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주임은 생각에 잠긴 채 눈으로 환자의 흉부를 바라봤지만, 기본적으로 눈은 이미 풀려있었다.
능연이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면서 출혈 위치까지 판단할 줄은 정말 몰랐다.
이런 실력이라면, 출혈만 보이면 바로 잡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 강 주임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그러고 있잖아.
심장외과는 도움을 구할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다른 진료과에서는 다들 적어도 한두 번씩 능연을 구원 타자로 불렀다. 게다가 지혈이 가장 중요한 간담췌외과는······ 아예 응학에 먹혔다.
강 주임의 눈꺼풀이 다시 파르르 떨렸다. 간담췌외과가 준 교훈이 너무 사무쳐서 다른 작은 진료과 주임들은 그 생각만 해도 3시간은 덜덜 떨었다.
“상처 봉합 끝났습니다.”
하량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아까 보인 심장 외상 부분을 봉합했다.
뒤쪽에 아직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알 바가 아니었다. 너무 어려운 위치는 제대로 봉합할 수도 없고, 하지도 못하니 그냥 눈앞의 기회나 잘 마무리하면 그만이었다.
‘음’ 하고 대답하던 강 주임은 조금 아까운 듯 ‘아이고’ 소릴 내다가 눈을 번뜩 떴다.
“끝났다고?”
지금은 환자가 적고 수술 기회도 적어서 강 주임도 연습할 다친 심장이 필요했다.
멀쩡한 심장 외상 하나가 혼란스러운 틈에 이렇게 조수에게 날아갔다. 강 주임은 말로 할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다.
“주임님, 검사해주십시오.”
하량은 여전히 통쾌한 마음으로 싱글벙글했다.
심장외과 의사가 평소에 살아 있는 심장을 만질 기회도 없다면 얼마나 비참하단 말인가.
다행히 오늘 한 번 기회가 있었으니 적어도 한 열흘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강 주임은 화난 얼굴로 다시 검사하고는 모니터를 노려보며 묵묵히 숫자를 세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안색이 미묘하게 변화했다.
“별문제 없죠?”
“상처 하나 더 있을 거 같군.”
강 주임은 내키지 않는 듯 그렇게 말하며 능연을 힐끔 봤다.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않은 건, 능연이 그렇게 정확하게 판단했다는 걸 믿을 수 없어서이기도 했고 본인이 몰라서이기도 했다.
열어보기 전에 구체적인 위치를 안다면 그게 귀신이지 사람인가?
아까 경험으로 봐서 능연이 정말로 알 가능성도 있었지만, 강 주임은 믿고 싶지 않았다.
능연은 의외도 아니라는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능연은 매달 평균 4, 50건 출장 수술을 했고 얼마나 많은 의사와 협력했는지 모른다. 강 주임처럼 실력이 그저 그렇고 생각만 많은 의사도 천지였다.
의사가 생각은 많고 실력이 그저 그러면 껄끄러운 장면을 많이 만든다.
바로 지금, 강 주임은 조금 껄끄러웠다.
“절개구 조금 더 열어 봐.”
강 주임은 미간을 좁히고 다시 명령하면서 할 수 있는 한 능연과 눈빛 그리고 언어 교류를 피했다.
그는 지금 능연이 왜 아까 노출 범위를 더 넓혀도 된다고 말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능연이 들어오자마자 ‘정중앙 절개’라고 말했던 말투도 떠올랐다.
능연의 말대로 했다면 지금 이렇게 골치 아플 일이 없었을 것이다.
강 주임은 미간을 단단히 좁히고 속으로 능연은 수술 전에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판단했을지 생각했다.
그러나 묻고 싶지 않았다. 물을 수도 없고. 그는 그저 입을 다물고 손을 놀릴 뿐이었다.
치익.
수술실 문이 다시 열렸다.
강 주임은 욕할 준비를 마치고 고개를 돌렸다. 여기가 시장바닥이야?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보고 싶으면 보게?
