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13화 (692/877)

“오늘은 내측 작은 절개구로 합니다.”

능연은 묘탄생과 환자 보호자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오늘의 기본 수술 방향을 정했다.

환자는 운동선수가 아니고 심한 운동에 대한 부담이 없는 데다가 외모에 신경 쓰기 시작할 나이라서 큰 절개구 아킬레스건 수술로 완벽한 아킬레스건으로 돌려놓는다고 해도 환자가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능연은 수술 준비할 때부터 작은 절개구 쪽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수술 목표는 아무래도 아킬레스건 강도가 중요하니, 그 부분에서 크게 타협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에 아킬레스건 수술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능연은 지금 실력도 훨씬 노련해져서 여지가 매우 많았다.

능연을 따라 아킬레스건 수술을 백 번 넘게 한 마연린은 능연의 지시를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해서 더욱 집중했다.

묘탄생은 당연히 아무것도 모른 채 능연이 피부를 절개하고 심층 박리하는 걸 보면서도 어떻게 훅을 잡으면 더욱 경험이 풍부해 보일까 궁리했다.

“묘 선생님, Blood clot(혈관 응고로 남은 덩어리) 처리하세요.”

능연은 고개도 들지 않고 혈관을 봉합했고, 마연린은 그의 곁에서 실을 잡았다.

묘탄생은 멈칫하다가 갑자기 흥분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Blood clot 처리!”

비록 작은 일에 불과하지만, 한참 동안 수술대를 떠나 있던 묘탄생은 이제 막 의대를 졸업한 실습생 시절처럼 흥분이 밀려들었다.

“혈관 건드리지 말고요.”

능연은 한마디 코치하고 다시 혈관 봉합에 집중했다.

측-능 아킬레스건 보건술의 핵심은 원활한 혈액 운행이었다. 그리고 혈액을 원활하게 운행하려면 최대한 혈관을 살려내야 했다. 어떤 의미로는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단지 이식 수술처럼 한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런 수술 방식으로 수술하라고 하면 능연처럼 수술실을 좋아하고 돈을 신경 쓰지 않은 의사나 아랑곳하지 않지, 다른 외과의는 대다수 부담을 느낄 것이다.

물론 능연도 자주 하지는 않았다. 의사는 본인의 기술을 가장 적합한 곳에 쓰길 바라기 마련이고, 아킬레스건 보건술보다야 간 절제 수술에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묘탄생은 지금 효과를 따질 때가 아니니, 온 정신을 집중해서 수술에 몰입했다.

하지만 묘탄생은 곧 아무리 온 정신을 집중해도 능연의 수술을 따라잡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응고된 피를 처리하는 건 쉽고 혈관을 건드리지 않는 것도 조금 신경 쓰면 그만이었지만, 작은 절개구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그 밖에도 능연의 속도에도 묘탄생은 자극을 받았다.

본인이 능연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건 알지만, 수술 속도가 너무 느리면 능연의 속도를 발목 잡아서 전체 수술 진도에 영향을 주리라는 걸 잘 알았다.

외과 의사가 어째서 초짜를 데리고 수술하는 걸 싫어하느냐 하면, 초짜가 실수할까 걱정되는 것 말고도 속도 역시 중요한 포인트였다.

병원에서 수술팀의 속도는 보너스와 직결된 문제이니, 상황이 허락된다면 혹을 달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묘탄생도 능연의 혹이 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능연은 아마도 진료소에서 하는 수술을 줄일 것이다. 어쨌든 학교가 아닌 병원에서 능연이 그를 가르칠 의무도 없었다.

능연을 몰래 힐끔 본 묘탄생은 바로 고개를 숙이고 정신을 차리고는 열심히 손을 놀렸다.

기초는 있으니 완전히 몰입해서 120%를 발휘하니 어떻게든 능연이 내린 임무를 해결할 수 있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서 그렇지.

하지만 능연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수술 압박을 견딜 수 있는 중년이라고 생각하며 마연린의 작업량 80% 정도 되는 작업을 그에게 맡겼고, 묘탄생은 여전히 버텨냈다.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마연린은 아킬레스건 수술을 2년 동안 했던 의사고, 묘탄생은 병원을 그만둔 지 오래된 의사였다.

능연은 잠시 그렇게 생각하고는 더는 묘탄생의 작업량을 늘리지는 않고 계속 본인 수술을 했다.

