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장용은 능가 작은 진료소에서 물 만난 고기 같은 느낌을 받았다.
피 공포증이 심한 건 아니라서 내과 의사는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활 의사가 되는 게 더 편안했다. 게다가 재활에 재능이 있는 것도 같았다.
전에 병원에 있을 때, 주치의와 선임 레지던트들과 함께 재활을 도울 때 힘들고, 관심도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었다. 진료과에서 관심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병원 환자와 보호자 눈에도 젊은 왕장용이 무슨 특기가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당당한 재활 의사로 하구 진료소에 나타났을 때, 골목 사람들은 왕장용을 매우 특별 대우했다.
“아이고, 내 어깨······.”
“만날 쑤시는 이 다리······.”
“무릎 좀 어떻게 해봐.”
하구 진료소는 원래부터 골목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진짜 재활 의사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굴었다. 자문을 구하러 오는 사람, 재활을 받으러 오는 사람, 구경 오는 사람도 다 있었다.
능결죽은 아예 동한생이 쓰던 팻말을 꺼내서 ‘25위안에 한 번’이라고 고쳐 적었다.
왕장용은 바쁘게 움직이는 능연을 보면서 특별히 그를 위해 준비해준 방에 있기가 조금 미안해졌다.
“아버님, 이렇게까지 정식으로 할 필요 있을까요? 그냥 골목 분들 가볍게 해드리는 건데 돈 받아도 되나요?”
“돈 안 받으면 뭐 받게? 넌 하구 주민도 아니잖니. 아니, 하구 사람이면 공짜로 일하나? 그럼 이 골목에 누가 살겠어. 나는 요즘 양 씨네 칼국수 먹으러 가도 돈 내는데? 내 아들이 봉합해줬다고 돈도 안 주고 꽁밥 먹을 순 없잖아.”
능결죽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재활이나 잘해. 여기서 나오는 25위안은 다 네 몫이니까.”
“그렇다고 다 재활할 환자도 아닌걸요.”
“본인이 해달라는데 뭘. 해서 나쁠 거 있어?”
잠시 생각하던 왕장용이 고개를 흔들었다.
“나쁠 거야 분명히 없죠. 원래 환자 신체 조건 따라서 하는 거니까요.”
“그럼 됐지. 수액에 포도당 추가하는 거랑 같은 거야. 포도당 안 넣어주면 오히려 제대로 안 해준다고 생각한다? 넣으면 수다도 더 오래 떨 수 있고. 안 그래?”
능결죽이 씨익 웃어 보였다.
“왕 선생, 우리 진료소 작다고 무시하지 마. 하루에 재활 20건 하면 500위안 아니야. 그냥 용돈 벌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능결죽이 습관적으로 초짜 의사 왕장용을 회유했다.
진료소를 하려면 이런저런 의사가 필요했다. 특히 영업을 많이 하려는 진료소는 당연히 의사가 많이 필요했다.
계산에 눈이 번뜩 뜨인 왕장용은 곧 의아한 듯 물었다.
“하루에 20명이나 있을까요?”
“그건 해봐야 알지. 우리 하구 진료소 추나, 꽤 유명하거든.”
능결죽이 뿌듯한 듯 말했다.
“능연이랑 동한생, 자주 여기에 팻말 걸고 개장했어. 다들 이런 쪽에는 돈 안 아까워해.”
“그, 그럼······. 저랑 진료소랑 5:5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됐어. 다 네 몫이야. 골목 사람들이 와주기만 해도 나는 기쁘지.”
능결죽이 대범하게 손을 내저었다. 하구 진료소로서는 정말 사람이 많이 오는 게 더 중요했다.
사람만 있으면 돈 벌 구멍은 수두룩했다.
반대로 사람들이 모두 상구 진료소나 운화병원으로 간다면, 하구 진료소는 머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한다.
