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술을 마신 포크너는 그 상태로 긴급사건을 마주치자 술김에 전 세계와 싸워서 이길 듯한 패기로 구급차와 함께 떠났다.
곽종군은 걱정이 되어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그보다 조금 늦게 자연스럽게 전칠의 롤스로이스를 타고 바로 뒤따랐다.
전칠은 차 안에서 살짝 멍해 보이는 능연의 모습을 보며 그저 잘생겼다고 감탄했다.
잘생겼는데 귀엽기까지, 정말 미친 듯이 멋져!
한참을 감상하던 전칠이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수술 걱정하는 거예요?”
능연은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돌리고는 웃어 보였다.
“꼭 그런 건 아니고요. 퀘스트를 받아서요.”
“퀘스트?
“응.”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허공에 뜬 반투명한 명조체로 퀘스트 내용이 표시되었다.
- 퀘스트: 심장 외상 보건술을 접해보아라!
- 퀘스트 내용: 심장 외상 구급 수술에 참여해서 심장 수술의 매력을 느껴 볼 것.
- 퀘스트 보상: 없음.
솔직히 능연은 이렇게 인색한 무언가를 볼 기회가 드물었다.
인색한 사람이 많은 건 알고 있었다. 하구 골목에서 과일 파는 아주머니는 종종 무게를 속이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마지노선은 있었다. 예를 들어 능연이 과일을 사러 가면 무게를 속이기는커녕 보통은 덤까지 주었다.
오늘의 시스템은 누가 봐도 그 아주머니보다 훨씬 인색했다.
유행어를 빌려 말해보면, 지금까지 이런 인색함은 없었다, 이것이 시스템인가 사기인가, 였다.
‘퀘스트 보상이 없으면 퀘스트라고 쓰지를 마. 쓸데없이 읽어야 하잖아.’
능연이 머릿속으로 시스템에게 눈치를 주었다.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보상 항목이 반짝이다가, 또 반짝이다, 다시 반짝이다가 결국 내용을 바꿨다.
- 퀘스트 보상: 초급 보물상자
능연은 손을 휘휘 내저어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꺼버렸다.
“무슨 퀘스트요?”
“음, 성의 없는 거 있어요.”
전칠의 물음에 능연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아, 그럼 상대하지 말아요. 누가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성의는 기본이잖아요.”
“그렇죠?”
전칠이 생긋하는 말에 능연이 동의했다.
몇 초 후, 시스템이 다시 능연 앞에서 반짝였다.
- 퀘스트 보상: 스태미너 포션
능연은 불확실한 보상에서 확실한 보상이 되었을 뿐이지, 대체 이게 좋아진 거냐며 입을 삐죽였다.
“엘리베이터 있는 곳에 내려주세요. 바로 수술실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요.”
능연이 익숙한 듯 통화 버튼을 눌러 앞쪽에 있는 기사에게 알렸다.
“이번 수술은 얼마나 걸려요?”
“모르겠어요. 순조로우면 몇십 분? 느리면 몇 시간 걸릴 거예요.”
“아. 그럼 엘리베이터에 내려주고 나는 집에 갈게요. 너무 늦게 자면 피부 안 좋아져. 내일 이사회도 있거든요.”
“응. 조심해서 가요.”
전칠이 단호하게 하는 말에 능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차도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기사는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차문을 열고 능연이 내리길 기다렸다가 다시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