응고된 혈액을 처리하는 작업이 후반으로 갈수록 묘탄생은 에너지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속도가 느려졌을 뿐만 아니라 실수도 늘었고 깨끗하게 처리하지도 못했다.

어찌 됐든, 묘탄생의 활용도가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고 능연은 판단했다.

“근건 봉합사.”

수술이 중요한 부분에 이르자 능연도 더는 묘탄생을 신경 쓰지 않았다.

스크럽 간호사를 맡은 연자가 살며시, 살며시 근건 봉합사를 능연 손에 올려놓았다. 손이 갑자기 무거워지자 능연은 고개를 잠시를 들었다가 다시 수술을 계속했다.

연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훅맨으로 돌아간 묘탄생은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병원 일들이 떠올랐다.

병원에서 처음으로 만난 예쁜 여의사, 처음으로 하는 수술에서 만난 예쁜 간호사, 처음 하는 회진에서 만난 예쁜 보호자······.

“오늘 수술 순조로운 편이지?”

부담이 줄어든 묘탄생은 무의식중에 대화를 시작했다.

능연의 습관에 익숙한 마연린은 본인이 대화 상대를 자처했다. 사실 그도 이제 겨우 수월해져서 수다를 떨고 싶은 타이밍이었다.

“능 선생 진도로 따지면, 오늘 수술은 평균 정도? 장소가 바뀐 탓도 있겠죠.”

“그야 그렇지. 에휴, 요즘 같은 세상에 2, 3시간 써서 이런 작은 수술하려고 하는 서전도 없을 거야.”

묘탄생이 아닌 척 칭찬을 하자 마연린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요. 보통 아킬레스건 수술을 이런 식으로 하진 않죠.”

“어떻게 생각하면 이것도 차별화 전략인데?”

묘탄생이 허허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병원이랑 의사한테도 연락했어. 앞으로 환자가 없진 않을 거야. 초반만 해도 한 주에 세 명 이상?”

오늘 홍 선생과 대화를 나눈 다음 묘탄생의 자신감이 더욱 올라갔다. 적당한 환자만 나타나면 본인도 기회가 많아지리라 믿었다.

“그거 좋네요. 일주일에 세 번이면 여기 침대도 돌아가고요.”

마연린도 덩달아 적극적이 되었다. 그의 목적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고, 운화병원에서도 주로 외국 환자나 운동선수 타깃으로 매주 서너건 아킬레스건 수술을 하는데 하구 진료소에서 세 건 정도 추가할 수 있으면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뿌듯해진 묘탄생이 신이 나서 대답했다.

“세 개는 기본이고. 처음이니까 차근차근하는 거지. 나중에 옛 친구들 찾아봐야지. 물론, 모두 능 선생 이름값 덕분이지. 능 선생이 집도한다니까 환자를 보내는 거니까.”

마연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발 넓은 묘 선생님’하고 칭찬하자 그런 아부가 오랜만인 묘탄생이 큰 소리로 웃어댔다. 수술실 분위기가 순간 더할 나위 없이 화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킬레스건 봉합을 마친 능연은 나머지 일을 마연린에게 넘기고 샤워하러 나갔다.

자기 진료소에서 수술하는 장점이 이럴 때 완벽하게 발휘되었다. 능연은 이번엔 정말로 온몸의 옷을 다 갈아입었다.

능연이 수술실에서 나간 다음, 묘탄생과 마연린은 더욱 주거니 받거니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모든 수술이 끝나고 다들 수술실에서 나갔을 때, 금노루 컴퍼니 구급차가 다시 정원으로 들어왔다.

“차를 왜 여기다 댔어.”

“뒤쪽은 다 주차가 됐더라고요.”

묘탄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그와 잘 아는 구급차 기사가 본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내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차가 있다는 말이야?”

“다 환자예요.”

오늘 기분이 괜찮은 연자가 육중한 두 다리를 놀리며 뛰어와 설명했다.

“창서제약에서 어디서 아킬레스건 환자를 수소문했는지, 한 사람 보냈어요. 팔채향 병원에서도 하나 보냈고. 두 환자가 도착한 시간이 비슷해서 기다리라고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 아부쟁이들.”

묘탄생은 속이 쓰릴 정도로 부러워졌다.

“능 선생, 잣 좀 먹어.”

묘탄생은 정원에서 능연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냉큼 달려와 잣을 내밀며 미소 지었다.

