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끝났습니다.”
마지막 실을 자른 능연이 가위를 내려놓았다.
수술실에 자연스럽게 박수가 울려펴졌다. 능연은 당연한 수술 과정이라는 듯 살짝 미소지었다.
강 주임도 어두운 얼굴로 몇 번 쳤다. 다들 박수 치는데 그만 치지 않으면 사람들이 거만하다고 욕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마지못해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의사고 외과의라 색안경을 끼고 트집을 잡으려고 능연의 동작을 지켜봤는데 능연이 손을 놀리는 모습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렇게 두 번 박수치고, 또 치고.
하량은 더 오래 박수쳤다.
강 주임과 절반, 능연과 절반 수술을 진행한 셈이었는데 어느 쪽이 더 통쾌했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는 강 주임이 아무리 채찍질해도 능연의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심장외과의 운명이 어쩌면 능연의 손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박수 소리에 곽종군의 마음이 철렁했다.
태어날 때부터 박수받고 자란 능연과 달리 곽종군은 박수 소리를 듣기가 쉬운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잠시 생각해 본 곽종군은 능연이 박수를 받은 이유가 적어도 네 가지는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 기술이 좋음. 둘째. 빽이 좋음. 셋째, 짜증 나는 스타일이 아님. 넷째, 잘생김.
네 가지를 모두 갖춘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곽종군은 능연을 낭비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강 주임, 아직 수술 있나?”
곽종군이 갑자기 묻자 강 주임은 미간을 찡그렸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진짜 너무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없습니다. 곽 주임님 무슨 분부라도?”
강 주임의 말투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작은 진료과 주임인 건 맞지만 그래도 과주임이었다. 게다가 밖에서 굴러들어온 돌도 아닌데, 하원정처럼 곽종군이 쥐락펴락하도록 둘 수는 없었다.
“내 말은 이렇게 모이기 힘든데, 같이 식사라도 하자는 거지. 주 원장님, 어떠세요?”
“그러죠.”
곽종군이 무슨 속셈인지는 몰라도 주 부원장도 일단 동의했다.
강 주임은 멍한 표정으로 조금 미안한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웃어 보였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홍문연(鴻門宴: 초청객을 모해할 목적으로 차린 주연)이라고 해도 연회는 맞으니까.
강 주임은 오히려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그럼 장소를 정해야겠네. 아, 성원으로 하지.”
곽 주임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통화했다.
“효비, 요즘 랍스터 큰 거 있다고 했지? 그래, 그래, 그거. 세 마리, 아니 3킬로는 넘어야 하네.”
곽종군의 통화를 듣는 강 주임의 표정이 점점 부드러워졌다.
계산하는 건 물론 곽종군이 아니겠지만, 3킬로 랍스터 세 마리라니, 정말이지 성의가 충분했다.
곽종군도 존중과 성의를 정말로 표현하고 싶었다.
일단 강 주임은 하원정처럼 약체가 아니고, 능연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어쨌든 혼자일 뿐이고 심장외과는 매우 어려운 진료과이니 말이다.
운화병원 심장외과가 별거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간담췌외과에는 장안민처럼 능연을 돕는 의사라도 있지만, 심장외과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곽종군은 적어도 상의해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수술실에서 나갔고, 능연도 곽종군에게 불려 나왔다.
“계속 심장 수술하고 싶지? 그럼 일단 다 같이 식사하러 가세.”
“한 시간이요?”
밥 먹는 건 괜찮았지만, 다만 시간이 문제였다.
“두 시간! 랍스터 세 마린데 남기면 아깝잖나.”
곽종군은 껄껄 웃었고, 능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곽종군은 흥분해서 전화 몇 통 더 걸어 진료과 일을 처리하고 차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본 강 주임도 미루지 않고 전화로 진료과 일을 지시했다.
그와 동시에, 능연 앞에 새로운 시스템 퀘스트가 나타났다.
- 퀘스트: 기술을 펼쳐라.
- 퀘스트 내용: 수술실 밖에서도 기술을 펼칠 수 있다. 수술실 밖에서 선보인 기술로 강건 주임과 하량에게 ‘같은 동료의 칭찬’을 받아라. 그렇게 더 많은 수술과 자유로운 수술 선택권을 쟁취해라.
- 퀘스트 보상: 중급 보물상자
능연은 퀘스트 내용을 꼼꼼히 두 번 보면서 머릿속으로 적당한 상황을 구상했다.
식사 자리에서 강 주임님과 하 선생님이 동시에 심정지가 일어나고······. 음, 동시는 이상하군. 한 번씩 일어나는 게 적당하겠어. 그리고 내가 CPR로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상하자면, 하 선생님이 먼저 심정지가 와야겠지. 그리고 강 주임님이 하 선생님 CPR을 하다가 심장에 무리가 가서 심정지가 온다······.
거기까지 생각한 능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 선생 같은 젊은 사람이 갑자기 심정지가 일어난다면, 게다가 자기가 거기에 있다면 강 주임이 나설 필요가 없고, 혹시 자기가 구하지 못한다면 하 선생이 ‘같은 동료의 칭찬’을 내놓을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그럼 한 사람만 돌발 심정지?
하지만 그냥 심폐소생으로는 ‘같은 동료의 칭찬’을 받기 어렵다.
장시간 심폐소생?
의사들이 가득한 자리에서 일어난 심정지를 장시간 심폐소생으로 살린들, 그게 무슨 칭찬 거리가 된단 말인가.
같은 이유로 기관 삽관도 칭찬받을 일이 아니었다.
간 절제, 아킬레스건 보건술 같은 건 수술실 밖에서 진행하기 적당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하나?”
전화를 마친 곽종군은 한눈파는 사이 능연이 수술실로 들어갈까 봐 그를 불렀다.
“좌 선생님이랑 연 선생님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능연은 당연히 시스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그렇게만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심폐소생팀 일원이니 정말로 본인이 구상한 상황이 생긴다면 두 사람이 도와주면 편하리라 생각했다.
능연의 표정에 곽종군은 더욱 기뻐했다.
“좋지, 좋아. 그렇게 생각하다니, 좋은 일이야. 좌자전도 그런 자리에 잘 어울리고, 연문빈은 뭐 의사들이랑 대화 상대가 되어주면서 시중드는 것도 좋지.”
곽종군은 능연이 나이가 가장 어린데 술자리 예의를 잘 모르니 두 사람을 불러다 머릿수를 채우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능연 역시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다. 목적만 달성하면 되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고쳐주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다른 사람 생각을 고칠 수 있다면, 학교 다닐 때 어떻게 러브레터를 버려야 할지 고민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바로 성원으로 가서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능연은 메시지를 보낸 다음 특별히 좌자전에게 당부를 남겼다.
- 죄송하지만, 올 때 기관 절개 키트도 가지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