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06화 (685/877)

“능 선생님!”

“능 선생니임~.”

수술실 안의 신사 숙녀들은 능연을 보자 하나같이 열심히 인사했다.

능연은 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환자는 어떤지 물었다.

“자상 환자. 대량 출혈에 펄퍼테이션(Palpitations: 가슴 떨림), 베크 3징후 (정맥압 상승. 동맥압 저하. 심음 쇠약) 모두 있어.”

여원이 빠르게 상황을 보고했다. 능 팀에서 배움이 가장 빠른 팀원이니, 다른 의사들이 아직 간담췌 외과에 머물러 있는 동안 여원은 이미 심장외과 관련 공부를 시작했었다.

능연은 보고를 들으면서 수술 전 준비를 했다. 심장 외상 보건술은 그렇게 어려운 수술이 아니고 살 수 있는지 아닌지는 얼마나 빨리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그것도 병원과 의사의 성공률 자체가 높아야만 병원으로 들어오는 심장 외상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지금 이 환자는 매우 긴급한 상태였다. 베크 3징후는 급성 심낭 압전의 주요 증상이며 임상에서 이런 환자를 만나면 기본적으로 다른 검사가 필요 없다.

정확히는, 다른 검사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검사하는 데 쓰는 시간만큼 환자의 생명이 초읽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픈.”

능연은 쓸데없는 말 하나 없이 바로 절개를 선택했고 조수들은 당연히 잔말 없이 걱정을 누르고 능연과 협력했다.

간 절제 혹은 수부외과 수술과 비교하면 능연은 아직 심장외과 쪽에 이름을 알리지 않았고, 휘황찬란한 전적이 없으니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전기메스로 흉골 정중앙에 연 조직을 잘라냈다.

“갑상선 훅.”

“포셉.”

“스터넘 쏘(Sternum saw. 흉골 톱), 테스트.”

능연은 기구를 20초 만에 다른 기구로 바꿨고, 곁에 있는 수술과 간호사도 빈틈없이 협조했다. 자주 수술에 참여하는 선임 간호사에게 표준적인 개흉 플로우는 어려울 것이 없었다.

왕가는 몸을 낮춘 채 수술과 간호사의 조수를 했다. 간 절제라면 눈을 감고도 주요 기구를 건네겠지만, 심장 수술은 새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가슴뼈 절단용 전기톱이 정상인지 테스트를 마친 능연은 커다란 총을 들 듯이 한 손으로 톱을 들고 환자의 호흡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참관실에 곽종군도 숨을 죽였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수술은 그로서도 너무나 긴장되는 수술이었다. 아무래도 심장 수술이라 실수해도 만회할 수 있는 다른 장기와 살리 심장은 구원할 기회조차 없다.

강 주임을 뒤돌아본 곽종군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올렸다.

“음, 강 주임. 이제 보니 몸 관리 참 잘했구만. 무슨 비법이라도 있나?”

“올해 갓 쉰이라서요.”

강 주임의 얼굴이 도살되길 기다리는 돼지처럼 시커멓고 붉었다.

강 주임이 그렇게 나오든지 말든지 곽종군은 여전히 부처처럼 웃었다.

“우리 병원에 처음 왔을 때 젊고 유능한 의사라고 했었는데 말이야. 아직도 기억난다고. 휴우, 어느새 자네도 쉰이구만.”

강 주임은 친한 척하는 곽종군이 못마땅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로서는 곽종군의 친절은 돼지를 잡기 전에 배불리 먹여서 무게를 늘리는 것과 같았다. 딱히 돼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기쁘기는 했다.

