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730화 (709/877)

구급차가 완전히 정차한 후 피투성이가 된 환자가 실려 나왔다.

구급요원이 한 손으로 환자의 복부를 누르고 재빨리 보고했다.

“심박 120, 혈압 120/90, 복부 관통상, RESP(분당 호흡수) 22,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산소 공급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바로 수술 층으로 갑니다.”

일반외과 주치의도 경험이 있는지라 상처 부위를 보자마자 바로 앞으로 나섰다.

평상시에는 이 정도로 배를 다친 환자가 왔다면, 일반외과 외래 의사는 매우 조심스러워했을 것이고 어쩌면 바로 주임을 콜 했을 것이다.

주치의는 너무 큰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중대사고 혹은 특별 중대사고가 될 가능성이 큰 지금은 이 정도 부상 환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일반외과 주치의도 곁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부주임 의사를 그냥 힐끔 볼 뿐, 능연의 지시대로 환자를 끌고 수술실로 향해서 바로 복부 검사를 시작하면서 애를 썼다.

이어서 간담췌외과로 넘긴 환자와 응급센터에 남겨준 쇼크 환자 모두 순조롭게 실려 갔고, 능연은 한숨 돌렸다.

잠시 후, 주방에 지시를 내리고 헐레벌떡 돌아온 좌자전은 주 선생이 응급 처치실에서 바삐 움직이며 명령을 내리는 걸 봤다.

그렇게 응급 처치실에서 정신없이 바쁜 주 선생을 잠시 보다가······.

잉?

주 선생이 일을?

좌자전은 멍해져서 다시 유심히 살폈는데 주 선생과 마연린 등은 변함없이 분주해 보였고 여원은 보이지 않았다. 응, 그건 당연하고, 그런데 능 선생은?

재빨리 밖으로 나간 좌자전은 능연을 발견하고는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좌자전은 다시 긴장해서 종종걸음으로 능연 곁으로 갔다. 그는 향만원을 쫓는 아이처럼 달려가 능연의 귓가에 속삭였다.

“능 선생, 상황 괜찮은 거지?”

“모든 게 정상입니다.”

“정상······이야?”

좌자전이 우물쭈물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진료과 선생들은 다 수술 시작했던데.”

“아직 구급차 4대뿐이었어요. 우리는 조금 더 기다려요.”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능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 맞네······. 님 말씀이 옳습니다. 이번 구급차로 온 환자들은 이렇게 처리하면 되겠네. 어차피 우리 것도 아니고. 우리는 예비 팀으로 기다려야겠지.”

좌자전은 능연을 보좌하며 능연을 뒤로 세우고 가슴을 펼치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구급차 출입구 방향으로 섰다.

큰 규모 사고는 환자가 대량으로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작은 규모 사고보다 복잡하다.

부상자 자체의 증상만 따지면 큰 규모 사고로 다친 환자라고 작은 규모 사고로 다친 환자보다 반드시 심각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갑자기 환자가 대량으로 몰려들면서 문제가 생긴다.

병원 같은 기관은 한 번 무너지면 철저히 혼란에 빠지고 그렇게 되면 끝장난다.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는 능연이 브라질에서 그랬던 것처럼 환자를 경상, 중상으로 구분해서 구조 순서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국내 삼갑병원은 하루에 수술 백 건을 해도 정상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고로 한꺼번에 백 명 넘는 부상자가 몰리지는 않는다.

능연은 그런 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좌자전도 이해했다.

그러나 잠시 기다리던 좌자전은 다시 걱정이 들었다.

“능 선생. 그런데 사고 규모가 이게 다면? 아니면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가면?”

“오늘 되게 수술하고 싶은가 봐요?”

능연이 이상하다는 듯 좌자전을 바라봤다.

“아니, 나야 능 선생 생각해서 이러는 거지. 수술을 다 넘겼는데 다음에 부상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님은 수술 못 하잖아.”

“넘긴 수술은 다시 받아오면 안 됩니까?”

능연이 고개를 돌려 좌자전을 바라봤다.

“받아, 와?”

좌자전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 순간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님은······.”

능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좌자전을 바라보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좌자전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리면서 능연을 위해 변명거리를 찾았다.

“그, 주 선생이라면 좋아하겠지. 음, 그러니까 주 선생이 쇼크 환자를 받은 거지?”

