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외과 수술실은 수술층 엘리베이터 우측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환자를 제일 빠른 시간에 바로 수술실로 보내기 편하라고 그 자리를 선택한 것이었다.
새 건물이 지어진 후, 강 주임도 이런 중앙 수술실에 가까운 레이아웃에 매우 만족했다.
환자가 미친 듯이 병실로 실려 들어가고, 인류의 첨단 의학 기술을 장악한 심장외과 의사가 깔끔한 수술복을 입고 양손을 치켜든 채 수많은 관중을 뒤로하고 세레모니 하듯 병실에 들어간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무리 잘난 외과의라고 해도 엘리베이터는 지나야 하니, 불가피하게 심장외과 의사와 부딪히게 된다.
심장외과 의사의 엄숙하거나 익살스러운 표정, 그들의 쭉 뻗은 몸매, 그들의 손가락의 힘을 보라!
적어도 강 주임은 그런 장면을 상상하며 머릿속에 BGM도 빠방하게 틀었다.
“다들 허리 펴.”
주변을 둘러본 강 주임이 호통쳤다. 허리가 꾸부정한 모습이 어디 의사의 모습이란 말인가!
“대장님, 저 30시간 집에 못 갔습니다.”
아래 의사가 허리를 펴면서 투덜거렸다.
“30시간 집에 못 간 거지, 30시간 못 잔 건 아니잖아!”
강 주임이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진료과에 환자가 있는지 없는지,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강 주임은 수하의 태도에 언짢아하며 미간을 좁혔다. 같은 말을 곽종군이 했다면 어떤 결과였을까? 이런 식으로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까?
따지고 보면 장악력이 약한 탓이었다. 강 주임은 미간을 좁히며 정말로 쓸 만한 사람이 없는 것만 아니라면 전체 진료과를 뒤집어야만 진료과 주임의 권위를 세울 수 있는 것인가 생각했다.
“제대로 서고, 손 제대로 씻고. 머리나 귀 만지작거리지 말고! 내가 유치원 교사냐?!”
강 주임은 수하들이 최대한 정상급 외과의에 부합하는 태도를 보이길 바라면서 쉴 새 없이 명령을 내렸다.
물론, 별 효과는 없었다.
효과가 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밑에 의사들은 과 주임 앞이 아니라 부주임 앞인 것처럼 대충 얼버무리고 있었다.
강 주임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다들 기운 좀 내라고. 일주일에 수술 몇 건이나 한다고. 수술실에 왔으면 신경을 좀 더 써야지. 기술은 다 수술을 거치면서 연습해내야 하는 것 모르나?”
“하지만 수술이 너무 없잖습니까.”
오늘의 어시 주치의 하량이 습관적으로 투덜거렸다.
하급 의사는 상급 의사를 존중해야 하고, 상급 의사의 불합리한 명령도 받아들여야 한다. 상급 의사의 감정 쓰레기통과 진짜 쓰레기통이 되어야 하고, 최대한 적은 돈을 받으며 최대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엔 상급 의사가 그만큼 하급 의사에게 먹이를 줘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 먹이는 실제 수입일 수도 있고, 누구나 추구하는 직위와 직함일 수도 있고, 기술과 미래일 수도 있지만, 가장 기본은 바로 환자와 수술량이었다.
진료과에 환자와 수술조차 부족하다면 기술이니 미래가 어디 있으며 수입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나 운화병원 심장외과는 지금 바로 그런 상태였다. 강 주임이 애써 모아온 환자는 본인이 하기에도 헐떡여야 하니 수하에게 던져줄 환자는 더욱 없었다.
강 주임 역시 그 점이 켕겼다.
지지배배.
간호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재잘재잘 대며 세척실을 지나갔다.
낄낄낄낄.
지나가는 것 같던 의사 두 명이 걸음을 멈추고 그쪽을 바라봤다.
강 주임은 갑자기 미묘한 감동이 느꼈다.
그렇다. 운화병원 심장외과는 확실히 약체다. 그러나 심장외과 자체는 여전히 존경받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정상급 진료과다. 그렇지 않으면 왜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 진료과 사람들을 주목하겠나!
