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16화 (695/877)

다음 날, 하구 진료소엔 점심부터 사람들이 바삐 오가며 준비하기 시작했다.

황무사는 주방을 차지하고 앉아서 모든 음식을 꼼꼼히 살폈다.

“플레이팅 잘해. 다 정교한 음식들이니까 소꿉놀이 하듯이 조심스럽게.”

황무사는 초조한 마음으로 지시를 내렸다.

능연은 지금 운화병원 응급센터의 치료 팀 팀장일 뿐만 아니라, 그가 약 처방을 내리는 방식은 운화병원 응급센터, 그리고 운화병원 전체까지 영향을 주었다. 특히 간 절제 쪽으로 능연이 선택하는 약품과 소모품은 파급 효과가 더 컸다.

이런 우수한 의사를 원래는 창서제약이 단단히 품에 안고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운리제약이 방자하게 뺏어갈 줄이야.

다행히 하구 진료소는 황무사가 익숙한 격전지였고, 능연이 모임을 한다는 말을 들은 황무사는 거의 젖먹던 힘까지 다 끌어냈다.

전복, 해삼, 오징어. 듣기만 해도 비싼 해산물은 최대한 올리고, 샥스핀, 상어입술, 부레 같이 화려하기만 하고 실속 없는 해산물은······ 올리지 않았다.

음식 수준과 예산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지라, 황무사는 마지막에 본인의 성의를 팔기로 하고 추운 겨울날 문앞에 서서 사람이 올 때마다 꼬리를 흔들었다.

“큰 병원 의사는 역시 다르네. 제약회사 직원까지 온 거야?”

진만호는 겉옷을 황무사에게 건네며 홀가분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랑 상관 없어. 능연 때문에 온 거지.”

진만호를 2층으로 안내한 왕장용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능연은 아직 수술 중이고 나도 환자가 아직 있어서. 일단 알아서 차 좀 마시고 있어. 너 차 내릴 줄 알잖아. 맞지?”

“응.”

진만호는 의심스러운 듯 왕장용을 바라봤다.

“능연네 진료소에 네 환자가 있다고?”

“응. 많지는 않고, 하루에 스무 명 정도.”

왕장용은 웃음을 들킬까 봐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진만호는 역시나 깜짝 놀랐고 한참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능연 부모님은 계셔?”

“여기서 우리 모인다니까 여행 가셨어. 바로 떠나시대.”

“어, 그래. 가서 일 봐.”

진만호는 티테이블 주인 자리에 앉아서 알아서 차를 내렸다.

진만호가 바라보는 사이 왕장용은 아래로 내려가 한 번에 25위안이라고 적힌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멍하니 있던 진만호는 감탄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꺼내 25위안 네온사인 팻말과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작은 문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저기 젊은이, 차를 그렇게 내리면 쓰나. 제대로 내려야 향이 좋지.”

사투리 섞인 말투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아, 그냥 아무렇게나 내린 거라서요.”

상대가 맞은편에 앉은 모습에 진만호도 웃는 얼굴로 그를 대했다.

“잔 하나 데워 올게요.”

“오, 고맙네.”

오늘에야 타지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왕전문은 친절한 모습으로 몸을 살짝 비틀어서 진만호를 바라봤다.

“하구 진료소 직원인가?”

“아닙니다. 저는 능연 동기입니다.”

“참 젊구만. 놀러 온 겐가?”

왕전문이 감탄하며 물었다.

“네. 룸메이트였습니다. 모임 하려고요.”

“아, 그럼 능 선생 친구구만. 좋아, 좋아.”

왕정문의 태도가 순간 열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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