능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좌자전을 바라봤다.

“사고 현장 소식은 이미 들었고, 금방 구급차 두 대 더 올 겁니다.”

“아.”

좌자전은 멈칫하다가 아닌 척 목을 가다듬었다.

“능 선생, 이따 열심히 할게.”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콜리스 골절 환자는 없습니다. 경상 환자 오면 그때 두고 보죠. 첫 구급차 환자는 아마 신경외과로 보낼 거에요.”

좌자전은 잠시 실망하다가 퍼뜩 깨닫고는 다행이라는 듯 말을 이었다.

“님의 지시대로 합지요.”

“5분입니다!”

간호사가 달려와 시간을 보고하자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좌자전을 바라봤다.

“응급 수술이 더 급해요. 일단 그것부터 하는 게 최선의 임무입니다. 수술하고 싶은 거라면 나중에 택일 수술 마련해 볼게요.”

“아······. 그래!”

낼름 대답한 좌자전은 곧바로 머리가 어질거렸다. 나, 왜 대답한 거지.

“능 선생님, 저기······. 수술방에 잠깐 와주실 수 있나요?”

그때 간호사 하나가 달려와 나지막이 하는 말에 능연이 담담하게 무슨 환자고 무슨 상황인지 물었다.

“아까 3번 수술방에 들어간 환자요.”

“정형외과요?”

“네······. 환자 매스 블리딩일 수도 있어서 선생님 좀 와달라고.”

“3번 수술실에 지금 누가 있어요?”

좌자전이 먼저 물었다.

“지금은 유 선생님이 집도하시고, 요 부주임님도 가셨어요.”

“주치의 유 선생? 부주임님도 가셨는데 출혈 못 잡았다는 거죠?”

“네.”

“제가 가보겠습니다.”

시간을 본 능연이 바로 걸음을 옮겼고 좌자전이 능연을 따라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능 선생, 요 부주임님도 계시는데 우리가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리고 다른 응급상황도 생길 수 있고.”

“선 구명 후 치료.”

능연은 걸음도 늦추지 않고 대답했고, 좌자전은 대답할 말이 없어 입술만 핥았다.

생사 문제를 너무 많이 보는 병원에서 어떨 때는 모든 일이 대수롭지 않다.

능연을 따라가는 좌자전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좌 선생님.”

“네.”

능연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부르는 소리에 좌자전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구급차 금방 도착할 겁니다. 현장을 지키면서 아까 계획대로 구급처치 하세요. 문제 생기면 전화하시고요.”

말을 마친 능연은 고개를 돌리고 사라졌다.

좌자전은 멍해졌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제 현장 감독인 거지?

3번 수술실로 들어간 능연은 숙연한 현장 분위기를 마주쳤다.

응급센터 3번 수술실은 그리 큰 편이 아닌데 지금 한 번에 10명이나 있어서 이미 규정 위반이었다. 이렇게 많이 몰려있으면 일단 청결부터 문제였다.

감염 위험성을 관리하고 강조하는 정형외과로서 보이지 말아야 할 장면이었다.

그러나 정형외과 부주임이든 수술실을 책임지는 순회 간호사든 모두 그 점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혈액팩을 쥔 의사, 초조해하는 마취의. 그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간호사가 모두 말 없이 단 한 가지를 암시했다. 혼란스러운 현장.

능연은 아무 말 없이 마스크를 들고 입과 코를 가린 채 성큼성큼 다가가 우선 환자를 살폈다.

수술실 관리는 간단했다. 크게 고함만 쳐도 허둥지둥해는 사람들을 단번에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의료진의 태도나 플로우 문제가 아니고 순수한 기술 문제일 가능성이 더 컸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열 몇 명 의료진이 고함 한 번으로 갑자기 실력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엄격한 규칙, 단정한 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능연은 일단 환자에 집중했다.

환자는 공장 작업자나 엔지니어인 듯했고, 마흔쯤 되어 보이는 흔한 얼굴에 혈색 없이 창백했다. 복부 우측 하측에 커다란 멍 자국이 있었다.

“등 쪽에 손톱만 한 조각 6개가 박혀서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가 나왔어.”

주치의 유 선생은 능연이 온 걸 보고도 바로 마음을 놓지 않고 초조해하며 재빨리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어쩐지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 들자, 곁에 서 있는 상급 의사인 요 부주임이 신속하게 보충했다.