강 주임 눈에 곧 쭈글쭈글한 곽종군의 얼굴이 보였다.
“아이고, 곽 주임님. 어인 걸음을.”
강 주임의 얼굴이 금세 웃느라 쭈글쭈글해졌다.
“마침 수술 층에 올 일이 있어서, 한 번 와 봤네. 주 원장님도 같이 왔어.”
“아, 주 원장님, 주 원장님.”
작은 진료과 주임이라 평소에 병원 고위층 만날 기회가 드문 강 주임이 냉큼 인사하자 주 부원장이 우아하게 웃어 보였다.
“강 주임, 수고가 많아요. 수술 순조롭습니까?”
매우 일반적인 인사였지만 하필 강 주임의 아픈 데를 콕 찔렀다.
강 주임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표준적인 대답이야 물론 순조롭다였다. 하지만 능연이 현장에 있고, 아직도 피를 흘리는 환자가 있는데 순조롭다고 하는 건 어딘가 멋쩍었다.
그렇다고 순조롭지 않다고 한다? 그건 윗사람과 대화하는 정상 모드가 아니었다. 상대가 왜냐고 물으면, 하찮은 심장 외상 수술조차 순조롭지 않다고 대답하는 것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강 주임은 이래저래 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무슨 수술인가?”
주 부원장은 이미 꼬투리를 찾았고, 그냥 대놓고 물었다.
“아. 심장 외상 수술입니다.”
강 주임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응급 수술이군요. 우리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하세요.”
주 부원장은 원래 빤히 알면서도 물은 것이었다. 능연 상황을 보러 온 것이라 심장외과가 어떻든지 알 바가 아니었다.
강 주임은 억지로 웃음 지으면서 대답하고는 다시 심호흡하면서 집도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열려 있는 환자의 흉강을 바라보며 살짝 머뭇거렸다.
계속 검사해야 하나? 조금 쪽팔린데.
심장외과는 이미 여러 번 쪽팔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쪽팔려도 되는 건 아니잖아.
“계속합니다.”
강 주임은 겉으로는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 그의 손에 한때는 수백 수천 명의 환자가 거쳤고, 사람을 살렸든 그냥 보냈든 성격은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다.
환자의 다친 위치가 별로라고 해도 강 주임은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까 봐 문제지.
자체 수혈용 큰 병이 쉭쉭 대며 가끔 소리를 냈고, 그게 수술실에 유일한 음향효과였다.
주 부원장은 강 주임이 수술을 마치면 한 마디 칭찬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곁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나,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강 주임은 여전히 환자의 흉강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고, 이마에 땀도 점점 고였다.
“심장 외상 수술이라면서요.”
주 부원장도 경력자인데 심장외과에서 가장 간단한 수술을 모를 리 없었다.
강 주임은 머릿속에 소송 생각이 가득해져서 어색하게 변명했다.
“위치가 좋지 않습니다. 깨진 유리가 흉강에 박혔고, 파편이 늑골을 건드렸을 수도 있고, 어쩌면 심장도······.”
“복잡하긴 하네요.”
주 부원장은 하하 웃으면서 강 주임의 실력이 또 떨어졌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곽종군은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능연, 이왕 온 거 강 주임 좀 도와주지 그러나.”
도와준다는 말의 개념은 참으로 넓었으나, 결론적으로 ‘책임은 없다’였다.
강 주임은 잠시 망설였지만, 더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길 누구보다도 바라는 사람이었다.
잠시 기다리던 능연은 강 주임이 별 말이 없자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갔다.
“일단 손가락으로 블리딩 포인트를 막고 절개구를 확대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뻗어 과감하게 심장 측면으로 찌르고 들어갔다.
“됐습니다.”
능연은 꼿꼿이 서서 출혈이 제어됐음을 밝혔다.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봤다.
“지혈됐네요.”
마취의가 어리둥절해서 보고했다.
“알겠네.”
강 주임의 목소리는 목이 막힌 것처럼 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