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22화 (701/877)

운화병원, 수술 층 중간 위치.

층류 수술실 문 앞에 ‘매우 청결’이라는 글자가 푸른 궁서체로 적혀 있었고 수술실 안은 넓고 밝았다.

귀엽게 생긴 스크럽 간호사가 고개를 숙인 채 기구를 정리했고, 여드름이 가득한 마취의가 고개를 숙인 채 컴퓨터 문서를 정리했고,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가득한 하량이 고개를 숙인 채 환자의 흉강을 정리했다.

강 주임은 무리에서 쫓겨난 늙은 사자처럼 거들먹거리며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암사자들은 점점 멀어져갔다.

강 주임은 암사자들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고 복잡한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얼마나 마음이 복잡한지 본인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분노? 조금은.

놀라움? 많이.

그리고 유감, 부러움, 질투, 후회, 추억······등등.

이성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지 않았다면, 강 주임은 손에 든 포셉을 던지고 능연에게 네가 꿰매라고 할 판이었다.

그렇게 하면 높은 확률로 능연을 곤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능연은 한 손으로 환자의 상처를 누르고 있으니 나머지 한 손으로 시야를 노출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하량과 곽종군이 돕는다고 해도 실력 문제가 있으니 몇 사람이 달라붙어도 한참은 정신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그때뿐이라는 걸 강 주임도 잘 알았다. 게다가 결과는 어차피 본인이 가장 받아들이기 싫은 결과일 것이라는 것도.

병원 최고 고위층인 주 부원장에게 능연이 단독 심장 수술하는 걸 볼 기회를 준다? 수술 등급, 난이도와 상관없이 심장 수술을 집도했다는 것만으로 벌써 경력이 된다.

게다가 오늘 수술의 난도는 그렇게까지 낮은 건 아니었다.

심장 외상 보건술은 심장외과에서 위치가 충수염 수술이 아닌가 싶지만, 충수염 수술의 사망률이 얼마인가? 1%도 되지 않아서 소수점을 빌려야 한다. 그러나 심장 외상 보건술의 생존율은 13~15%, 17~18%이라고 해도 정상이었다.

상처 위치가 하대정맥이고 등까지 뚫린 환자는 살아서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일도 어쨌든 있다.

능연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강 주임도 오늘 환자의 마지막 운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20년 전이라면 자신이 좀 더 있었을까. 그렇다고 해도 많은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지금과 비교하면······.

“메스.”

강 주임은 손을 뻗어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환자의 절개구를 늘여 더 나은 노출 시야를 확보했다.

능연의 손은 여전히 환자의 심장을 누르고 있었지만, 강 주임은 모른 척했다.

어차피 안 보고, 안 듣고, 안 물을 테니.

하량도 계속 강 주임을 어시했다.

평소였다면, 강 주임 기분에 거슬리는 말을 했을 텐데, 오늘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강 주임은 외과의 중에 그렇게 사나운 부류가 아니었지만, 잔소리가 귀찮긴 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욕먹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역시 하량이었고, 그래서 가장 조심하는 것도 역시 그였다.

사람들은 입을 열 생각 없이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었고, 수술실은 점점 조용해졌다.

그러니 수술 속도가 오히려 올라갔고, 정확도도 올라갔다.

능연이 기쁜 듯 씨익 웃었다.

역시, 각자 제자리에서 흥분해서 수다 떨지 않으면 효율이 높아지고 능력도 올라가는구나.

“하 선생님, 봉합하세요.”

절개구가 넓어지고 노출이 거의 완벽해졌을 때 능연이 봉합 기회를 양보했다.

언제든 능연을 백업할 준비를 하던 곽종군은 저도 모르게 다행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능연이 강 주임의 체면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으면 어쩌나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물론 어떻게든 될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공격할 거리는 만들고 침도 좀 발라놓아야 강 주임이 완벽하게 승복할 것이다.

능연이 알아서 하량에게 찢어진 부위 봉합을 넘길 줄은 곽종군도 몰랐다.

능연이 집도의인 강 주임을 지명했다면 강 주임임이 분명히 언짢아했을 것이다. 응학 사람인 능연이 봉합한다면, 좋게 말하면 강 주임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고 안 좋게 말하면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젊고, 직급도 낮고, 일도 그럭저럭하고, 욕하기도 편한 하량이 그야말로 최상의 인선이었다.

