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01화 (681/877)

파티룸 위의 크리스탈 등이 수정 같은 빛을 빛내면서 화려한 느낌을 주었다.

곽종군은 여러 윗분을 모시고 느긋하게 다빈 앞에 와서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지금 기관 절개하는 의사가 바로 우리 능 선생입니다. 그리고 우리 응급센터의 심폐소생 팀을 바로 능연이 트레이닝했죠. 그러니 지금 심폐소생 방면은 우리 능 선생이 하면 틀림없습니다.”

“외국 환자지요? 상황이 안 좋은 거 아닙니까?”

행정 출신인 위생국 가 과장이 가슴이 활짝 열린 다빈과 굳게 닫힌 그의 두 눈을 보며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TV에서 보면 이럴 때 툭하면 사람이 죽는데, 외국인이 죽기라도 하면······ 뭐 대수로울 건 없지만.

가 과장의 표정도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곽종군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닥터 다빈은 뉴욕 장로회 병원 의사고요, 우리 운화병원에 잠시 방문한 것인데 아무래도 돌발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음, 지금 어시하는 게 우리 병원 젊은 레지던트 마연린입니다.”

“돌발적이면 어쩔 수 없지요.”

가 과장은 더욱 편안해졌다.

그때 한때 의사였던 용 주임이 헛기침하며 말을 꺼냈다.

“젊은이들 말로, 두 사람 모두 대장의 품격이 느껴지는군요. 두 의사 모두 잘 하고 있습니다.”

용 주임은 본인 의학 수준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곽 주임은 속으로 웃었다. 능연과 마연린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다니, 두 사람이 비슷한 건 나이밖에 없는데.

그러나 곽 주임이 속으로 상대를 개의사로 보든 말든, 실제로 그가 개의사든 말든, 다년간 익숙해진 주임 의사의 습관으로 순조롭게 아부를 떨었다.

“역시 용 주임님 안목이 대단하십니다. 능 선생은 우리 응급센터에서 가장 표준적인 처리를 하는 걸로 유명하죠. 마연린도 젊은이 중에서는 능력자고요, 일 처리도 매우 뛰어나답니다.”

용 주임은 없는 수염이라도 쓰다듬을 기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 상태를 보니 다급해 보이는데, 정말 괜찮습니까?”

가 과장은 웃고 떠드는 의사, 그리고 이미 숨이 넘어가 당장에라도 숨이 멎을 것 같은 환자를 보며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응급이런 건 조금 더 다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외국인 목숨은 목숨이 아니라서 이러나?

곽종군은 겸손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돌발 심근경색은 당연히 다급하지요. 하지만 벌써 최고의 의사가 출동했으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음, 환자 주변엔 사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릴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많으면 오히려 위험해요. 환자 응급 처치는 주치의 하나, 레지던트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럼 더 경력 있는 의사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부주임은 보통 4, 50대인데, 심폐소생을 하라는 건 곤란하지요. 기운도 없어요.”

곽종군이 조금 엄숙한 모습으로 진지하게 설명했다.

지금은 웃으면 안 돼. 지금 웃었다가는 개의사도 안 되는 간부가 자기를 비꼰다고 오해할 수도 있어.

곽 주임은 자주 사람을 비꼬지만, 그건 보통 명확하게 상대를 비꼴 때였고, 비꼬는 게 아닌데도 오해받으면 너무 억울했다.

“의사 실력이 좋으면 성공률이 높아집니까?”“당연하지요. 아마 상상도 못 하시겠지만, 능연이 우리 응급센터 최고의 의사랍니다.”

갑자기 깨달은 듯 묻는 가 과장의 질문에 한 무리 높은 사람들 앞에 선 곽종군은 조심스럽게 능연의 위치를 정의했다.

“사실 오늘 이 축하 파티도 능 선생 때문에 연 것이지요. 위, 간 연합 근치술을 훌륭하게 해냈거든요. 세계급으로 어려운 수술이고, 완성도도 세계급이었습니다.”

곽종군은 능연을 ‘개의사’들 앞에서 추켜세우기 위해 진지하게 찬양했다.

능연이 전에 했던 간 절제술도 세계급 수준이지만, 이미 성숙한 기술인 간 절제 기술이 아무리 높아도 여전히 매우 의학적인 개념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업계에서나 대단한 기술이었다.

단순히 세계급 난도와 완성도라고 해도 업계 밖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 몇 년 전이었다면, 모모 의사가 모모 세계급 수술을 했다, 이걸로 눈길을 끌었을지도 모르지만 최근엔 병원이 점점 탄탄해지고 약 처방과 기구, 기계도 발전해와서 중국 외과의가 세계급 수술을 했다는 걸로 많은 주목을 받는 건 어려워졌다. 간 절제 방면만 따져도 중국 외과의가 간암, 간이식, 복강경 방면에 모두 세계 선두급 체계적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도 세계급이라는 말은 운화 시 위생 시스템 안에서는 여전히 의미가 남달랐다.

