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주임의 손놀림은 매우 안정적이었고, 강 주임의 사고는 매우 또렷했다.
그러나 강 주임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본인은 꼬리가 아름다운 금계고 막 벌레를 잡아먹으려는 참에 무늬가 예쁜 줄무늬 배호에게 찍힌 기분이었다.
“석션.”
강 주임이 다소 감정적이 되어 고함치자, 어시인 주치의 하량이 고분고분 석션 파이프를 옮겼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머릿속으로도 수술 생각을 해야지. 내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일 거야? 내가 움직이기 전에 미리 움직여야지. 알겠어?”
강 주임이 주임의 위엄을 부리며 호통치자 어찌할 도리가 없는 하량은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의사도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고 운화병원 같은 수준의 병원은 더욱 힘들었다.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하량도 그저 투덜거릴 뿐 강 주임을 들이받을 자신은 없었다.
물론, 그것도 하량의 실력이 부족해서였다. 주임이 수술 기회를 더 많이 줘서 기술을 키울 수 있었다면 진작에 때려치우고 가버렸을 텐데 말이다.
뿜어져 나온 피가 환자의 몸을 통해 자체 수혈 통으로 들어갔다가 생리 식염수를 넣고 원심분리한 다음 새로 환자의 몸으로 들어갔다.
강 주임은 눈썹을 찌푸리면서 늑골 가위를 받아서 환자의 흉강을 열었다.
평소라면 순조로울 수술이지만, 누군가 지켜보고 있어서인지 왠지 순조롭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니면 누군가 참관하는 수술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무언가 깨달은 강 주임이 잠시 머뭇거렸다.
한때는 병원에서 매우 주목받는 부류였고, 특히 심장외과에 뜻이 있는 의사들은 시간만 나면 강 주임의 수술을 보러 왔다.
그 시절 강 주임은 몇 가지 스타 수술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강 주임은 심장외과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21세기 이래 임상외과 중에 가장 발전이 빠른 것이 바로 심장외과라고 할 수 있다.
점점 많아지는 설비, 기구와 약품, 늘어나는 수술 방식과 수술 노선으로 비주류 심장외과 의사들은 속수무책이 됐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뒤떨어져 있었다.
강 주임도 사람들이 자기 수술을 보는 걸 싫어하게 되었다.
특히 같은 심장외과 의사들은 그의 실력이 뒤떨어졌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운화병원 심장외과 순위는 점점 떨어졌고, 점점 주목받지 못했고, 얻을 수 있는 지원, 받을 수 있는 환자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강 주임 본인의 수술량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은연중에 본인의 기술이 시간에 따라 발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뒤떨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하는 심장 외상 보건술만 해도 가장 간단한 심장 수술인데 묘하게 생소했다. 특히 눈앞에 능연과 비교하면 더더욱.
“석션 깨끗이 못 해? 서둘러! 이래서 수술하겠어?”
강 주임은 그렇게 하면 수술이 순조로워지기라도 한다는 듯이, 손에 든 메스로 언제든 하량을 찌를 기세로 큰소리로 명령했다.
수술실 간호사와 마취의는 불똥이 튀기 전에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직급이 높은 의사가 화를 낸다면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오든 모두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하량도 그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옆에 능연도 있는데, 다른 과 의사 앞에서 우스운 꼴을 보일 수는 없었다.
살며시 고개를 든 하량은 뒤에 서 있는 귀여운 간호사를 힐끔 봤다. 간호사가 진지하게 능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세상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집중!”
강 주임이 다시 고함쳤다.
심장 출혈 포인트를 찾고는 고개를 들다가 또 욕할 거리를 찾은 것이다.
하량은 고개를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만 집중하면 뭐하냐고.
“노출 범위가 조금 커도 좋을 거 같습니다.”
능연이 목소리를 내자 우울했던 수술실이 순간 밝아졌다.
강 주임은 머뭇거렸다. 능연이 수술실에 들어왔을 때, 강 주임은 이미 대책을 생각했었다.
심장외과는 절대로 두 번째 간담췌외과가 될 수 없다.
그게 강 주임의 마지노선이자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압박하는 능연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 강 주임은 여섯 가지 상황, 18가지 책략, 그리고 72가지 모델을 설정해두었다.
능연이 드디어 입을 열었고, 강 주임은 즉시 머릿속에서 아까 세웠던 대응 모드를 탐색하느라 손이 잠시 멎었다.
“능 선생. 우리 심장외과 규정은 자네 응학이랑 좀 다를 걸세. 응학은 긴급 수술이 많아서 다른 의사가 집도하는 수술에 관여할 수 있겠지만, 우리 심장외과는 집도의의 독립성과 권위를 엄격하게 존중한다네.”
“네. 그런데 노출 범위 확대하지 않으면 지혈은 어쩌시려고요.”
“응?”
설정해놓은 모드와 너무 동떨어지는 대답에 강 주임이 눈썹을 찌푸렸다.
강 주임은 곧 능연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그냥 보기만 해도 출혈 위치를 안다는 건가?”
상대가 능연이 아니었다면 코웃음 치고 말 일이었다.
“혈류, 그리고 노출된 부분으로 판단한 겁니다. 그럴 확률이 높아 보여서요.”
능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강 주임 손바닥으로 덮인 위치를 가리켰다.
그랜드마스터급 맨손지혈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야말로 거대했다.
강 주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흠, 그럼 일단 열어보겠네.”
능연이 입을 열지 않았다면 강 주임은 잠시 찾아보다가 출혈점을 찾지 못해도 계속 진행해야만 했다.
외과 탐사라는 건 원래 ‘일단 열고 천천히 찾자’다. 가장 전형적인 장 수술은 필요할 경우 일반외과 의사는 수 미터나 되는 장을 갈라서 1cm, 1cm씩 염증이나 출혈 위치를 더듬어도 된다.
심장 수술 혹은 흉부 수술 탐사 역시 마찬가지라서, 일반적으로 수술할 때 절개구를 열어 바로 적당한 노출 포인트를 찾으면 제일 좋지만, 못 찾으면 계속 열고, 그래도 못 찾으면 또 계속 열 수밖에 없다.
강 주임은 능연과 기싸움 하기 위해 일부러 그가 지적한 방향과 반대로 탐사하지는 않았다. 본인이 대처 방안이 없기도 했고, 능연의 지혈 방면, 그리고 며칠 전 선보인 심장 수술 실력이 두려워할 만하기 때문이었다.
“햐량, 자네가 진행하게.”
강 주임은 능연 앞에서 계속 수술을 진행하고 싶지 않아서 아예 메스를 내려놓았다.
하량은 의외의 소득에 기뻐하며 주임이 마음을 바꾸기 전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피를 뿜는 상처 부위가 노출되었다.
“아래쪽이 아니라 다행이군.”
강 주임은 눈꺼풀을 실룩거리며 멋쩍은 마음을 감추려고 그렇게 말했다.
“아래쪽도 있을 겁니다.”
능연이 다시 입을 열자, 강 주임의 눈꺼풀이 미친 듯이 실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