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수술실.
포크너는 심호흡을 하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수술실 냄새가 좋군요. 음식점 냄새보다 훨씬 좋아요.”“파티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요.”
곽종군이 손을 씻으면서 통역을 통해 대답하자 포크너가 웃음을 터트렸다.
“밥 먹고 술 먹는 걸 파티라고 합니까? 그건 파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심장 수술이 더 파티 같죠. 음, 필름 찍었나요? 확진은요?”
“단순 심장 손상입니다. 확진 끝났어요.”
곽종군이 대답했다.
“그래, 이래야 파티지.”
포크너는 링 위에 오르는 복서처럼 폴짝 뛰면서 살짝 취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아시다시피 심장은 하나하나 모두 유일무이한 존재 아닙니까. 이게 아마 제가 접하는 두 번째 중국인 심장일걸요. 아, 흥분되는걸.”
“아니 왜 이렇게 흥분한대. 아, 이 말은 통역하지 마세요.”
곽종군은 목을 가다듬은 후 다시 물었다.
“심장 수술은 얼마나 해보셨습니까?”
“열 번쯤? 많진 않습니다. 하지만 심장 외상 수술은 어려운 수술이 아니니까요.”
거기까지 말한 포크너의 태도는 메이요에서 왔다는 거만함도 사라지고 온화해졌다.
정말로 수술이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찌 됐든 심장 외상은 전형적인 응급에 속했고 구조 난이도도 높은 편이 아니어서 일부러 메이요에 이런 환자를 보내지는 않는다.
열 번쯤 수술한 것도 오랜 시간에 거쳐서 쌓아온 것이고, 아마도 일 년에 한두 번?
곽종군도 별로 상관없었다. 운화병원 심장외과는 어차피 약체였고, 이 시간에 당직하는 레지던트는 쓸모라고는 하나도 없을 게 뻔했다. 수술 가능한 외과 주임 혹은 부주임이 오기를 기다리느니 포크너가 하는 게 나았다.
“심장 수술은 전에 한 약속과는 상관없는 겁니다.”
“응급 수술은 맞지만 위, 간 수술이 아니니 당연하지요.”
포크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간 절제는 10시간 가까이 진행하는 수술이라서,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서서 벌서는 것만 해도 고된 일이었다. 그에 비해 단순한 심장 외상 수술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다.
“마취는 문제없겠죠?”
마취 문제를 확인한 포크너는 박 원장과 노매옹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모두 수락한 곽종군이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주 선생이 이미 환자 시트를 깔고 있었고 마취의가 마취하는 동안 능연도 손을 치켜들고 들어왔다.
“아직 시작 안 했나요?”
능연은 기쁜 듯이 물었다.
“응, 아직이야. 능연, 자네는 어시 자리에 서면 되네.”
곽종군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리 능연이 심장외과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도, 위&간 연합 절제술이 가능한 의사가 어시 선다는데 무슨 수술이든 거절당할 일은 없었다.
힐끔 능연을 본 포크너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곧 심장외과 당직 의사가 허둥지둥 달려와서 멍청하게 응학 수술실로 들어와 구석에서 굳어 버렸다.
그의 눈에 엄청나게 잘생긴 능연, 뉘신지 모를 외국인, 그리고 사나운 곽종군이 보였다.
“저기······ 심장외과 아닌가요?”
“자네가 가능한가?”
초짜 레지던트가 나지막이 묻는 말에 곽종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아뇨, 저는 못 합니다. 저희 강 주임님이 지금 오시는 길인데······.”
“못 기다려. 시작하시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한 곽종군이 바로 포크너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응급 흉부 수술 시작합니다.”
포크너가 영어로 그렇게 말하자 구석에 서 있던 통역이 그 말을 통역했다.
포크너의 손놀림을 지켜보던 능연의 표정도 점점 진지해졌다.
수술실에 등거얼의 노래가 울려 퍼지자 곽종군 님은 순회 간호사가 그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귀에 댈 때까지 흥겨운 듯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이고, 강 주임. 웬일로 전화를 다?”
곽종군이 산토끼를 만난 매처럼 진지하게 안부를 묻자 간호사와 마취의 모두 고개를 돌려 곽종군을 바라봤다.
오늘은 심장 수술이라 경력 있는 수술과 간호사를 불렀고 마취의도 심장외과 수술방에 자주 들어가는 주치의라 강 주임이라는 말에 바로 관심을 표했다.
곽종군이 주 선생에게 눈짓하자 주 선생은 바로 그 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돌렸다.
“자자, 우린 계속합시다. 곽 주임님이 알아서 하실 겁니다.”
신경 쓸 일 없는 포크너는 계속해도 된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바로 메스를 그었다.
이런 응급 수술은 그가 걱정할 일 없는 대표 수술이었고, 게다가 정말로 이 수술이 하고 싶었다. 그의 실력은 위, 간 쪽으로는 이미 발전할 여지가 없었다. 그의 실력이 정상에 올라서가 아니라 정상으로 올라가기 너무 힘겨워서 올라갈 힘이 없어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심장 수술의 정상은 더 높았지만, 포크너는 정상에 올라갈 생각은 없었다. 그냥 흥미가 있을 뿐이었다.
외과의는 무슨 진료과 출신이든 상관없이 기회만 있으면 심장 한 번 건드려보고 싶어 한다. 물론, 정형외과에 들어갈 기회가 있는 의사는 당연히 정형외과 의사가 되겠지만, 심장을 접할 기회가 생긴다면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포크너 곁에 선 능연은 정말로 조수 노릇 할 생각인 듯 끽소리 없이 보기만 했다.
곽종군의 전화기에서 강 주임의 목소리가 매우 크게 흘러나왔다.