사람들은 진지하게 곽종군의 허풍을 듣고는 다시 능연을 보았다.

과연 동작이 남달라 보였다.

“확실히 매우 표준적이군요. 나 때는 이렇게까지 정확하지 않았어요.”

의사 출신인 용 주임은 매우 프로페셔널한 척하며 프로다운 평가를 내렸다.

“용 주임님 말씀이 옳습니다.”

“음, 사실이 그러니까요.”

곽종군의 찬양에 용 주임이 미소지었다.

그렇게 이야기 나누는 사이, 능연의 기관 절개도 끝이 났고, 산소가 통하자 다빈의 안색이 명백히 좋아졌다.

“파티, 계속해도 됩니까?”

다빈을 실은 스트레처 카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포크너가 조금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러자 능연이 좌자전을 바라봤고, 좌자전이 어깨를 으쓱했다.

“정해진 시간이 있을 테니까요.”

“그럼 다행입니다. 다행이야. 호텔에만 있으면 너무 지루하거든.”

포크너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든 잔을 깔끔하게 비웠다.

오늘 파티의 음식엔 별 흥미가 없었다. 메이요가 있는 미네소타주는 유행에 뒤떨어진 주이기도 하고, 포크너 본인도 중국 음식에 전혀 흥미가 없지만 술 종류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양조장이 있는 여자친구, 그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친구가 있다니. 그게 제일 부럽구만.”

포크너가 능연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외과 의사로서 다른 의사를 찬양하기는 싫었지만, 여자친구 찬양은 그래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양조장도 있어요?”

“세 군데요.”

능연이 뒤돌아보며 묻자 전칠은 기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서 가늘고 긴 손가락을 치켜들며 설명했다.

“첫 번째는 엄마가 선물한 거고요, 두 번째는 내가 경영을 잘한다고 할아버지가 양도해줬죠. 세 번째, 이 ‘N0.7’을 생산하는 양조장이야말로 내가 산 거예요. 새 양조사를 채용하고 판매 방식을 확정했죠.”

단숨에 길게 말을 마친 전칠은 능연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생긋 웃었다.

“말이 너무 많았나요?”

“아니에요.”

능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짝짝짝.

맥순은 작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가볍게 세 번 친 다음,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 운리 그룹을 대표하여 운화병원의 관심과 협력을 감사드립니다. 백토 양조장에서 특별히 준비한 스페셜 와인을 가지고 왔으니 모두 품평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얀 셔츠 차림의 종업원들이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트레이를 들고 줄을 서서 들어왔다. 트레이 위에는 아름답게 빛나는 딱 봐도 예쁜 고블릿이 놓여있었다.

“헬기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연문빈이 양발을 모으고 까치발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면서 종아리 근육을 단련하며 물었다.

“아까 그 외국 의사 보냈잖아. 또 왔다고?”

청력이 쇠퇴하기 시작한 좌자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한 대가 아닌데요.”

연문빈이 본인 청력을 자랑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헬스 하면 귀도 좋아지냐?”

옆에 있던 장안민이 웃으면서 한마디 하고는 말을 이었다.

“나도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긴 했지. 옥상에 헬기가 오긴 한 것 같아. 팔채향에서 자주 듣던 소리야.”

“환자 때문은 아닌 거 같은데······. 아, 와인 가지고 온 건가 보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좌자전이 턱을 치켜들었다.

“하하, 무슨 와인을 헬기로 가지고 와요.”

연문빈은 누군가에 맞아 이두근이 부은 것처럼 웃었다.

장안민은 고개를 흔들더니 잔에 든 와인을 흔들면서 있는 척 한입 홀짝였다.

“맛있네. 이야, 운리 정말 통 크긴 해.”

“음, 전칠 씨가 와인을 가지고 온 거라면 헬기 동원했을 수도 있지.”

좌자전은 느긋하게 말하며 잔에 든 와인 향을 맡으며 조금 머금고는 말을 이었다.

“이게 좋은 와인인 거야?”

마을 위생병원 시절 와인을 직접 담근 적이 있었다. 제법 괜찮은 것 같았는데, 안타깝게도 마누라가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차라리 사는 게 더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능 팀 의사들은 하나같이 와인을 잘 알지 못해서, 그저 묵묵히 잔을 들고 마시면서 커다란 잔으로 표정을 가렸다.

“소 사장님은 좀 알지 않을까요? 가서 물어봐야겠다.”

사람 사이에 가려져 있던 여원이 갑자기 목소리를 내자 좌자전이 멈칫하더니 다급하게 말렸다.

“아이고, 됐어. 그냥 와인일 뿐인데 뭘 소 사장한테까지 물어봐.”

“벌써 갔어요.”

“아.”

연문빈의 말에 좌자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았다.

잠시 후, 소 사장이 바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쪽으로 다가왔다.