능연이 하량을 지목했다는 건 성장했다는 뜻이고, 곽종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량 본인도 선택지가 없었는데, 슬쩍 강 주임을 바라보고는 곧 자기가 잘못했음을 알아차렸다.

강 주임은 그저 냉랭하게 그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필이면, 하량은 그냥 봉합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네 주임은 힘이 없지만, 곽종군과 주 부원장은 달랐다. 다른 건 몰라도 적당한 이유를 대고 지방병원에 지원을 보내 몸무게 15킬로는 줄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량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작업견처럼 고분고분 니들홀더를 받았다.

“이 위치는 수처해 본 적 없는데.”

“제 손가락이 있는 자리에 바늘이 들어가면 됩니다.”

능연은 망설임도 없이 수술 지도를 시작했다.

“오.”

하량은 실습생처럼 전전긍긍 니들홀더를 들었다.

“잠시만요! 손 떨지 마시고요.”

하량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한 능연은 아무런 감정동요 없이 한마디 했다.

다른 사람 수술 지도, 혹은 기술 조공 수술 경험은 제법 있었다.

창서성을 돌면서 출장 수술을 했고, 매번 수술만 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출장 수술을 요청하는 환자의 목적은 보통 더 좋은 치료를 위해서지만, 병원과 의사는 달랐다. 대부분 배움을 목적으로 출장 수술을 요청한다. 예를 들어 무신 시 1 병원에서는 간 절제를 배워 본인들이 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한다.

상품 구매하면서 생산 기술을 첨부해달라는 것과 같은 이치였고, 가격만 맞으면 중국 기업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었다.

능연은 본인의 기술을 남에게 전수하는 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출장 수술을 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터득했다.

하량처럼 재능은 조금 있는데 자신감이 그렇게 없는 의사를 만나면 능연은 매우 자세히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심장 파열은 단속 봉합 혹은 매트리스 전층 봉합을 쓰는 게 좋습니다. 더 익숙한 방법으로 하시면 돼요. 그런데 혈액 순환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파열구 양측에 각 한 땀, 그리고 교차에서 당기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잠시 지혈이 되거든요.”

하량은 말없이 고분고분 듣기만 했다. 능연이 설명하는 건 사실 일반적인 심장 외상 봉합법이라 하량도 잘 아는 것이었다.

그러나 능연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점점 편안해졌다.

맞아, 그냥 위치가 별로인 심장 외상 봉합일 뿐이잖아. 모든 위치를 봉합해본 의사가 어디 있어. 그저 다른 위치에 같은 방안을 쓸 뿐인데.

그런 생각을 하자 바늘을 찌르는 하량의 손도 절대 떨리지 않았고 능연이 옆에서 실을 잡아 주니 몇 번 만에 환자의 외상 부위를 봉합했다.

두 사람은 몇 년이나 협조한 사람처럼 노련하게 협력했다.

하량은 능연과 같이하는 것이 강 주임하고 같이하는 것보다 훨씬 편안한 기분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강 주임을 힐끔 봤다.

강 주임은 승복하기 싫은 늙은 사자처럼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다시 위세를 부릴 수 있도록 능연이 떠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일리게이션. 그리고 흉강 닫으세요.”

그러나 능연은 수술실에서 나갈 생각이 없었다.

장난하나! 힘들게 들어왔는데 지혈 하나만 하고 나갈 수는 없잖아.

능연은 힘도 들이지 않고 한마디로 하량을 시켜 일리게이션, 드레인, 흉강 분층 봉합을 마쳤다.

강 주임은 멍해졌다가 손을 치켜들고 곁에서 껄끄러운 티도 못 내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능연이 있었기에 흉강 봉합은 정상 속도보다 훨씬 빨라서,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동시에 흉강 봉합 시간이 적당히 길기에 강 주임은 능연의 모든 손놀림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간단, 직접, 그리고 진지.

표준 답안 같은 그 동작을 본 사람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미간을 찡그리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 주임은 마음속으로 무수한 생각을 하면서 살짝 고개를 들었다.

왜 이렇게 잘해.

이렇게 잘하면 나는 어째야 해?

심장외과는 이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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