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698화 (679/877)

다음 날, 이른 아침.

이슬이 나뭇잎에 맺히고 일찍 일어난 벌레가 막 식사를 마쳤을 때, 두가동이 깨어났다.

당직실에 있던 염 선생이 깜짝 놀라 전화 몇 통을 걸어 어제 자기에게 돈봉투를 남긴 노매옹, 박 원장, 두가 도련님, 우 매니저, 주 주임, 마 관리감독, 나 주임, 양 소녀, 구 유부녀, 모 임산부, 여 베이비······ 등에게 알렸다.

잠시 후, ICU밖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게 다 여러분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노매옹이 흥분한 듯 인사했다. 회장과 겨우 몇 마디 했을 뿐이지만, 감정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홈닥터 월급을 일부 할애해서 눈에 띄는 하얀 가운에게 돈봉투를 주었고, 쫓겨나면서도 싱글벙글했다.

중환자실 밖에서 대기하던 왕전문도 감동한 듯 그 장면을 지켜봤다. 그의 동생 왕전례의 수술을 한 의사가 바로 능연이었고, 왕전문은 지금까지 그때의 흥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박 원장님, 저분 아십니까? 동가 그룹 회장 홈닥터라고 하던데요.”

마침 곁에 있던 박 원장을 향해 왕전문이 묻는 말에 왕전문을 미래의 고객으로 보고 있던 박 원장이 옳다구나 미소 지었다.

“알다마다요. 꽤 친하지요. 노 선생은 두가동 회장님 홈닥터를 10년 넘게 하신 분이지요.”

“꽤 쓸모 있어 보이는군요.”

최근에 생긴 일을 회상해보던 왕전문은 홈닥터 하나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홈닥터와 본인의 이익이 일치한다면 말이다.

박 원장은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몰라 머뭇거렸다.

왕전문은 별생각 없이 노매옹 쪽으로 다가가 아는 척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노 선생님, 지금 고객이 몇 명이나 되십니까?”

노매옹은 경계하는 듯 왕전문, 특히 그의 곁에 있는 박 원장을 바라보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업계 비밀이지요.”

“그럼 고객 하나 늘리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만.”

노매옹은 단칼에 거절하지는 않아도 태도가 거만했다.

두 회장이 이번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면 다음 고객을 찾아야 했겠지만, 무사히 버텨내지 않았는가. 노매옹은 새로운 고객이 그렇게까지 급하지 않았다.

왕전문은 오히려 눈이 번뜩 뜨였다.

“그럴 가치가 있다면야,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의료계는 서비스보다 비용이 10배는 넘는 게 관행입니다.”

박 원장을 바라본 노매옹의 말투가 조금 날카로웠다.

“옳은 말씀입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왕전문이 더욱 은근하게 웃으며 건네는 명함을 노매옹은 머뭇거리며 받아들였고, 박 원장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ICU 밖이란 원래 대화하기에 좋은 곳이 아닌데, 그런 곳에서 명함까지 내미는 걸 보니 왕전문의 의지가 굳은 것이 분명했다.

원래 노매옹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박 원장은 일단 왕전문을 따라가면서 나지막이 입을 뗐다.

“왕 선생님, 노매옹 선생을 적당하다고 보십니까?”

“조금 거만하고, 고집도 있어 보이고, 말도 곱지 않고요. 음, 돈은 또 많이 달라고 하고.”

그렇게 결론 지은 왕전문은 오히려 싱긋 웃었다.

“이게 정말로 실력 있는 사람의 모습 아닙니까?”

박 원장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안목 없는 게 언제 실력 있는 거로 변했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