꼬치집 사장이지만, 최근에 좋은 술을 제법 마시고 좋은 담배도 제법 피웠다. 몸이 안 좋은 건 안 좋은 거고, 이런 재미마저 없으면 생활이 너무 무미건조했다.

좌자전 등 몇 사람과 친한 편인 소 사장은 와인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은 의사들도 잔을 들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의사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을 마셨고, 커다란 잔 가득하던 와인이 바로 사라졌다.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그 의사는 또 잠시 이야기를 듣다가 새로운 와인 한 잔을 배 안으로 집어넣었다.

“너무 빨리 마시는 거 같은데요.”

좌자전이 소 사장을 힐끔 보고는 옆에 있는 의사를 상기시켰다.

“속도야 뭐, 주량 되면 아무것도 아니죠.”

“주량이 좋으시군요. 성함이?”

“산부인과 유기입니다.”

의사가 잔을 치켜들었다.

“아, 산부인과. 영아 유기할 유기는 아니죠?”

“하하하, 좌 선생님 말씀 참 재미있게 하시네요. 당연히 아니죠. 그러면 안 되죠.”

껄껄 웃던 유기는 또 큰 잔 하나를 바로 비웠다.

좌자전은 걱정스러운 듯 그를 바라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죠, 이름을 그렇게 짓는 사람은 없죠. 그나저나 요즘 사람들 이름 참 희한해지긴 했어요.”

“그러니까요. 지난번에 받은 아이는 산모가 이름을 ‘조득수아들’이라고 짓겠다잖아요. 아들이 나중에 학교 가서 이름 적다가 지쳐 죽겠다고 말려도 고집하는데 제가 뭘 어쩌겠어요.”

유기는 그렇게 말하면서 네 잔째 와인을 바로 비웠다.

그리고는 비틀비틀 대기 시작했다.

“저기, 문빈아, 부축 좀 해라.”

좌자전은 긴장한 채 유기를 지켜봤다. 능력이 너무 떨어져서 그렇지,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진단을 내릴 판이었다.

“괜찮아요. 다른 술 마셔야겠다.”

유기는 그렇게 말하면서 연문빈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연문빈은 살짝 힘을 주어 족발 같은 팔뚝을 부풀려서 그를 막아냈다.

“조심해.”

좌자전은 뭘 조심해야 하는지 말하지도 않고 조용히 그를 지켜봤다.

“취하면 뭐 어때요. 이따 바로 실어서 데리고 가면 되지.”

“그러지 마, 다치면 어떡해.”

좌자전이 뭔가 말을 더 하려고 할 때 뒤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조심해, 조심.”“제길. 뭐야 이거?”“다친 거 같은데······ 젠장.”

목청 큰 남자가 고함치는 것 같은 소리가 그다지 확실하지 않게 들렸다.

손에 술잔을 든 의사들은 떨지도 않았지만, 아무도 말은 더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직원 하나가 손님이랑 시비가 붙어서 넘어졌는데, 가슴에 있던 와인오프너에 찔렸대요.”

잠시 후 들리는 여원의 말에 의사들이 저마다 얼굴을 마주 봤다.

“가슴 확실해?”

“와인오프너 확실해?”

“시비 붙은 거 확실해?”

여원이 일일이 고개를 끄덕이자 좌자전이 한숨 돌렸다.

“가슴은 우리 일이 아니지.”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좌자전은 힐끔 소 사장을 보고는 연문빈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유변 선생 내려놔. 술 취했으면 좀 쉬면 되겠지.”

“유기요.”

“아, 유기. 내가 뭐라고 한겨.”

좌자전은 꿍얼거리다가 여원을 찾아서 다시 물었다.

“근데 언제 구경 간 거야? 사람도 많던데.”

“저도 비집고 나갔거든요.”

여원이 나도 힘들었다고 입을 삐죽였다.

그때 구급차 소리가 들렸고, 소리를 들어보니 운화병원 구급차였다.

좌자전의 핸드폰도 바로 울렸다.

“네. 오케이. 알겠습니다.”

좌자전이 세 마디 연속 대답하고는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능 선생이 병원으로 돌아가신단다. 오늘 누가 당직이더라?”

“저는 밤 10시 출근이요.”

연문빈이 대답했다. 운화병원 능 팀은 주치의 능연의 수술 시간을 맞추기 위해 따로 듀티를 짰다.

“그럼 우린 돌아가자.”

좌자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연문빈이 풀린 눈으로 옷깃을 정리하고는 따라 나온 다음 입을 열었다.

“근데 가슴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래요.”

“그 메이요 포크너, 술이 취했는지 사람들 앞에서 본인이 응급 수술하겠다고 했대. 다들 병원으로 몰려갔고, 능 선생도 가기로 했대.”

좌자전이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연문빈은 머리가 다 어질했다.

“CS(흉부외과) 수술을 능 선생이 뭐 하러요.”

“어쨌든 어시로 들어간대. 무슨 수술이든 어시는 어시잖아.”

좌자전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자 연문빈이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내가 제물이 되는 것만 아니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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