“내가 포셉으로 깐 거야.”

“오, 테크닉 좋으신데요.”

접시 가득한 영롱한 잣을 보며 능연은 저도 모르게 한마디 평가했다.

묘탄생은 대단한 포상이라도 얻은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두꺼운 눈꺼풀이 건장한 남자 근육처럼 꿈틀거렸다.

“좋아해주니까 좋네.”

“감사합니다. 환자 더 있어요?”

접시를 받아든 능연은 냄새 한 번 맡고는 한 움큼 움켜잡고는 에너지 보충을 하며 물었다.

그러자 기회를 잡은 마연린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환자 둘 더 있어. 창서제약에서 보낸 진구성 아킬레스건 파열 환자 하나. 또 하나는 팔채향 분원 항학명이 보낸 거. 새로운 아킬레스건 파열 환자. 마침 아킬레스건 환자가 생겼다면서.”

마연린은 부러워하면서 내용을 읊었다.

능연이 아킬레스건 보건술을 할 수 있을 때 마침 새로운 아킬레스건 파열 환자가 도착하다니, 타이밍과 운이 절묘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능연은 당연히 몹시 흡족해졌다.

외과 수술은 문제 풀이 같아서 한동안 어떤 유형의 문제만 몰아서 풀면 이런저런 유형을 여러 가지 푸는 것보다 분명히 수월하다. 그리고 느낌적으로도 훨씬 좋고.

따지고 보면 인간은 어쨌든 성취감이 필요하고, 수술이 점점 순조롭고 성취감이 끊임 없이 쌓이면 더 잘 버틸 수 있게 된다.

오늘 아킬레스건 수술을 한 건 한 능연이 한 건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에, 환자가 없으면 모를까 마침 환자가 생겼으니 당연히 망설이지 않고 수술 준비를 했다.

마연린, 묘탄생과 연자도 사실 비슷한 상태라 다들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소가복만 조금 피로함을 느꼈지만, 어쩔 건지 묻는 능연의 눈빛 앞에 뛰어오를 듯한 기세로 ‘나는 문제 없어!’를 외쳤다.

“능 선생 걱정할 거 없어. 나도 오케이.”

“그럼 빨리 수술 두 건 끝내고 같이 저녁 먹죠.”

능연은 그 말을 할 때 묘하게 기분이 편안했다.

집안 진료소에서 수술하는 건 과연 자유로웠다.

팔채향 병원에서 보낸 환자는 X-ray 검사만 하고 바로 보내왔지만, 큰 영향은 없었다.

그리고 창서제약에서 보낸 환자는 진구성 아킬레스건 환자여서 사전에 MRI도 찍었다. 또렷한 고화질 영상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더욱 좋았다.

“역시 제약회사가 보낸 선물은 다르네.”

능연 앞에서 공손하게 서 있는 제약회사 직원을 보며 묘탄생이 감탄했다.

진료소에도 제약회사 직원이 방문하지만 주로 수액이나 백신을 팔러 오는 것이라 선물도 찻잎 정도만 되어도 훌륭한 편이다. 환자를 보낼 뿐만 아니라 꼼꼼히 신경 쓰는 창서제약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이건 돈으로 환산할 문제가 아니라 역시 성의 문제였다.

이제 돈이 그렇게 부족하지 않은 묘탄생은 이제 대형 병원 의사들이 받는 이런 성의가 더욱 부러웠다.

“능 선생, 이번에는 나도 제대로 할게.”

능연 앞에선 묘탄생이 열심히 본인의 적극성을 어필했다.

마연린은 능연의 오랜 수하인 데다 자기보다 20살이나 어린데, 그와 자리 다툼할 뻔뻔함은 없었다. 그러니 열심히 능연에게 알랑거리는 게 나았다.

능연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조수가 적극적인 건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 축-능 아킬레스건 보건술 같은 수술은 고된 작업이라 부담을 분담한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수술 열심히들 하고 밤에 갈비탕 먹자고요.”

퉁퉁한 팔을 흔드는 능결죽의 모습이 맥도날드 할아버지처럼 다정했다.

“좋습니다.”

연자는 능결죽의 말에 대답하고 퉁퉁퉁퉁 수술실로 달려갔다.

능결죽은 갑자기 ‘갈비탕’을 쏘는 게 너무 과한 게 아니었나 생각하며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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