을 가지고 가길 바랐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상대가 주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다빈은 바로 시가를 꺼내 코 아래에 두고 냄새를 맡았다.

“저는 급하게 돌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휴가를 그냥 버릴 순 없지요. 음, 카드하십니까? 밤에 몇 판 할까요?”

“못 합니다.”

포크너가 깔끔하게 거절했다.

“약속 있습니까?”

다빈이 궁금한 듯 묻는 말에 포크너가 무심결에 뒤통수를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럼 약속 만들어 보면 되겠네요.”

다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정말로 카드놀이 하지 않을 건지 다시 물었다.

“됐습니다. 배나 좀 채워야겠어요.”

포크너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흠, 정말 재미없군.”

다빈은 툴툴거리며 옆에 있는 독일인을 바라봤다.

“자러 갈 겁니다.”

“이런, 포크너가 더 재미있군요.”

독일 의사 코버트의 말에 다빈이 제멋대로 평가를 내렸다.

세 사람은 인사를 하고 헤어져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세 사람을 위해 준비된 통역 직원들도 별수 없이 각자 뒤를 따랐고, 대부대는 그렇게 찢어져서 더는 거슬리지 않았다.

포크너는 통역을 데리고 당당하게 병원에서 나가 휴식하는 기분으로 운화 시를 구경했다.

두가동의 수술이 순조롭게 상태도 안정됐으니 동가 그룹 홈닥터 노매옹이든 군안 진료소와 운화병원 모두 외국 의사들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당분간 필요도 없고.

포크너도 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먹자거리를 돌면서 배불리 먹고 마신 다음 입을 닦으며 통역에게 병원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호텔로 가시지 않고요?”

“병원으로 갑시다.”

통역이 놀라서 묻는 말에 포크너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그런데 지금은 모두 퇴근했을 겁니다. 저희가 가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통역은 당연히 호텔로 가고 싶었다. 지금 병원에 갔다가 언제까지 일을 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사람은 필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사 불러오겠습니다.”

“음. 기계 다룰 줄 아는 의사 하나만 섭외해주세요. 점심때 한 수술 동영상 보고 싶습니다.”

어차피 호텔로 돌아가도 쓸쓸히 잠 못 들 것이 뻔했다. 호텔 바에서 헌팅 성공할 확률도 낮았고, 방에서 티비 보고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느니 차라리 병원으로 가 수술 동영상이나 다시 보는 게 나았다. 특히 능연의 수술 전반부는 놓친 부분이 많았다.

통역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고는 잠시 후에 다시 돌아왔다.

“사람 있다는군요. 영상도 볼 수 있답니다.”

“그럼 됐습니다.”

차에 올라탄 포크너도 긴말 없이 운화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두 눈을 감고 정신수양을 했다.

응급센터 빌딩은 언제나 불이 환하게 밝았다.

포크너에게 익숙해진 참관실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준비 잘해 놓았군요.”

포크너는 웃으면서 통역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밀었다.

덜컥 소리가 나자 참관실 안에 있던 한 무리 의사가 고개를 돌려 포크너를 바라봤다.

잠시 멈칫하던 포크너는 사람 사이에 섞인 뉴욕인과 독일인을 발견했다.

“포커 치고 자러 간 거 아니었소?”

“끝났죠.”

“자다 깼습니다. 닥터 포크너는요?”

포크너가 따지듯 묻는 말에 다빈과 코버트가 대답했다.

“배불리 먹었지요.”

다른 대답이 있을 수가 없었다.

포크너는 앞쪽의 여러 모니터에서 각자 다른 영상이 나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얼핏 보니 다른 수술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 오늘 수술이었다.

“나도 모니터 하나 주시오.”

포크너는 체면도 없이 맨 앞에 줄로 가서 앉았다.

외국에서 온 의사임을 본 운화병원 의사들은 끽소리하지 않았다.

운화병원 직원 하나가 재빨리 카트로 장비를 운반해와서 포크너 바로 앞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이어폰과 리모콘을 포크너에게 건넸다.

포크너는 오늘 영상을 틀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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