젊고 유능한, 이라는 타이틀은 확실히 한때 강 주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심장 수술을 하는 의사인 만큼 20년 전에는 아직 심흉외과 일원이던 강 주임이 심장 수술을 집도했을 때 수많은 이를 놀라게 했었다. 그 시절에 체외 순환 방식이던 심장 수술은 어떤 수술이든 온 병원의 인력을 동원하는 큰 수술이었고, 전문 ICU도 없는 환경이라 수술과 수간호사는 특별히 간호사 팀을 꾸려서 강 주임의 환자를 특별 관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강 주임이 제대로 진료과를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심장외과를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쯤 심장외과 센터를 설립하고 곽종군처럼 호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나저러나, 열정을 불태웠던 그 시절을 회상하니 강 주임의 가슴도 자연스럽게 불타올랐고, 곽종군을 보는 표정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능연의 수술에 문제가 생길 때 곽종군의 태도가 여전히 이렇게 좋으면 나가서 돕지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음, 그때는 뭘 달라고 해야 하지? 컬러 초음파 기계는 과한가?

그런 생각을 하는 강 주임의 얼굴에도 조금씩 미소가 피어났다.

그 모습을 본 곽종군은 본인의 밑밥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는 탁 하고 허벅지를 내리쳤다.

“참, 며칠 전에 집에서 요거트 보냈던데. 요거트가 위에 좋다지 않나. 맛도 좋더라고. 거기 누구, 내 냉장고에 가서 좀 가져오게.”

문 쪽에 가장 가깝게 있던 레지던트가 화들짝 놀라면서 순간 새 이름을 얻은 것처럼 흥분해서 참관실에서 달려 나갔다.

“아직 차갑습니다.”

레지던트가 헐떡대며 요거트를 가지고 돌아와서 강 주임과 곽종군에게 건네며 살살거렸다.

“섞어서 먹는 게 더 맛있어.”

요거트를 받은 곽종군이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거기 누구, 냉장고에 견과 있지? 가서 그것도 좀 가지고 오게.”

“예!”

이번엔 문 옆에 있던 다른 레지던트가 ‘거기 누구’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잠시만 기다리자고.”

곽종군은 싱긋 웃어 보이고는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차가운 요거트를 손에 든 강 주임은 벌써 곽종군의 열렬한 태도를 느꼈고, 온화해진 표정으로 능연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벌써 흉골을 열었구만. 단면 지혈 같은 것도 잘하고 있고. 역시 간 수술을 자주하는 의사답네. 절개구 위치도 좋고. 다만 흉골각에서 겸상돌기까지가 조금 크군.”

“절개구가 너무 크다는 얘긴가?”

곽종군은 강 주임 기분 좋아지라고 빤히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고, 강 주임은 역시나 떡밥을 물었다.

“네. 지금 능 선생처럼 하는 건 교과서식 절개구죠. 안을 잘 볼 수 있도록 노출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요즘은 저렇게 안 합니다. 환자도 생활이 있잖습니다. 나중에 보기 흉하니까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미관 문제로 조금 짧게 자릅니다.”

“음, 시야는 조금 안 좋아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그게 더 장점이 있겠구만.”

곽종군이 듣기 좋은 말 한마디를 더 보탰다.

“네네네, 맞습니다. 바로 그런 뜻이지요.”

곽종군의 호응에 기분 좋아진 강 주임은 다시 그의 얼굴을 보니 그렇게 얄밉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작은 진료과 과 주임인 강 주임은 곽종군같은 대형 진료과 주임의 진정성 있는 대우를 못 받은 지 오래였다.

강 주임은 요거트를 들어 올려 킁킁댔고, 웃느라 눈이 다 사라질 정도였다.

“수혈 주의해주세요.”

능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참관실에서 내려다봐도 의사와 간호사들의 신경이 날카로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의사 수술실이었다면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는 다들 입을 다물고 침묵 속에서 수술하거나 아니면 집도의에게 욕을 먹으면서 신경을 분산시키곤 한다.

그러나 능연의 수술실에서 능연을 훔쳐보는 사람 하나 없을 때가 가장 신경이 곤두선 상태라는 뜻이었다.

능연의 손가락이 환자의 심장 상처 쪽을 살며시 눌렀다. 철철 흐르던 피가 바로 줄어들고 속도도 느려졌다.

“실.”

능연은 손을 뻗었다가 거둬들이자마자 순조롭게 심장을 찔렀다.

한 땀, 또 한 땀.

“음. 다 됐습니다.”