“하량!”
강 주임이 갑자기 날카롭게 하량을 불렀다.
“주임님?”
하량은 멍해졌지만, 그래도 고분고분 대답했다.
“여기서 쓸데없이 다른 사람 사기 꺾지 말고, 수술하기 싫으면 집으로 돌아가게!”
강 주임은 대놓고 나가라는 말을 했다. 그의 예전 행동과 비교하면 매우 엄중한 경고였다.
오늘은 간단한 심장 외상 봉합이라, 하량 같은 어시가 없어도 혼자서 충분했다.
강 주임의 생각을 알 수 없는 하량은 잠시 렉에 걸렸다가 그냥 고개를 깊이 숙이고 없던 일로 넘겨 버렸다.
강 주임은 진료과 주임의 위엄을 조금 높였다고 생각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는 순간, 실루엣 하나가 복도의 빛을 가렸다.
“강 주임님.”
거대한 능연이 인사하면서 세척실로 들어왔다.
“능 선생!”
“능 선생?”
손을 씻던 사람들 모두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능연이 손을 씻기 시작하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간호사들은 지나가는 척 들어와서 끌고 가고 싶은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큰일이네.’
강 주임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능연을 바라봤다.
“능연, 수술이 있나?”
“아마······ 아직 없을 겁니다.”
“그럼 손은 왜?”
“아, 수술하시는 거 좀 보려고요.”
사회가 기대하는 미소를 보인 능연이 계속 말했다.
“저는 수술 볼 때도 손 씻고 보거든요.”
강 주임은 하마터면 욕을 퍼부을 뻔했다.
수술 보러 왔다면서 손을 씻고 보겠다니. 그야말로 시커먼 속이 빤히 보이는 행동이 아니냔 말이다.
강 주임은 냉랭하게 능연을 바라봤다.
“능 선생, 오늘 우리 수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네는 들어갈 수 없네.”
“예? 몇 사람인데요?”
멍해졌다가 묻는 능연의 말에 강 주임은 간이 다 아플 정도로 화가 났다. 지금 이게, 몇 명인지가 중요한 일이야?
“환자 상태는 어떻습니까?”
강 주임이 대답하지 않자 능연은 다른 질문을 했다.
“심장 외상인데 상태가 어떻겠나.”
강 주임이 어이없다는 듯 내뱉었다.
“단순한 심장 외상이라면, 저도 전에 해 봤습니다.”
능연은 본인의 태도를 나타낼 줄 알게 되었다.
이런 수술을 ‘해 봤다’라는 건 절대로 완벽한 설명이었다. 외과의가 심장 수술을 해봤느냐 아니냐는 큰 차이가 있다.
한 번 해봤다면 실수할 확률이 낮아진다.
“주임님, 청정기 돌렸습니다. 사람 좀 많이 들어가도 괜찮아요.”
강 주임은 능연이 드디어 비수를 드러낸다고 생각했고, 거절할 말을 머릿속으로 만들어내고 있는데 곁에 있던 간호사가 벌써 그렇게 말했다.
“알겠네.”
강 주임은 손에 물을 털고는 말도 하기 싫다는 듯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술실 안, 준비를 마치고 강 주임이 들어오길 기다리던 마취의가 자리에서 일어나 시작해도 된다고 알렸다.
“그럼 시작합시다.”
강 주임이 집도의 위치에 섰다.
“아. 네······.”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강 주임이 어색한 마취의는 속으로 수술을 즐기자던 강 주임은 어디로? 하고 생각했다.
치익.
수술이 시작되자마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
“능 선생니임~.”
간호사들이 나지막이 능연을 불러도 강 주임은 끽소리 없이 고개 숙인 채 수술을 진행했다.
“정중앙 절개구.”
지켜보던 능연이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했다.
그러나 강 주임은 가슴이 철렁해서는 수술하고 싶은 욕구가 갑자기 사라지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수술하면서 저놈 배경판 되는 거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