“지금 병원으로 가는 길일세. 곽 주임, 우리 심장외과 수술이 많지도 않은데, 이러지 말자고.”
“얼마나 걸리는데.”
“10분.”
곽종군이 시계를 보고 묻자 강 주임이 대충 시간을 말했다.
“환자가 10분이나 못 기다린다니까. 그냥 우리가 하겠네.”
곽종군은 하하 웃고는 고개를 꺾으며 전화를 끊으라고 눈짓했다.
강 주임이 전화 너머에서 고래고래 고함쳤다.
“곽 주임! 7분! 7분이면 되네!”
“7분도 못 기다려.”“5분! 곽 주임!”
“아이고야, 5분도 곤란한데.”
“곽 주임! 곽 주임! 5분이다, 5분! 그걸 왜 못 기다려! 지금 풀로 밟았다고.”
“그럼 천천히 와. 과속해서 사고 나면 어쩌려고.”
곽종군은 이미 시작된 수술을 바라보며 내연하게 말을 이었다.
“수술을 누가 하면 어때. 그냥 단순한 심장 외상 수술인데, 이런 거 신경도 안 쓰잖아.”
“써! 쓴다고! 곽 주임님아, 몇 분만 기다리라고! 곧 도착한다니까? 우리 심장외과에 의사가 몇이나 된다고, 왜 우리 수술을 가져가려고 그래.”
수술실에 울려 퍼지는 강 주임의 목소리는 외로운 방귀처럼 환영받지 못하고 바로 사람들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곽종군도 그의 말을 방귀처럼 철저히 상대하지 않았다.
운화병원에서 심장외과는 정말로 깨알 같은 존재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간담췌 깨알이 심장외과 깨알보다 크달까.
간단히 말하자면, 심장외과 수술을 곽종군이 그동안 하지 않은 것은 그가 할 줄 몰라서였고, 밑에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조수일지라도 능연이 설 기회가 있으니 곽종군은 강 주임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곽 주임님이 이미 수술을 시작하셨습니다.”
순회 간호사가 전화기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이자 짐작한 대로 미친 듯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순회 간호사는 그렇게 하면 책임감이 줄어들기라도 하는 듯, 조심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좌측 앞 바깥쪽에서 진입합니다.”
영어로 말한 포크너가 능연을 힐끔 바라보며 알아들을 수 있는지 물었다.
간담췌외과에 익숙한 중국 의사가 심장외과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듣는 건 문제 없습니다.”
포크너 맞은편에 선 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군. 수술 과정을 모두 통역에게 의지할 수는 없으니까. 정확도 문제도 있고.”
해명하듯이 말하는 포크너의 말을 곁에 있던 통역이 그대로 통역했다.
“능연, 확실히 알아듣겠나?”
능연보다 더 집중해서 듣던 곽종군이 한 번 더 확인했다.
“확실합니다.”
능연이 매우 단호하게 대답했다. 스태미너 포션을 많이 얻은 능연은 병상이 없을 때 가끔 출장 수술 나가는 것 외에 모두 케이스를 연구하고 논문 읽고 단어 외우는 데 썼었다. 그러니 심장외과에 필요한 단어는 진작에 모두 외웠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반인보다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이 남아도는 셈인데, 수술하거나 공부하는 데 쓰지 않고 어디다 쓴단 말인가.
능연의 확실한 대답에 곽종군은 안심했다. 그가 알기로는 능연은 아닌데 그런 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능연은 거짓말로 관심과 주목을 끌 필요가 없었다. 누구든 그를 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주고 주목하니 말이다.
“시저.”
포크너의 수술 스타일은 대범해서 순식간에 환자의 흉골을 열었다.
능연은 흠칫했지만, 딱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의사마다 사고방식과 일 처리 방식이 다른 것처럼, 노출에 대한 사고방식이 다른 것도 당연했다.
흉골을 열고 나니 흉강은 더 쉽게 노출됐고, 이어진 수술 스텝도 안전하게 진행됐다.
수술 후 예후 문제도 일단 환자를 살려놓고 볼 일이었다.
능연 역시 노출을 신경 쓰는 사람이지만, 오늘 환자는 단순한 심장 외상이고 위치도 나쁘지 않아서 능연이 마스터급 심장 외상 보건술로 진행했다면 흉골을 열지 않고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이 수술의 결과를 따지자면 흉골을 자르든 말든은 중요하지 않았다.
“보충할 혈액 주의하세요.”
능연은 포크너의 스텝을 따라가면서 금세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고, 일단 마취의에게 코치했다.
구석에 있던 통역이 그의 말을 바로 영어로 통역했다.
포크너도 능연을 힐끔 보고는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이 하는 위&간 수술을 본 사람은 그게 누구든 능연의 실력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포크너는 더욱 속도를 올렸다.
심장 수술은 원래 시간을 다투는 수술이라 빨리하면 할수록 환자의 회복도 빠르다.
능연이 협조하니 포크너도 당연히 순조롭게 진행했다.
포크너는 살짝 의아했다. 자주 외국 의사를 만나서, 다른 나라 의사마다 다른 습관이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긴 한데.
능연이 이렇게까지 협조하는 것, 심지어 자기 앞에서 협조하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나 왔네.”
운화병원 심장외과 강 주임이 헐레벌떡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수술실에 들어왔다. 그의 얼굴엔 신경 써서 준비한 미소가 가득했다.
“곽 주임, 고생했네.”“고생은 뭘. 그냥 수술인데.”
곽종군도 친절하게 미소로 화답했다.
그제야 수술대로 다가가 열린 흉강에 풍선 같은 허약한 심장을 본 강 주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의 머릿속에 하원정과 간담췌외과의 상황이 퓽~ 하고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