왕장용은 반신반의하며 방 안 작은 의자에 앉았다. 작은 구멍으로 문 앞에 네온사인 간판이 보였고, 위에 ‘25위안’이라고 똑똑하게 쓰여 있었다.
“25위안에 한 번입니다. 앞으로 왕 선생이 우리 하구 진료소에서 진료를 볼 겁니다.”
능결죽은 손쉽게 왕장용을 페이닥터로 앉혔다. 어차피 기본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왕장용이 원하기만 한다면 의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하구 진료소는 땡큐였다.
잠시 후, 아주머니 하나가 방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병원에서 외래 자격이 없는 왕장용은 안으로 들어오는 환자를 보자 흥분 상태에 빠졌다.
“어깨가 굳어서.”
“우선 한 번 봐 드릴게요.”
왕장용은 앞으로 가서 꾹꾹 눌러보고는 저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엄청 굳어 있네요. 드시는 약 있으세요?”
“없어. 이거 오래된 거라 약 먹어도 소용없어.”
“어떻게 다치신 건가요?”
“꽈즈(해바라기 씨) 볶다가.”
“아.”
아주머니의 체형을 본 왕장용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양반. 힘껏 눌러줘.”
여자는 하구 진료소의 마사지 단골이었고 동한생이 있을 때는 동한생에게 받고, 능연이 있을 때는 더욱 열심히 진료소를 찾았다. 오늘은 사람이 바뀌었다니, 한번 받아보고 싶었다.
“저는 재활 의사예요. 마사지랑 좀 달라요.”
왕장용은 싱긋 웃고는 능연이 가르쳐준 추나 동작을 몇 번 하다가 끝나기도 전에 그렇게 말했다.
“더 비싸?”
“그건 아니고요.”
“오. 그럼 어떻게 하는 건데.”
잠시 생각하던 왕장용이 서서히 말을 꺼냈다.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마사지는 가만히 앉아 계시고 마사지하는 사람이 움직이고요, 재활은요 자세를 알려드리는 대로 직접 하시는 거예요.”
“내가?”
여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예. 일단 동작 하나 보여드릴 테니 따라해보세요.”
왕장용은 그렇게 말하면서 팔뚝을 치켜들었고 여자는 별로 내키지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내가 움직여야 한다면 움직여 보지 뭐. 그래도 싸게 해줘야 한다.”
“네네, 좋으실 대로 하세요.”
원래 돈 이야기에 약한 왕장용은 페이닥터의 금지어를 입에 올리고 말았다.
더 따질 것이 없어진 여자는 왕장용이 가르치는 대로 숫자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왕장용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다가가 케어하면서 쉴 새 없이 재활 지도를 했다.
“힘 더 주시고요.”
“자, 제가 눌러드릴게요.”
“버티세요. 세 번만 더 합니다.”
왕장용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와 함께 여자의 낑낑거리는 소리도.
그 소리는 정원을 지나 입구를 뚫고 수액 맞고 있는 노인들의 귓가에 울렸다.
“떠들썩한데?”
“재미 있겠구만.”
“저 언니 저렇게 소리 지르는구만.”
15분 후, 땀 범벅이 된 여자가 말끔해진 기분으로 왕장용의 이름표가 걸린 작은 방에서 나갔다.
자주 진료소에 들르는 작은 마트 사장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가 지나가는 능결죽을 붙잡았다.
“능 사장. 올해 다들 장사가 안 된다고 해도 진료소에서 이러면 안 되지. 팔 게 있고 아닌 게 있지. 어떻게 그걸 다 팔아.”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능결죽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러자 마트 사장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능결죽을 바라봤다.
“진료소에서 샴푸랑 바디워시도 판다면서!”
“아아, 그건 알레르기용이랑 임산부 용입니다.”
능결죽이 실소하며 대답하자 마트 사장이 껄껄 웃었다.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어차피 뭘 팔든 내가 어쩌지도 못하고 말이야.”
왕장용은 하구 진료소에서 밤 11시 좀 넘게까지 일하고 아쉬운 듯 집으로 돌아갔다.
