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 진료소.
집으로 돌아온 능연은 신나게 잠을 자고 다음 날 8시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세수했다.
스태미너 포션이 있어서 졸리진 않았지만, 수면 자체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특히 자기 침대에서 잠을 잘 때는.
“아들, 일어났니?”
능연이 내려온 걸 본 능결죽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놓여 온몸에 힘을 풀었고 빵빵하던 배도 말랑말랑해졌다.
“네, 일어났어요.”
“죽 끓여놨다. 전병도 만들고 우유도 데워놨어. 어제 산 당나귀 고기랑 채소도 새로 볶아 놓았고. 과일도 있고.”
능결죽이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을 소개하자 능연이 놀란 듯 바라봤다.
“무슨 일이에요?”
“아빠가 네 걱정하더라.”
도평이 웃으면서 능결죽을 힐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네가 끓여놓은 죽이 있을 줄 알았는데 주방이 서늘하다고 또 걱정하고.”
“연이가 평소에는 일찍 일어나니까 그렇죠.”
능결죽이 머쓱한 듯 헛기침하고는 능연을 바라봤다.
“요즘 병원에서 힘드냐? 너무 힘들면 며칠 휴가 내지 그래. 지금 팀장이라며, 휴가 조정은 할 수 있잖아.”
“그건 아니고 그냥 늦잠 좀 자고 싶었어요.”
능연은 식탁에 앉아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폭풍 흡입했다.
“그랬구만. 그럼 푹 자야지. 늦잠 자면 기분이 좋긴 하지.”
능결죽이 싱글벙글 능연 앞에 마주 앉았다. 도평도 아들을 며칠 못 봤다는 생각에 찻잔을 들고 옆에 앉아서 열심히 먹는 능연을 보며 마음을 놓았다.
도평의 표정을 본 능결죽도 따라 웃었다.
“지금 생각하니 아들이 진료소에서 일하는 게 나을 거 같죠? 진료소는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일도 편하고. 얼굴 보고 싶으면 언제든 보고. 보기 싫을 땐 출장 가라고 걷어차면 되잖아.”
“무슨 소리예요. 미래 생각하면 당연히 병원에 있어야지.”
도평이 마음에도 없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마누라가 기쁜 게 중요하지, 아들 미래 따위가 뭐라고.”
“헛소리 말아요.”
도평은 남편을 흘겨봤지만,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잘 먹었습니다.”
능연이 그릇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먹어! 남기면 아깝잖아. 아, 점심은 뭐 먹을래?”
“아무거나요.”
뒤에서 고함치는 능결죽의 말에 능연은 배를 두드리면서 대답하곤 정원으로 나와 선베드에 누웠다.
“응? 정말로 집에서 점심 먹게?”
“네.”
그 모습에 잠시 멈칫하다가 묻는 능결죽의 물음에 능연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병원에 안 가?”
“오늘 쉬려고요.”
“병원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아니야.”
“그럼 오늘은 무슨 일로?”
“후우, 침대가 다 찼어.”
능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지금 그의 병상은 다 채우기 어려울 만큼 많았다. 어찌 됐든 그의 환자는 예후가 모두 평균 이상으로 좋았고, 장기 입원 정책을 채택한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입원 시간이 길지 않았다. 수술 전 준비 시간 역시 짧아서 정형외과 수술이 아닌 이상 능 팀 병상 회전율은 점점 평균치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요 며칠 연문빈이 특훈을 시작한 이래 능 팀 침대가 다시 빡빡해져서 침대를 추가해도 버틸 수 없게 됐다.
연문빈의 탕 법 자체가 회복기가 길기 때문이었다, 다른 병원이라면 환자를 돌려보내 집에서 요양하도록 하겠지만, 능연은 장기 입원 규칙을 고수했다.
그것도 어쩔 수가 없었다. 전에 능 팀 수술은 주로 능연이 집도하고 장안민과 연문빈은 가끔씩 집도해서 일주일 수술량이라고 해봐야 둘 다 더해서 10건 정도였다.
하지만 연문빈과 장안민도 성장했고, 그에 따라 집도하는 수술량도 늘었다. 매주 평균 20건, 그러니까 운화병원 다른 의사들의 평균 수준이고 한 치료 팀에서 외과의에게 꾸준히 주어야 할 수술량이었다.
그러니 능 팀 발전 속도가 병상 수를 훌쩍 넘은 셈이었다.
이건 국내 병원과 의사가 모두 겪는 상황이었고, 능연이라고 해도 끊임없이 병상을 늘릴 수는 없었다.
물론 응급센터 전용 ICU가 생기면 병상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겠지만.
병원 생태를 잘 아는 능결죽은 능연의 말을 듣고 마음을 놓으며 껄껄 웃었다.
“그럼 푹 쉬면 되겠네. 점심때 바삭 오겹살 먹자. 몸보신해야지.”
“네.”
능연은 당연히 밥투정을 하지 않았고, 핸드폰을 꺼내 왕자 영광을 클릭했다.
능결죽도 더는 방해하지 않고 돌아서서 옷 갈아입고 시장에 갔다.
그리고는 커다란 오겹살을 들고 돌아와서 핏물을 빼고 살짝 끓이다가 칼집을 낸 다음 가위로 쿡쿡쿡 찔렀다.
그리고 난 다음에야 미리 만들어둔 양념장을 고기에 바르고 위에 얇게 베이킹소다를 뿌렸다.
바삭 삼겹살의 비결은 바로 베이킹소다였다.
“오늘 고기 맛있겠네.”
바쁘게 점심 준비를 마친 능결죽은 주방에서 나와 우선 자화자찬부터 하고는 능연이 느긋하게 핸드폰 게임 하는 걸 바라봤다. 그러다가 문득 언짢은 듯 툴툴댔다.
“병원에 침대가 없으면 집에서 수술하면 되지. 우리 진료소도 확장한 다음 표준 수술실 있잖아. 설비만 놓으면 웬만한 수술 다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묘 선생이 성형수술만 하니까 아깝다고.”
잠시 능연이 손을 멈추자 액정이 꺼졌고 능연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나 요즘 간 수술해서 진료소에서는 못 한다고요.”
“간 수술밖에 못 하는 것도 아니잖니. 가능한 수술을 진료소에서 해도 문제없을 거다. 병상 확장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능결죽의 말에 능연은 귀가 솔깃했다.
정형외과 관련 수술은 회복기가 길기 때문에, 큰 병원에서 점점 단지 이식 같은 수술을 꺼리는 것엔 그런 이유도 있었다. 의사의 에너지는 소모하고 눈은 빠져라 아프고, 긴 회복기 때문에 병상 회전율은 낮아지고. 게다가 단지 이식 같은 수술은 수술비도 얼마 하지 않아서 대형 병원은 점점 꺼렸다.
상대적으로 작은 병원에서 수부외과 수술을 하는 게 오히려 추세가 되긴 했다.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포함해서 하급 병원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진료소에서 수술할 거면 간호사랑 마취의도 있어야 해요.”
능연이 아버지를 바라봤다.
“니네 병원 간호사랑 마취의 부르면 되지.”
“아, 그래도 되겠네.”
능결죽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하는 말에 능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료소 수술 할 생각 있는 사람 있는지부터 알아볼게요.”
“그래, 나중에 해도 돼.”
능결죽은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아들이 누워 있는 걸 보는 게 이상해서 그랬지, 진료소를 넓히는 일엔 큰 욕심이 없었다.
하지만 정원 한쪽에 앉아 있던 묘 선생은 귀가 솔깃하고 마음이 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