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26화 (705/877)

보물상자를 받은 능연은 즉시 뚜껑을 열었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푸르른 책이 허공에 떠오르면서 주변에 옅은 빛무리가 졌다.

능연은 망설이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고, 개의치도 않으며 멍청이처럼 허공에 손을 휘둘러 푸르른 책을 열었다.

심방 사이막 결손 폐쇄술(Atrial septal defect closer)(그랜드마스터급)이라는 큰 글자가 바로 능연 눈앞에 나타났다.

능연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심방 사이막 결손은 흔한 선천성 심장병이며 심방 사이막 결손 폐쇄술은 그중에 가장 흔한 치료 방안이었다.

엄격히 말하면 심방 사이막 결손 폐쇄술은 운화병원 분류를 따르면 심장내과 수술 범위였다. 폐쇄술에 사용하는 폐쇄기 역시 심장내과에서 매우 중시하는 기기였다.

강 주임이 있는 심장외과에서 심방 사이막 결손 치료를 하려면 당연히 심방 사이막 결손 보건술을 사용해야 하고 이 방식은 폐쇄술보다 손상이 심한데 적응증 범위가 조금 더 넓다.

그러나 심장외과도 아니고 심장내과도 아닌 능연은 본인이 보건술을 얻었든 폐쇄술을 얻었든 상관없었다. 어찌 됐든 기술을 얻은 건 좋은 일이니 말이다.

마침 랍스터도 배불리 먹었고, 능연은 망설이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일 없으면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늦었는데, 차 불러 주겠네.”

곽종군이 바로 손에 찬 테디베어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병원으로 갈 겁니다.”

“지금?”

곽종군이 놀라서 물었다.

“컨디션이 좋아서요. 응급 환자 없는지 기다려 볼까 합니다.”

능연은 그렇게 말해놓고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서 다시 덧붙였다.

“응급 환자가 없으면 내일 수술을 조금 일찍 시작해도 되고요.”

좌자전과 연문빈은 얼굴을 마주보고는 묵묵히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능연이 일찍 수술을 한다고 하면 밑에 의사들은 더 빨리 일어나야 한다.

“너무 힘들지 않겠나?”

곽종군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일반 수술은 야간 당직자한테 하라고 하면 돼. 자네도 이젠 이선이니 택일 수술에 집중해도 괜찮네.”

‘초짜 의사’ 좌자전이 최대한 얼굴의 주름이 줄어들길 바라며 얼굴을 문질렀다.

‘초짜 의사’ 연문빈은 최대한 몸집이 작아 보이려고 어깨를 움츠렸다.

“당직 서도 피곤한 걸 모르겠더라고요. 밤에 응급 수술도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합니다.”

“어떤 수술이 재미 있는데?”

담담한 능연의 말에 주 부원장이 궁금한 듯 물었다.

“지금은 심장 외상 보건술이 재미있는 유형에 속합니다.”

능연이 거침없이 하는 말에 안 그래도 술을 많이 마셔서 붉던 강 주임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러나 술을 마셨대도 펄쩍 뛰면서 싸울 순 없었다. 말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운화병원 현재 환경에서는 낮에 심장 외상 환자가 응급센터로 들어간다고 해도 응학에서 우선 처리한다. 응급센터가 심장외과에 통보하지 않으면 심장외과에서는 아예 상황을 알 수가 없다.

오늘처럼 침대가 모자라거나 혹은 심장 케어 문제일 때나 응급센터에서 환자를 트랜스한다.

그러니 결정권은 역시 응급센터에 있었다.

응급센터에서 하기 싫거나 아니면 적당한 의사가 없지 않은 이상, 응급센터는 환자 가로채기에 매우 유리한 진료과였다. 특히 응급 환자 분류 쪽엔 응급센터는 막대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강 주임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진작에 곽종군의 응학을 제거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 늦었어.

뜻을 밝힌 능연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여전히 촬영 중이던 카메라는 능연의 뒷모습이 룸에서 사라질 때까지 뒤쫓다가 조용히 전원이 꺼졌다.

젊은 서버와 제약회사 대표들은 본인들의 신분도 잊고 한데 모여 적극적으로 토론하기 시작했다.

“능 선생님 정말 잘생겼네요. 매너도 있고.”

“능 선생님이 아까 손 휘두르는 거 찍었어? 단톡방에 올려줘. 그때 표정이랑 동작, 진짜 끝내주더라.”

“그런데 아까 손을 왜 흔든 거죠?”

“앞에 못생긴 남자가 있어서? 알게 뭐에요. 동작이 끝내주게 멋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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