진료소엔 밤 10시가 넘으면 사람이 별로 없는데 돈맛을 본 왕장용은 25위안에 재활 한 번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환자 하나만 더 오면 25위안을 더 벌 수 있다니. 이런 좋은 일은 초초짜 레지던트 왕장용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병원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재활하고 더 오래 일해도 존중도 못 받고 12.5위안짜리 비용 중에 손에 떨어지는 건 작은 콜라 한 병 살 돈뿐이었다.
학교를 막 졸업한 남자로서, 왕장용은 지금 가장 본인의 존재를 증명할 시기였고, 본인의 노동으로 번 돈에 가슴이 뛰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한 번에 25위안이라는 비용이었다.
집에 돌아가서 자고 일어나 출근, 그리고 퇴근.
하늘이 어둑해졌을 때 왕장용은 다시 하구 진료소로 달려왔다.
“아이고, 왕 선생 왔어.”
“왕 선생, 나 번호표 줘. 알았지?”
“왕 선생, 시간 날 때 우리 가게에 놀러와.”
하구 진료소가 노래방처럼 시끌벅쩍해졌다.
능결죽도 싱글벙글해서 능연이 태어날 때 샀던 보온병을 들고 왕장용을 작은 방에 들여보내고는 뜨거운 물을 따라 주었다.
“왕 선생, 고생했어. 이따 번호표 순서대로 하나씩 들여보낼게. 해왔던 대로 하자고.”
“네네.”
왕장용도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일등이야.”
꽈즈 볶은 아주머니가 제일 먼저 달려왔고, 뒤에 있던 여자들의 비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며칠 연속 노력한 결과, 왕장용도 조금 이름을 알리면서 근처 이웃이 많이 몰려들었다.
어쨌든 사람은 오래 산 만큼 여기저기 아프기 마련이었.
한 번에 25위안이라는 유혹에 왕장용은 또 열심히 이틀을 버티고는 진만호에게 전화를 걸어 ‘대학 룸메이트 모임’이라는 명목으로 그를 하구 진료소로 불러냈다.
요즘은 동창회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소규모 모임은 여전히 다들 좋아했다.
금수저 진만호도 이제 자신의 성공한 모습을 볼 때가 됐다고 왕장용은 생각했다.
진만호는 별 고민 없이 능연이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
“있어. 요즘 진료소에 자주 있거든. 능연이 없으면 무슨 모임이야.”
왕장용이 빙그레 웃었다. 그의 재활 환자 중엔 능연이 수술한 환자도 있었고, 병원과 비슷한 플로우로 비용을 받았다.
“병원은 괜찮대? 전엔 집에도 안 가더니. 운화병원처럼 큰 병원에서 곤란한 일 당하면 어쩌려고.”
진만호가 걱정이라는 듯 물었다. 실습생 시절이 끝나자마자 운화병원 온갖 진료과에서 오라고 손 내미는 능연과 달리 진만호와 왕장용은 조금 등급이 낮은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일이 조금 편하기는 해도 그렇다고 굉장히 편한 것도 아니었다.
왕장용은 풉 소리를 내며 웃었다.
“멍청아. 무슨 생각하는 거야. 능연은 잘 지내. 진료소 일 돕느라고 자주 오는 거뿐이야. 구체적인 건 와 보면 알아.”
“엉, 알았다.”
왕장용은 다시 한번 진만호와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왕장용은 핸드폰을 집어넣고 책상과 의자 그리고 방을 정리하고는 25위안 팻말을 깔끔하게 닦았다.
진만호는 집이 부자긴 하지만, 자기처럼 돈을 이렇게 많이 벌지는 의문이었다.
왕장용은 진만호가 분명히 돈을 벌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 생각을 하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찌 됐든 이유를 만들어서 졸업한 후에 다시 모이는 것만으로 기쁜 일인데, 특히 돈을 번 다음에 모인다니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