“혈압이 떨어지고, 오른쪽 발등 동맥이 안 잡혀. 혈관 조영술로 정확한 위치를 잡을 생각으로 콜 했는데 바쁜지 아직이야.”

이것이 바로 환자가 대량으로 몰려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눈앞에 환자만 봐도 곁에 열 명 넘는 의료진이 몰려 있었다. 평소라면 세 명의 중경상 환자를 수술하고 케어할 수 있는 의료진이 말이다.

그러나 눈앞에 환자의 생태가 심각해져도 의사들이 처리할 수가 없으니 의료진이 점점 더 몰려들었고 능연까지 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능연이 처리할 수 없거나 해당 과에서 쓸 만한 검사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환자는 포기하거나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어느 쪽이 되든 생명 하나를 잃는 셈이고, 열 몇 명이나 몰린 의료진이 환자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헛된 노력을 한 셈이 된다.

운화병원 응급센터 같은 대형 기관도 이런 돌발 사건이 생기면 제 기량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여러번 재난 현장에 참여했던 능연의 표정이 저절로 엄숙해졌다.

“환자는 이미 중증 쇼크 상태입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매스 블리딩이 일어난 건 동맥 파열 가능성이 크고요.”

능연이 천천히 본인의 판단을 설명했다.

“맞네. 능 선생 자네 판단에 동의해.”

정형외과 요 부주임 역시 바로 동의했다. 컨트롤할 힘을 잃은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능연이었다.

능연이 참여한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고급 의사 한 명이라도 더 참여하면 정신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곤경에서 그를 구할 수 있었다.

좌자전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주치의의 모호한 말을 듣자마자 바로 노트를 꺼내 기록하여 책임 문제를 명백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능연은 당연히 그런 걸 상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환자 복부에서 잠시 머물다가 바로 다리 쪽으로 내려갔다.

“조영할 시간 없습니다. 지금은 응급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어요.”

능연은 평범한 의사처럼 틀에 박힌 사고방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능연은 원래 책임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니, 지금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사람을 살릴 확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랜드마스터급 맨손 지혈 스킬, 수많은 해부 경험으로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고 본인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다.

“능 선생, 어쩌지?”

생각이 많은 정형외과 요 부주임은 은연중에 책임을 덮어씌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알아챈 간호사와 마취의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를 힐끔 봤지만, 그렇다고 한 소리 할 수도 없었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부끄러움에 일제히 고개를 숙였지만, 마찬가지로 반항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병원 체계는 어떤 때는 군대보다 더 엄격하고 더욱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한다.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운화병원 같은 대형 병원에서 버티지 못하고 언젠가는 쫓겨난다.

요 부주임은 박사 출신의 정직 의사로, 젊고 유능하며 마흔도 안 되어서 정형외과 부주임이 되었다. 치료 팀을 이끌기도 하는 그는 표준적인 젊은 능력자이긴 하지만, 어떤 쪽으로든 이 응급수술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젊은 정형외과 주치의도 죄책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대놓고 능연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대해 그는 미안함과 걱정을 느꼈다.

“오픈하죠.”

뒤에 구급차가 계속 오는 걸 고려한 능연은 재빨리 명령을 내렸고, 현장 책임을 이어받은 셈이 되었다.

정형외과 요 부주임은 이제 망설인 것도 없이 바로 메스를 들고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잠시만요.”

능연이 다시 입을 열자 요 부주임이 흠칫했다. 능연이 드디어 알아차리고 역으로 책임 전가하려는 건가?

그러나 능연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복강 열면 분명 피가 쏟아질 겁니다. 간호사, 가서 혈액팩 가지고 오세요. 어시는 석션 두 개 준비하고, 마취, 삽관 검사하고요. 이따 오픈하자마자 바로 블리딩 포인트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집는 게 관건이고요.”

능연은 요 부주임이 바라는 대로 정확하게 지시하면서 현장 지휘관이 되었다.

그가 상세한 명령을 내리자, 간호사, 어시와 마취의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수술실 분위기는 바로 질서정연해졌다.

수술이 성공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피어났다.

요 부주임은 능연을 힐끔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수술만 성공하면 책임 문제는 없다는 걸 떠올렸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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