능연은 두 바늘 만에 그리 크지 않던 심장 상처 부분을 봉합했다.

심장 외상 보건술은 보통 이런 작은 찢어진 상처다. 상처가 너무 큰 환자는 살아서 병원까지 올 확률이 거의 없다.

수술실과 참관실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2대째 ‘거기 누구’가 견과를 아예 바구니째 들고 참관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곽종군은 마무리되어 가는 아래 상황을 힐끔 보고 바구니도 한번 보고는 아까운 듯 호두 반의반 알을 집어서 강 주임이 들고 있는 요거트 안에 넣었다.

“들게.”

“훌륭하군. 정말로 잘 한 거 맞지?”

곽종군은 강 주임을 빤히 보며 모르는 척 물었다.

숟가락으로 요거트를 떠먹던 강 주임은 평온한 표정으로 곽종군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입가를 닦았다.

“음, 확실히 잘했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곽종군이 진지하게 묻자 듣기에는 말꼬리 잡는 것도 같다?

곽주임의 말꼬리 잡기에 놀란 강 주임은 다시 요거트를 몇 입 먹고는 정신을 차리고 할 수 없이 호응했다.

“맨손 지혈을 매우 잘했고요, 수처 기술이 절묘하고요, 노출도 충분히 잘했습니다.”

강 주임은 아무렇게나 대답해놓고 본인이 철렁했다. 가볍게 한 말이긴 하지만, 없는 말은 아니었다.

능연의 맨손 지혈은 원래 유명하고, 특히 북경에서 온 빙지상 교수 일행 앞에서 쓴 후로 수술실에서 전설 같은 존재가 되었다. 환자 지혈이 안 되는 때엔 종종 능연을 부르곤 했다. 강 주임이 환자 자체가 적었고, 출혈 문제가 생기면 바로 사망하는 일이 많아서 능연을 불러 본 적은 없지만, 능연의 맨손 지혈의 명성만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 외에도 능연의 봉합과 노출 역시 기억에 톡톡히 남았다. 본인처럼 2, 30년 동안 수술했다면 그런 실력이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능연도 거기까지 해낸다니,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로 믿기지 않을 일이었다.

심장 외상 보건술은 심장외과에서 가장 간단한 수술이지만, 사실 보급품은 아니었다. 일반외과 작은 수술은 마을 위생병원에서도 가능하지만, 심장외과 수술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능연은 운화병원에 있는 몇 년 동안 심장외과에 발을 들인 적도 없단 말이다.

“강 주임, 참 성실한 사람이지. 자, 땅콩 한 줌 넣게.”

곽종군은 다시 바구니에서 땅콩을 꺼내 강 주임의 요거트에 넣어주었다.

“능연 같은 의사는 하늘에서 밥벌이 챙겨준 거나 마찬가지지. 심장외과 수술도 하다니, 나도 정말 놀랐다니까?”

“하하하.”

웃는 것 말고 할 말이 없다는 듯한 강 주임의 태도에 원래 말을 시킬 생각이 없던 곽종군이 말을 이었다.

“심장 외상은 말이야 엄밀하게 따지면 사실 응급 수술이지. 우리 응급센터에 이런 수술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강 주임이 눈썹을 치켜떴다.

듣자 듣자 하니 정말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심장 외상은 응급 수술은 맞지만, 응급센터 수술이라니. 아예 원장이 되시지요?

“강 주임 자네 생각은 어떤가?”

주절주절 늘어놓던 곽종군이 드디어 말을 멈추고는 손에 든 잣을 까면서 물었다.

강 주임은 그 작디작은 잣알이 곽종군의 크고 거친 손 안에서 유린되는 걸 보며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곽 주임님 말씀도 옳습니다. 하지만······.”

“심장 외상 수술이 사실 많지도 않지. 강 주임 시간 있으면 와서 지도도 좀 해주고 그러게.”

곽종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잣을 강 주임의 요거트에 집어넣었다.

강 주임은 요거트 안의 잣을 바라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곽 주임 말은, 먹을 거 있는 게 어디냐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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